정책학의 다양한 이론적 관점 중에서 공공선택이론(Public Choice Theory)은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정치행정 현상에 적용한 독특한 분석틀이다. 전통적인 정책이론들이 공익을 추구하는 정부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했다면, 공공선택이론은 정부와 관료, 정치인들의 사익 추구 행태와 그로 인한 정부실패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관점은 정책과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하며, 공공부문의 비효율성과 개혁 방안에 관한 논의의 이론적 기반을 형성해왔다.
공공선택이론의 기본 개념과 배경
경제학적 접근의 정책분석
공공선택이론은 '경제학의 연구방법을 정치학의 연구대상에 적용한 학문'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정책과정의 주체들(유권자, 정치인, 관료, 이익집단 등)을 합리적이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으로 간주하고, 이들의 상호작용을 경제학적 방법론으로 분석한다.
이 이론의 핵심 전제는 다음과 같다:
- 방법론적 개인주의: 집단이나 조직이 아닌 개인을 분석의 기본 단위로 삼는다.
- 경제적 합리성: 개인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가정한다.
- 교환 관계의 분석: 정치적 과정을 개인 간 교환과 거래의 관점에서 이해한다.
- 공/사 영역의 유사성: 공공부문도 민간부문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이익 추구가 작동한다고 본다.
공공선택이론은 1950-60년대 제임스 뷰캐넌(James Buchanan), 고든 털럭(Gordon Tullock), 맨서 올슨(Mancur Olson), 앤서니 다운스(Anthony Downs) 등의 학자들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특히 뷰캐넌과 털럭의 「합의의 계산(The Calculus of Consent)」(1962)은 이 분야의 기념비적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전통적 공익론에 대한 비판
공공선택이론은 정부가 항상 공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전통적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 정부는 추상적 실체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들의 집합체이다.
- 정치인과 관료들은 공익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생존, 예산 극대화, 권력 확대 등을 추구한다.
-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반드시 효율적이거나 공정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 시장실패가 정부개입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으며, 정부개입으로 인한 정부실패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1970-80년대 서구 국가들에서 확산된 '작은 정부' 운동과 신공공관리(NPM) 개혁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공공선택이론의 주요 분석 영역
유권자 행태와 합리적 무지
공공선택이론은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유권자들의 행태를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 투표의 역설: 한 개인의 투표가 선거 결과를 바꿀 확률은 극히 낮은 반면, 투표에는 시간과 정보 수집 비용이 든다. 따라서 합리적 개인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다운스의 투표 역설).
-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 복잡한 정책 이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는 비용이 그로부터 얻을 개인적 이익보다 크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정책에 무지한 상태로 남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 특별이익 vs. 분산된 비용: 특정 정책으로 큰 혜택을 받는 소수 집단은 적극적으로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반면, 그 비용을 부담하는 다수 시민들은 개인당 부담이 작아 정치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분석은 민주주의 정치과정이 왜 종종 소수 이익집단에 포획되는지, 그리고 왜 유권자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치인의 행태와 선거 메커니즘
공공선택이론은 정치인들을 '표 극대화를 추구하는 정치적 기업가'로 간주한다:
- 중위투표자 정리(Median Voter Theorem): 다운스가 제시한 이 이론에 따르면, 양당제 하에서 각 정당은 중위투표자(정치적 스펙트럼의 중간에 위치한 유권자)의 선호에 맞추어 정책을 수렴시키는 경향이 있다.
- 정치적 경기순환(Political Business Cycle): 정치인들은 재선을 위해 선거 직전에 경기부양책을 쓰고, 선거 직후에 긴축정책을 펼치는 경향이 있다.
- 지대추구 정치(Rent-Seeking Politics): 정치인들은 이익집단에게 규제 완화, 보조금,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정치자금과 표를 얻는 교환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분석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왜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정책보다 단기적 인기에 호소하는 정책이 선택되는 경향이 있는지를 설명한다.
관료제와 예산 극대화 행태
공공선택이론은 관료들이 공익보다는 자신의 권력, 명성, 안정성, 편의 등을 추구한다고 가정한다:
- 니스카넨 모형(Niskanen Model): 윌리엄 니스카넨(William Niskanen)에 따르면, 관료들은 자신의 부서 예산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산이 클수록 권력, 영향력, 명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 정보 비대칭: 관료들은 정치인이나 시민보다 자신의 업무 영역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이러한 정보 우위를 활용해 조직의 확대와 예산 증액을 정당화할 수 있다.
- 조직 생존: 관료조직은 자신의 존속과 확장을 위해 새로운 업무 영역을 발굴하고, 기존 문제를 과장하며, 조직 축소나 폐지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관점은 공공 프로그램이 왜 최초 목표가 달성된 후에도 계속 유지되거나 확장되는지, 그리고 왜 정부 조직이 민간 조직보다 덜 효율적인 경향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대추구와 이익집단 정치
공공선택이론에서 '지대추구(Rent-Seeking)'란 생산적 활동이 아닌 정치적 과정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를 말한다:
- 이익집단의 로비: 이익집단들은 특혜적 규제, 보조금, 세금 감면 등을 얻기 위해 로비 활동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소모되는 자원은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인 낭비가 된다.
-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 규제 기관이 본래 규제해야 할 산업이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는 현상이다. 특히 규제 기관의 관료들이 퇴직 후 규제 대상 산업에 취업하는 '회전문 현상'이 이를 강화한다.
- 집단행동의 논리: 맨서 올슨(Mancur Olson)은 소수의 응집력 있는 집단이 다수의 분산된 이익보다 정치과정에서 더 효과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킨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왜 로비 활동과 선거 자금이 정책 결정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왜 특정 산업이나 집단에 유리한 정책이 다수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채택되는지를 설명한다.
집합적 의사결정의 문제점
공공선택이론은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Arrow's Impossibility Theorem): 케네스 애로우(Kenneth Arrow)는 세 가지 이상의 선택지가 있을 때, 개인의 합리적 선호를 사회적 선호로 변환하는 완벽한 집합적 의사결정 방식은 존재하지 않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 투표의 역설(Voting Paradox): 다수결 원칙 하에서는 순환적 선호(A>B>C>A)가 발생할 수 있어, 안정적인 집합적 선호 도출이 어려울 수 있다.
- 합리적 선택의 비합리적 결과: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이 집합적으로는 비합리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 공공 영역에서도 발생한다.
이러한 분석은 민주적 과정이 항상 최적의 정책 결과를 보장하지 않으며, 특정 조건 하에서는 비효율적이거나 불안정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선택이론의 정책적 함의와 대안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의 메커니즘
공공선택이론은 '시장실패'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정부실패'를 제시한다:
- 비효율적 자원 배분: 정치적 의사결정은 경제적 효율성보다 정치적 이익에 기반하여 이루어져,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할 수 있다.
- 특수이익에 의한 포획: 소수 이익집단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해 다수의 이익이 희생될 수 있다.
- 단기주의(Short-termism): 선거 주기에 맞춘 정책 결정으로 장기적 문제(기후변화, 연금제도 개혁 등)에 대한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
- 정보 비대칭과 책임성 부재: 관료제의 정보 우위와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비효율적 정책이 지속될 수 있다.
- 정책 경직성: 한번 도입된 정책이나 프로그램은 이해관계자의 저항으로 필요성이 사라진 후에도 폐지되기 어렵다.
이러한 정부실패의 가능성을 인식함으로써, 정부개입이 항상 시장실패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단순한 가정에서 벗어나 보다 신중한 정책 접근이 가능해진다.
헌법적 접근과 제도 설계
공공선택이론, 특히 제임스 뷰캐넌의 '헌법적 경제학(Constitutional Economics)'은 개별 정책보다 '게임의 규칙'인 제도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헌법적 제약: 단기적 정치적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헌법적 규칙(재정준칙, 중앙은행 독립성 등)의 도입
- 견제와 균형: 권력 분립과 상호 견제 시스템을 통한 정부 권력 남용 방지
- 초다수결 원칙(Supermajority Rules): 중요한 결정에 있어 단순 다수결이 아닌 더 높은 수준의 합의를 요구
- 재정 분권화: 지방정부 간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발로 하는 투표(Voting with Feet)' 메커니즘 활성화
- 일몰제(Sunset Provision): 정책과 프로그램에 자동 종료 조항을 포함시켜 주기적 재평가 유도
이러한 제도적 접근은 개인의 선호나 도덕성에 의존하기보다 '나쁜 유인 구조 하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시장 메커니즘의 활용
공공선택이론은 정부 개입의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 공공 영역에서도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 민영화와 외주화: 정부 독점 서비스의 민간 이전을 통한 경쟁과 효율성 증진
- 바우처 제도: 서비스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여 소비자 선택권과 공급자 간 경쟁 촉진
- 사용자 부담 원칙: 공공서비스 이용에 따른 비용을 직접 수혜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
- 준시장(Quasi-market) 도입: 완전한 민영화 없이도 공공 부문 내에 경쟁 메커니즘 도입
- 성과 계약과 인센티브 구조: 관료와 공공기관의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 확립
이러한 접근은 1980-90년대 영미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 개혁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투명성과 시민 참여 강화
공공선택이론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면서도 보완적 관점에서는 정보 비대칭 해소와 참여 민주주의 강화를 통한 대안을 모색한다:
- 정보 공개와 투명성 제고: 정부 활동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여 정보 비대칭 문제 완화
- 참여 예산제: 예산 결정 과정에 시민 참여를 확대하여 예산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 전자민주주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정보 접근성 향상과 의사결정 참여 확대
- 시민 감시와 평가: 시민사회의 정부 활동 모니터링과 성과 평가 활성화
- 숙의 민주주의: 단순한 투표가 아닌 심층적 토론과 숙의를 통한 집합적 의사결정 질 향상
이러한 접근은 공공선택이론의 비판적 통찰을 수용하면서도,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이나 집합적 의사결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메커니즘을 모색한다.
한국 정책환경에서의 공공선택이론 적용
한국 정책과정의 공공선택론적 분석
한국의 정책 현실에서도 공공선택이론의 분석틀은 유용한 설명력을 제공한다:
- 선거주기와 포퓰리즘 정책: 한국 정치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단기적 인기에 호소하는 정책들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 예산 극대화 행태: 연말 예산 집행률을 높이기 위한 '막가파식' 지출이나, 부처 간 예산 확보 경쟁은 니스카넨 모형의 예측과 일치한다.
- 규제 포획: 금융, 의료, 통신 등 규제 산업에서 규제기관과 피규제 기업 간의 유착 관계가 관찰된다.
- 이익집단 정치: 특정 직역이나 산업 집단의 로비로 인해 규제 개혁이 좌절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 비용 분산, 편익 집중: 농업 보조금, 특정 산업 지원책 등에서 소수에게 집중된 혜택과 다수에게 분산된 비용 구조가 발견된다.
이러한 현상들은 한국 정책과정의 비효율성과 개혁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데 공공선택이론이 유용한 관점을 제공함을 보여준다.
한국형 정부실패 사례와 원인
한국 정책환경에서 관찰되는 정부실패의 대표적 사례와 원인을 살펴보면:
- 부동산 정책의 실패: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단기적, 대증적 정책 남발로 인한 시장 왜곡과 정책 효과 상쇄
- 예산 낭비와 중복 사업: 지역구 예산 확보 경쟁, 부처 간 영역 다툼 등으로 인한 유사 중복 사업과 예산 비효율성
- 정책 일관성 부재: 정권 교체에 따른 급격한 정책 방향 전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와 정책 신뢰성 저하
- 규제의 경직성: 관료제의 책임 회피 성향과 이익집단의 저항으로 인한 불합리한 규제의 지속
- 공기업 비효율성: 정치적 임명, 연공서열 체계, 성과 평가 미흡 등으로 인한 공공기관의 생산성 저하
이러한 정부실패 사례들은 정부 개입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며, 특히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의 구조적 한계를 고려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국 행정개혁과 공공선택론적 처방
공공선택이론의 관점에서 한국 정부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 예산제도 개혁: 총액예산제, 성과주의 예산, 재정준칙 도입 등을 통한 재정 규율 강화
- 규제 개혁: 규제 일몰제, 규제영향분석 강화, 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을 통한 규제의 합리화
- 정부조직 개편: 기능 중복 해소, 조직 슬림화, 성과 중심 인사제도 도입 등을 통한 관료제 효율화
-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 전문성 중심의 인사, 자율성과 책임성의 균형, 시장형 공기업의 민영화 검토
- 분권화와 지방자치 강화: 중앙-지방 간 권한 배분 재조정, 지방 재정 자율성 확대를 통한 경쟁적 환경 조성
이러한 개혁 방안들은 정부실패의 근본 원인인 정치적 의사결정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적 차원의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공공선택이론의 통찰을 반영한다.
공공선택이론에 대한 비판과 대응
공공선택이론의 한계와 비판점
공공선택이론은 정책과정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지만, 다음과 같은 한계와 비판에 직면해 있다:
- 지나친 경제적 환원주의: 인간 행동의 모든 측면을 자기 이익 극대화로 환원시키는 단순화된 가정은 현실의 복잡한 동기와 행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 공적 동기와 이타성 과소평가: 많은 정치인과 관료들이 실제로 공익과 직업적 소명의식에 기반해 행동하는 측면을 간과한다.
- 정치적 편향성: 공공선택이론이 주로 정부 개입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보수적 정치 의제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된다는 비판이 있다.
- 공공성과 민주주의 가치 경시: 효율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형평성, 민주적 가치, 사회적 연대 등 다른 중요한 가치들을 간과한다.
- 실증적 검증의 한계: 이론의 많은 핵심 가정들이 실증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거나, 실제 사례에서는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비판은 공공선택이론이 정책과정의 한 측면을 설명하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정책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함을 시사한다.
공공선택이론과 다른 정책이론의 통합적 접근
공공선택이론의 통찰을 유지하면서도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으로는:
- 신제도주의와의 결합: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제도적 맥락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고 제약되는지를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
- 행동경제학과의 통합: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 인지적 편향, 사회적 선호 등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통찰을 반영한 '행동 공공선택이론'
- 거버넌스 이론과의 접목: 위계적 정부와 시장 이분법을 넘어, 다양한 행위자들의 네트워크적 상호작용을 통한 공동 문제해결 가능성 모색
- 숙의 민주주의와의 연계: 단순 선호 집합이 아닌 토론과 숙의를 통한 선호의 변형과 공동체적 의사결정 과정의 가능성 탐색
- 공적 가치와 동기의 재조명: 공공서비스 동기(Public Service Motivation)와 같은 비경제적 동기에 대한 연구와 이를 촉진하는 제도적 환경 모색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공공선택이론의 비판적 통찰을 수용하면서도, 보다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 분석 틀을 제공할 수 있다.
현대 행정환경에서의 공공선택이론의 의의
급변하는 현대 행정환경에서 공공선택이론의 의의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 정부 개입의 신중한 접근: 시장실패만을 근거로 한 무조건적 정부 개입이 아닌, 정부실패 가능성까지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의 필요성
- 제도 설계의 중요성: 개인의 도덕성이나 선의에 의존하기보다 제도적 유인구조를 통해 공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안 모색
-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정보 비대칭과 책임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정보 공개와 성과 평가의 중요성
- 시민 참여와 감시 역할: 관료제와 정치인의 자기 이익 추구를 견제할 수 있는 적극적 시민 참여와 감시의 필요성
- 디지털 거버넌스의 가능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정보 비대칭 해소, 거래비용 감소, 시민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정부실패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
- 글로벌 거버넌스 문제: 초국가적 문제(기후변화, 팬데믹 등)에 대응하는 국제적 집합행동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분석틀 제공
공공선택이론은 정부와 정책에 대한 이상주의적 환상을 걷어내고,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제도와 정책을 설계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이 이론의 핵심 통찰은 "정부도 완벽하지 않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정부 개입의 당위성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개입이 실제로 효과적이고 공익에 부합하기 위한 조건과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공공선택이론과 현대 행정 개혁의 방향
공공선택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현대 행정 개혁의 방향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성과 중심 관리: 투입이나 과정보다 성과와 결과에 초점을 맞춘 평가와 보상 체계 구축
- 경쟁 메커니즘 도입: 공공서비스 제공에 있어 다양한 공급자 간 경쟁을 통한 효율성과 혁신 촉진
- 분권화와 자율성: 현장에 가까운 단위로의 권한 이양을 통한 정보 비대칭 해소와 책임성 강화
- 유인 구조 개선: 공공 부문 종사자들이 공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설계
- 시민 중심 서비스: 관료 중심이 아닌 시민(고객) 중심의 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
- 증거 기반 정책: 이념이나 정치적 고려보다 객관적 증거와 평가에 기반한 정책 결정 강화
이러한 방향성은 신공공관리(NPM)나 디지털 정부와 같은 현대적 행정 패러다임과도 연결되며, 궁극적으로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정부'를 구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공공선택이론의 미래 과제와 발전 방향
공공선택이론이 앞으로 더 발전하고 정책적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실증 연구 강화: 이론의 핵심 가정과 예측을 다양한 맥락과 사례에서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실증 연구 확대
- 다학제적 접근: 경제학뿐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을 통합한 보다 현실적인 인간 행동 모델 구축
- 디지털 환경 반영: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정부-시민 관계와 정책 과정에 미치는 영향 분석
- 글로벌 거버넌스 연구: 국가 단위를 넘어선 초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한 집합적 의사결정과 제도 설계에 대한 연구
- 가치 통합적 접근: 효율성뿐 아니라 형평성, 민주성, 공공성 등 다양한 가치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분석 틀 발전
이러한 과제들은 공공선택이론이 단순한 '작은 정부' 옹호론을 넘어, 복잡한 현대 사회의 다양한 공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정교하고 균형 잡힌 이론적 기반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결론: 비판적 현실주의로서의 공공선택이론
공공선택이론은 정부와 정책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도, 극단적 비관론도 아닌 '비판적 현실주의'의 관점을 제공한다. 이 이론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통찰을 준다:
- 정부와 시장 모두 불완전하며, 각각의 장단점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제도적 유인구조가 중요하다.
- 정책은 공익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 구체적인 행위자들의 상호작용과 유인에 주목해야 한다.
- 집합적 의사결정의 근본적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해야 한다.
- 정치적 과정과 관료제의 내재적 문제를 인정하되,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통찰은 정책학과 행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건강한 회의주의와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며, 동시에 더 나은 정부와 정책을 위한 창의적 대안을 모색하도록 자극한다. 공공선택이론은 정부에 대한 맹목적 신뢰나 불신이 아닌, 균형 잡힌 시각과 실용적 접근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값진 이론적 렌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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