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 Administration

정책학 12. 전통적 행정 패러다임의 한계를 넘어선 신공공관리(NPM)와 거버넌스 이론의 등장과 적용

SSSCHS 2025. 4. 1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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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공관리(NPM)의 등장 배경과 시대적 맥락

198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은 심각한 재정위기, 관료제의 비효율성,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증가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전통적 행정 패러다임인 베버(Weber)식 관료제와 복지국가 모델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영국의 대처(Thatcher) 정부와 미국의 레이건(Reagan) 정부를 중심으로 정부개혁이 추진되며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 NPM)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된다.

신공공관리의 등장 배경은 다음과 같은 요인들로 설명할 수 있다:

  1. 경제적 요인: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지속된 경기침체와 재정적자 심화로 인해 정부 지출 감축 필요성이 높아졌다.
  2. 이념적 요인: 신자유주의 이념의 확산으로 작은 정부와 시장기능 강화에 대한 지지가 증가했다.
  3. 사회적 요인: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과 소비자 중심의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졌다.
  4. 관리적 요인: 전통적 관료제의 경직성, 비효율성, 책임성 부족 등의 문제점이 더욱 부각되었다.
  5. 기술적 요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행정관리 방식의 도입 가능성이 열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민간 기업의 경영기법과 시장원리를 공공부문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이는 신공공관리라는 이름으로 체계화되었다. 특히 OECD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산된 이 패러다임은 '기업가적 정부'(entrepreneurial government), '성과 지향적 행정'(result-oriented administration)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신공공관리(NPM)의 핵심 원리와 특징

신공공관리는 단일한 이론이라기보다 여러 개혁 아이디어와 기법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핵심에는 몇 가지 공통된 원리와 특징이 존재한다:

1. 시장 메커니즘의 활용

민간 부문의 경쟁 원리를 공공 부문에 도입하여 효율성을 높이려는 접근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 내부시장(internal market) 도입: 공공기관 내부에 구매자와 공급자를 분리하여 경쟁 체제를 만든다.
  • 민영화(privatization): 공기업이나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이양하여 시장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추구한다.
  • 경쟁 입찰제(competitive bidding): 공공서비스 제공자를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을 도모한다.
  • 바우처 제도(voucher system): 서비스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여 공급자 간 경쟁을 촉진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NHS)는 내부시장 도입을 통해 의료서비스 구매자(지역보건당국)와 공급자(병원 트러스트)를 분리하여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기업 민영화, 정부업무 외주화 등을 통해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2. 성과 중심 관리

투입이나 과정보다는 결과와 성과를 중시하는 관리 방식을 강조한다:

  • 성과계약(performance contract): 기관장이나 관리자와의 계약을 통해 명확한 성과목표를 설정한다.
  • 성과평가(performance evaluation): 체계적인 성과측정 지표를 개발하고 정기적으로 평가한다.
  • 성과연계 보상(performance-based compensation): 성과에 따라 보수와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한다.
  • 성과감사(performance audit): 투입 대비 산출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효과성까지 포괄적으로 평가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3년 미국의 정부성과결과법(GPRA)을 들 수 있으며, 이는 연방정부 기관들이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성과목표를 설정하며 성과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업무평가제도, 성과관리제도 등이 도입되어 성과 중심의 관리가 강화되었다.

3. 분권화와 권한 위임

중앙집권적 통제에서 벗어나 현장 관리자에게 더 많은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한다:

  • 조직 분권화(organizational decentralization): 거대 조직을 작고 자율적인 단위로 분할한다.
  • 관리 자율성(managerial autonomy): '관리할 수 있는 자유'(freedom to manage)를 부여한다.
  • 예산 분권화(budgetary decentralization): 예산 집행의 유연성을 높이고 현장의 재량권을 강화한다.
  • 인사 분권화(personnel decentralization): 채용, 승진, 보수 결정 등에 있어 유연성을 부여한다.

영국의 에이전시화(agencification)는 분권화의 대표적 사례로, 정책 기능과 집행 기능을 분리하여 집행기관(executive agency)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했다. 우리나라의 책임운영기관제도, 지방분권 강화 정책 등도 이러한 흐름에 따른 것이다.

4. 고객 지향성 강화

행정서비스 이용자를 단순한 '대상'이 아닌 '고객'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요구와 만족을 중시한다:

  • 서비스 품질 관리(service quality management): 고객 기대에 부응하는 서비스 품질 향상을 추구한다.
  • 고객만족도 조사(customer satisfaction survey):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서비스 개선 방향을 도출한다.
  • 민원처리 간소화(red tape reduction): 불필요한 규제와 절차를 줄여 고객 편의성을 높인다.
  •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 여러 행정 서비스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영국의 시민헌장(Citizen's Charter)은 공공서비스의 표준을 명시하고 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로, 고객 지향적 행정의 선구적 사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정서비스헌장제, 민원24와 같은 전자정부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 중심의 행정을 구현하려 했다.

5. 기업가적 정부 지향

정부가 보다 기업가적인 태도와 사고방식을 갖도록 촉진한다:

  • 비용절감 의식(cost consciousness):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예산 절감을 중시한다.
  • 혁신 장려(innovation promotion):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도록 권장한다.
  • 위험 관리(risk management): 위험을 회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접근을 취한다.
  • 수입 창출(revenue generation):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하고 재정적 자립도를 높인다.

미국의 오스본(D. Osborne)과 게블러(T. Gaebler)가 제시한 '기업가적 정부' 개념은 정부가 방향을 설정하고 민간의 참여와 경쟁을 촉진하며, 성과와 고객에 집중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행정혁신, 규제개혁 등도 이러한 기업가적 정부 지향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 행정 패러다임과 NPM의 비교

신공공관리는 여러 측면에서 전통적 행정 패러다임(베버리안 관료제)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주요 차이점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구분 

구분 전통적 행정 패러다임  신공공관리(NPM)
조직구조 계층제적, 중앙집권적 분권화된, 유연한 조직
관리방식 규칙과 절차 중심 성과와 결과 중심
통제 메커니즘 사전적, 투입 통제 사후적, 결과 통제
인사관리 연공서열, 신분보장 성과연계, 계약직 확대
예산운영 항목별 예산, 지출통제 총액예산, 성과연계 예산
서비스 제공방식 정부 직접 제공 다양한 대안적 방식(민영화, 외주화 등)
시민과의 관계 행정 대상으로서의 시민 고객으로서의 시민
정치-행정 관계 정치-행정 이원론 정책-집행 분리(정책은 정치, 집행은 관리)
가치 지향 공정성, 절차적 정당성 효율성, 경제성, 효과성(3E)
책임성 형태 계층제적, 법적 책임성 성과 책임성, 고객에 대한 책임성

 

예를 들어, 인사관리 측면에서 전통적 관료제는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과 신분보장을 중시했다면, NPM에서는 성과에 따른 차등적 보상과 계약직 공무원의 확대를 강조한다. 영국의 경우 고위공무원단(SCS)을 대상으로 성과계약과 연봉제를 도입하고, 기관장 직위에 민간 전문가를 개방형으로 임용하는 등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또한 예산운영 측면에서도 전통적으로는 항목별 예산과 지출통제가 중심이었다면, NPM에서는 총액예산제도(top-down budgeting)와 성과주의 예산제도(performance-based budgeting)를 도입하여 관리자에게 예산 집행의 자율성을 부여하되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거버넌스(Governance) 이론의 등장과 개념

1990년대 이후 신공공관리가 확산되면서 동시에 그 한계점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이 항상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형평성이나 공공성과 같은 가치가 경시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또한 공공문제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정부 단독으로, 혹은 시장 메커니즘만으로는 효과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 많아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거버넌스(Governance)' 개념이다. 거버넌스는 정부(government)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공식적인 정부기구만이 아니라 다양한 공공 및 민간 행위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통치 방식을 의미한다.

거버넌스 개념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다양한 행위자의 참여: 정부, 시장, 시민사회 등 다양한 영역의 행위자들이 정책과정에 참여한다.
  2. 네트워크적 상호작용: 계층제나 시장원리가 아닌 네트워크를 통한 상호작용과 협력이 중심이 된다.
  3. 분산된 권한: 중앙정부에 집중되었던 권한이 지방정부, 국제기구, 민간부문 등으로 분산된다.
  4. 협력적 문제해결: 대화, 타협, 협상을 통한 합의 형성과 공동 문제해결을 강조한다.
  5. 공동생산(co-production): 시민과 정부가 함께 공공서비스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방식이 증가한다.

로즈(R.A.W. Rhodes)는 거버넌스를 "자기조직화하는 조직 간 네트워크"로 정의하며, 이러한 네트워크가 자원의 교환, 게임의 규칙, 국가로부터의 상당한 자율성 등의 특징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쿠이만(J. Kooiman)은 거버넌스를 "사회-정치적 상호작용의 패턴"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행위자들 간의 상호의존성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거버넌스의 유형과 특징

거버넌스는 다양한 형태와 수준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크게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다층적 거버넌스(Multi-level Governance)

국가 내 여러 층위(중앙-지방-지역사회)와 국가 간, 초국가적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거버넌스를 의미한다. 특히 유럽연합(EU)과 같은 초국가적 기구의 등장과 지방분권화 추세로 인해 다층적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증가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대응은 글로벌 차원의 협약(파리협정 등), 국가 차원의 감축목표, 지방정부의 구체적 실행계획, 시민사회와 기업의 자발적 참여 등 여러 층위에서의 거버넌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2. 네트워크 거버넌스(Network Governance)

정부, 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거버넌스 형태를 말한다. 공식적 권위보다는 신뢰, 호혜성, 상호의존성에 기반한 조정이 이루어진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서 지방정부, 주민협의체, 전문가, 기업, NGO 등이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 네트워크 거버넌스의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경제,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등의 영역에서 이러한 네트워크 거버넌스가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3.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

정부와 비정부 행위자들이 공식적인 합의 지향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공공문제를 해결하는 거버넌스 형태를 의미한다. 안셀과 개시(Ansell & Gash)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조건으로 공식적 구조, 합의 지향성, 공동 의사결정, 공적 이슈 해결 지향성 등을 제시했다.

국내 사례로는 시화지구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들 수 있다. 이는 시화호 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지역주민,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합의를 도출한 사례이다. 이를 통해 개발과 환경보전의 균형을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4. 참여적 거버넌스(Participatory Governance)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결정권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형태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정책의 정당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참여예산제도는 참여적 거버넌스의 대표적 사례로,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참여예산제를 도입하여 예산 편성 과정에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시민참여예산제를 통해 매년 수백 억 원 규모의 예산을 시민 제안사업에 배정하고 있다.

5. 전자 거버넌스(E-Governance)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정부 서비스 제공, 시민 참여, 행정 프로세스, 의사결정 등을 향상시키는 거버넌스 형태를 말한다. 전자정부(E-Government)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시민과의 상호작용과 참여를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신문고, 국민제안 플랫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은 온라인을 통한 시민 참여와 소통을 촉진하는 전자 거버넌스 사례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환경에서의 전자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NPM과 거버넌스 이론의 비교

신공공관리(NPM)와 거버넌스 이론은 모두 전통적 행정 패러다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했지만, 접근방식과 강조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두 이론의 주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구분 신공공관리 (NPM) 거버넌스
핵심 가치 효율성, 경제성, 효과성 민주성, 협력, 네트워크
중심 메커니즘 시장, 경쟁 네트워크, 협력
시민의 역할 고객(customer) 파트너(partner), 공동생산자
정부의 역할 방향 설정자(steering) 촉진자(facilitator), 조정자(coordinator)
관리 초점 성과, 결과 과정, 관계
의사결정 방식 관리자 중심, 전문가주의 협의와 합의, 참여적 의사결정
책임성 형태 성과 책임성 다중적 책임성, 책임의 공유
공공문제 접근법 기업가적, 시장 지향적 협력적, 네트워크 지향적

 

예를 들어, 공공서비스 제공 방식에서 NPM은 민영화, 외주화, 바우처 등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거버넌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생산과 협력적 서비스 제공을 강조한다.

또한 시민의 역할에 있어서도 NPM은 시민을 '서비스 고객'으로 보고 선택권과 만족도를 중시하는 반면, 거버넌스는 시민을 '적극적 참여자'이자 '공동생산자'로 인식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의 참여와 협력을 강조한다.

실제 정책 현장에서는 NPM과 거버넌스 접근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바우처 제도는 NPM적 요소(선택권, 경쟁, 성과관리)와 거버넌스적 요소(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 네트워크 형성)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NPM과 거버넌스의 실제 적용 사례

1. 신공공관리(NPM)의 적용 사례

뉴질랜드의 정부개혁

1980년대 후반 뉴질랜드는 가장 급진적인 NPM 개혁을 단행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정책과 집행의 분리: 정책 자문 기능과 서비스 제공 기능을 분리하여 별도의 기관으로 운영했다.
  • 결과 중심 관리: 성과계약과 산출물 예산제도(Output Budgeting)를 도입하여 결과 책임성을 강화했다.
  • 기관장 책임제: 각 부처 및 기관의 장에게 인사, 재정, 조직 운영에 대한 광범위한 자율성을 부여하되, 명확한 성과목표를 설정하고 그 달성 여부에 따라 책임을 물었다.
  • 공기업 민영화: 통신, 철도, 항공, 은행 등 다수의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이러한 개혁은 초기에 재정적자 감소, 공공부문 효율성 향상 등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너무 급진적인 변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공공서비스의 형평성 문제 등의 한계도 드러났다.

영국의 Next Steps 프로그램

1988년 시작된 영국의 Next Steps 프로그램은 정책 기능과 집행 기능을 분리하여 집행 업무를 독립적인 에이전시(agency)에 위임하는 개혁이었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집행기관(Executive Agency) 설치: 정책은 소규모 핵심부처가 담당하고, 집행은 자율적인 에이전시가 담당하도록 했다.
  • 성과관리: 각 에이전시는 소관 부처와 프레임워크 문서(Framework Document)를 체결하여 성과목표와 평가방식을 명확히 했다.
  • 인사·재정 자율성: 에이전시 장에게 인사관리와 예산집행의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했다.
  • 시장시험(Market Testing): 공공서비스를 내부 공급과 외부 조달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 비교 평가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00년대 초반까지 영국 공무원의 약 75%가 에이전시 소속으로 전환되었고, 공공서비스의 효율성과 대응성이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우리나라에서는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NPM의 성과중심 관리 원리를 적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 평가지표 체계화: 리더십·전략, 경영효율, 공공기관의 주요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평가지표를 설정한다.
  • 경영계약 도입: 기관장과 정부 간 경영계약을 체결하고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한다.
  • 성과연계 인센티브: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 및 직원에게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 경영공시 강화: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외부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한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거나 계량화하기 어려운 공공가치가 경시되는 등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책임운영기관 제도

1999년 도입된 책임운영기관 제도는 행정기관의 일부를 지정하여 인사·예산·조직 등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 운영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이다. NPM의 분권화와 성과관리 원리를 적용한 사례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운영 자율성 부여: 기관장에게 인사·조직·예산 운용의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한다.
  • 성과계약 체결: 주무장관과 기관장 간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성과를 평가한다.
  • 기관장 공모제: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공개모집을 통해 기관장을 선발한다.
  • 성과급 차등: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과 직원에게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특허청, 국립의료원, 운전면허시험관리단 등이 초기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국립병원, 교통안전공단 등 다양한 기관이 이 제도 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2. 거버넌스 이론의 적용 사례

지역사회 기반 환경 거버넌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안동 임하호 수질개선 거버넌스'를 들 수 있다:

  • 다양한 주체 참여: 지방정부, 주민, 환경단체, 전문가, 기업 등이 협의체를 구성했다.
  • 협력적 의사결정: 지역 주민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 공동 책임: 수질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실행에 모든 참여자가 공동으로 책임을 졌다.
  • 지속적 모니터링: 수질 개선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공유했다.

이러한 거버넌스 접근은 정부 주도의 하향식 환경정책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 참여예산제

서울시는 2012년부터 시민참여예산제를 본격 도입하여 시민들이 직접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참여적 거버넌스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시민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예산 제안 및 심사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 지역회의: 각 자치구별로 지역회의를 구성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발굴한다.
  • 분과위원회: 복지, 환경, 문화 등 분야별 전문성을 살린 예산 심의가 이루어진다.
  • 온라인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참여 접근성을 높인다.

시민참여예산제는 예산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필요와 요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참여자의 대표성 문제, 전문성 부족 등의 한계점도 존재한다.

NPM과 거버넌스 이론의 한계와 비판

1. 신공공관리(NPM)의 한계와 비판

NPM은 공공부문의 효율성과 성과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여러 한계와 비판에 직면했다:

공공성 약화 문제

시장 메커니즘과 기업 경영 방식의 무비판적 도입은 공공부문의 고유한 가치와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형평성, 공정성, 대표성과 같은 공공가치가 경시될 수 있다.
  •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 접근성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
  • 단기적 성과와 효율성 추구로 인해 장기적 공익 실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교육·복지 서비스의 민영화나 시장화가 서비스 접근성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있다.

공공부문의 특수성 간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근본적 차이를 간과하고 민간 경영기법을 무분별하게 적용한다는 비판이 있다:

  • 공공부문의 목표는 다원적이고 모호한 경우가 많아 명확한 성과측정이 어렵다.
  • 정치적 맥락과 법적 제약이 존재하는 공공부문에서 시장 원리의 적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공공서비스는 집합재(collective goods)의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아 시장 메커니즘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기술적·실천적 문제

NPM 개혁의 실제 적용 과정에서 여러 기술적·실천적 문제가 발생했다:

  • 성과측정의 어려움: 공공서비스의 질적 측면은 계량화하기 어려워 성과평가가 왜곡될 수 있다.
  • 관리 역설: 자율성 부여와 동시에 성과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관료적 통제가 강화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 조정과 협력의 약화: 분권화와 경쟁 강조로 인해 부처 간, 기관 간 협력이 저해될 수 있다.
  • 책임 소재의 모호성: 다양한 서비스 제공 방식(민영화, 외주화 등)으로 인해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2. 거버넌스 이론의 한계와 비판

거버넌스 이론 역시 다양한 한계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적 정당성 문제

다양한 행위자들의 참여와 네트워크 형성이 오히려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선출되지 않은 행위자들(기업, NGO 등)의 정책 영향력 증가는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 속에서 누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호해질 수 있다.
  • 시민 참여가 일부 적극적 참여자나 이익집단에 의해 독점될 경우 대표성 문제가 발생한다.

효율성과 효과성 문제

다양한 행위자들의 참여와 합의 형성 과정은 의사결정의 비효율성과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

  •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로 인한 협상과 조정 비용이 증가한다.
  • 합의 도출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이나 효과성이 저하될 수 있다.
  •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타협적 해결책이 채택되어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권력 불균형 문제

형식적으로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원과 권력을 가진 강력한 행위자들이 거버넌스를 지배할 위험이 있다:

  • 정보, 전문지식, 재정 등의 자원을 많이 보유한 행위자들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 취약계층이나 소외집단의 목소리는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울 수 있다.
  • 거버넌스 과정에서 기존의 권력 구조가 재생산되거나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포스트-NPM과 메타 거버넌스

NPM과 거버넌스 이론이 직면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포스트-NPM과 메타 거버넌스와 같은 새로운 접근법이 등장하고 있다:

1. 포스트-NPM(Post-NPM)

NPM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보완하려는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전체 정부적 접근(Whole-of-Government Approach): 분절화된 정부 기능을 통합하고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는 접근법이다.
  • 재집중화(Re-centralization): 과도한 분권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조정 기능을 중앙으로 회복한다.
  • 균형적 가치 추구: 효율성뿐만 아니라 형평성, 민주성, 공공성 등 다양한 가치 간의 균형을 추구한다.
  • 디지털 정부(Digital Government):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통합적이고 시민 중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조인드-업 정부(Joined-up Government)나 호주의 연결된 정부(Connected Government) 등은 분절화된 정부 기능을 연계하고 통합적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포스트-NPM 접근의 사례이다.

2. 메타 거버넌스(Meta-governance)

다양한 거버넌스 구조와 과정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거버넌스의 거버넌스'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거버넌스 설계(Design of governance): 효과적인 거버넌스 구조와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제도화한다.
  • 거버넌스 프레임 설정(Framing): 공통의 목표, 비전, 규범, 가치를 설정하여 방향성을 제시한다.
  • 거버넌스 관리(Management): 다양한 네트워크와 참여자들 간의 조정, 중재, 촉진을 담당한다.
  • 거버넌스 참여(Participation): 메타 거버넌스 주체가 직접 네트워크에 참여하여 영향력을 행사한다.

제시(B. Jessop)에 따르면, 국가는 직접적 통치자에서 메타 거버넌스의 주체로 그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즉, 국가는 다양한 거버넌스 체제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그림자 위계(shadow of hierarchy)'로서 최소한의 규칙과 조건을 설정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론: NPM과 거버넌스의 의의와 발전 방향

신공공관리(NPM)와 거버넌스 이론은 전통적 행정 패러다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시도로서, 각각 공공부문의 효율성 제고와 다양한 행위자들의 협력적 문제해결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 그러나 두 이론 모두 현실 적용 과정에서 여러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들이 계속해서 모색되고 있다.

미래 행정 패러다임의 발전 방향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1. 가치의 균형: 효율성, 효과성과 함께 형평성, 민주성, 공공성 등 다양한 공공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2. 맥락의 중요성: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한 보편적 모델보다는 각국의 역사, 문화, 제도적 맥락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중요해질 것이다.
  3. 복합적 접근: NPM, 거버넌스, 전통적 관료제 등 다양한 접근법의 장점을 상황에 맞게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복합적·실용적 접근이 확대될 것이다.
  4.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정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행정의 효율성, 대응성, 투명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5. 회복력과 적응력: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는 환경에서 정부의 회복력(resilience)과 적응력(adaptability)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행정 시스템이 발전할 것이다.

결국 NPM과 거버넌스 이론은 공공부문의 개혁과 혁신을 위한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으며, 이들의 장점과 한계에 대한 균형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행정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전통적 관료제의 특성이 강하게 남아있는 행정환경에서는 서구의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도입하기보다 우리의 맥락에 맞게 적용하고 발전시키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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