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실천론 7. 과제중심모델과 해결중심모델의 이론적 토대와 통합적 접근

단기개입모델의 등장 배경과 의의

사회복지실천에서 과제중심모델과 해결중심모델은 1970~80년대를 기점으로 발전한 대표적인 단기개입모델이다. 이러한 단기개입모델의 등장은 전통적인 장기치료 중심 실천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비롯되었다. 심리사회모델이나 정신분석적 접근법이 장기간의 개입을 요구하는 반면, 사회복지 현장의 현실은 제한된 자원과 시간 속에서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을 요구했다.

단기개입모델은 이러한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효과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발전했다. 특히 리드(William Reid)와 엡스타인(Laura Epstein)이 개발한 과제중심모델과 데 쉐이저(Steve de Shazer)와 버그(Insoo Kim Berg)가 발전시킨 해결중심모델은 사회복지실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이 모델들의 핵심적 의의는 클라이언트의 자기결정권과 강점을 강조하는 데 있다.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에 의존하는 기존의 접근법과 달리, 클라이언트가 변화의 주체로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돕는다.

과제중심모델의 핵심 원리와 이론적 기반

과제중심모델은 1970년대 초 리드와 엡스타인에 의해 개발된 단기개입모델로, 실증적 연구를 통해 체계화되었다. 이 모델은 실용주의 철학, 시스템 이론, 인지행동이론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과제 수행'을 통한 변화를 핵심 기제로 삼는다.

과제중심모델의 첫 번째 핵심 원리는 '문제의 명확한 초점화'다. 모호하고 광범위한 문제를 구체적이고 작업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여, 클라이언트와 사회복지사가 공동으로 다룰 수 있는 표적문제(target problems)를 설정한다. 이는 한정된 시간 내에 효과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두 번째 원리는 '시간 제한적 접근'이다. 일반적으로 8-12회기로 개입 기간을 명확히 설정하며, 이러한 시간 제한은 클라이언트와 사회복지사 모두에게 변화를 위한 동기와 집중력을 부여한다. 연구에 따르면, 개입의 대부분의 변화는 초기 몇 회기 내에 이루어지며, 시간 제한이 오히려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세 번째 원리는 '과제 수행을 통한 변화'다. 과제는 클라이언트가 회기 외부에서 수행하는 구체적 행동으로, 변화의 실질적 수단이 된다. 이론적으로는 작은 성공 경험이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이것이 더 큰 변화로 이어진다는 반두라의 자기효능감 이론과 맞닿아 있다.

네 번째 원리는 '경험적 기반과 실용성'이다. 과제중심모델은 이론적 순수성보다 '무엇이 효과가 있는가'라는 실용적 질문에 중점을 둔다. 이는 현대 사회복지의 증거기반실천 흐름의 선구적 사례로 볼 수 있다.

과제중심모델의 개입 과정과 과제 유형

과제중심모델의 개입 과정은 명확한 구조와 단계를 갖추고 있다. 첫 단계는 '표적문제 탐색과 선정'이다. 클라이언트가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들 중에서 가장 시급하고 변화 가능성이 높은 2-3개의 문제를 초점화한다. 이때 문제는 클라이언트의 언어로 구체적이고 행동적인 용어로 정의된다.

두 번째 단계는 '계약 체결'이다. 다룰 표적문제, 개입 기간, 회기 빈도, 클라이언트와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책임 등을 명확히 하는 계약을 맺는다. 이 계약은 서면으로 작성될 수도 있고, 구두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상호 동의에 기반한 명확한 합의다.

세 번째 단계는 '과제 계획 및 수행'이다. 표적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과제를 계획하고, 클라이언트가 이를 일상생활에서 수행하도록 한다. 과제는 클라이언트의 참여와 동의 하에 설계되며,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된다.

네 번째 단계는 '과제 수행 점검 및 장애물 탐색'이다. 클라이언트의 과제 수행 정도를 점검하고, 수행을 방해한 요인들을 함께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과제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과제를 설계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단계는 '종결 및 평가'다. 계약된 기간이 종료되면, 표적문제의 해결 정도를 평가하고 성취한 변화를 강화한다.

과제중심모델에서 활용되는 과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환경적 과제'는 자원 확보나 환경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주택 신청, 법률 지원 요청 등이 포함된다. '대인관계적 과제'는 타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의사소통 방식 변화, 갈등 해결 등을 다룬다. '인지정서적 과제'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인식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사고 기록, 감정 일지 작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해결중심모델의 철학적 기반과 핵심 가정

해결중심모델은 1980년대 미국 위스콘신의 단기가족치료센터에서 스티브 데 쉐이저와 인수 김 버그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 모델은 사회구성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밀턴 에릭슨의 전략적 치료 접근법에 철학적 뿌리를 두고 있다.

해결중심모델의 첫 번째 핵심 가정은 '문제보다 해결책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전통적 접근법이 문제의 원인과 역사를 탐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면, 해결중심모델은 바람직한 미래 상태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수록 문제가 커지고,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할수록 해결책이 커진다"는 철학에 기반한다.

두 번째 가정은 '클라이언트는 변화를 위한 자원과 강점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전문가'가 아니라 '협력자'다. 클라이언트가 이미 가진 강점, 자원, 예외적 상황을 발견하고 확장하도록 돕는다.

세 번째 가정은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이끈다'는 것이다. 시스템 이론의 관점에서, 삶의 한 영역에서의 작은 변화가 다른 영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파급 효과'(ripple effect)를 가진다고 본다. 따라서 거창한 변화보다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작은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네 번째 가정은 '모든 문제에는 예외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도 항상 동일한 강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문제가 덜 심각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는 '예외적 상황'이 있다. 이러한 예외를 발견하고 분석하면, 그 상황에서 작동한 해결책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다섯 번째 가정은 '다양한 현실과 관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사회구성주의 철학에 기반하여, 객관적 진실보다는 클라이언트가 구성하는 현실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한다.

해결중심 질문 기법과 대화 전략

해결중심모델의 독특한 특징은 특화된 질문 기법과 대화 전략에 있다. 이러한 기법들은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강점과 자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촉진한다.

'기적 질문'(Miracle Question)은 해결중심모델의 대표적 기법으로, "만약 오늘 밤 당신이 잠든 사이에 기적이 일어나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내일 아침 어떤 점이 달라져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클라이언트가 문제가 없는 미래 상태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유도하여, 바람직한 목표와 변화의 지표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외 질문'(Exception Question)은 "문제가 덜 심각하거나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요?"와 같이 묻는다. 이를 통해 문제가 항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예외적 상황에서 작동한 해결 전략을 발견하여 이를 확장한다.

'대처 질문'(Coping Question)은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버텨내고 있나요?"와 같이 질문함으로써, 클라이언트가 이미 활용하고 있는 대처 능력과 강점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특히 무력감을 느끼는 클라이언트에게 자신의 생존력을 재확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척도 질문'(Scaling Question)은 "1부터 10까지의 척도에서, 현재 상황은 어디쯤 위치해 있나요?"와 같은 형태로 묻는다. 이는 추상적인 문제나 목표를 가시화하고, 진전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한 단계 올라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라고 묻는 후속 질문을 통해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관계 질문'(Relationship Question)은 "당신의 배우자/부모님/친구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요?"와 같이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과제중심모델과 해결중심모델의 통합적 적용

과제중심모델과 해결중심모델은 단기개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각각 독특한 강점과 초점을 갖고 있다. 현대 사회복지실천에서는 이 두 모델의 요소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접근이 증가하고 있다.

과제중심모델은 명확한 구조와 절차, 구체적인 과제 수행을 통한 변화 촉진에 강점이 있다. 반면, 해결중심모델은 클라이언트의 강점과 자원 발견, 예외적 상황 탐색, 미래 지향적 대화를 통한 변화 동기 강화에 효과적이다. 두 모델은 모두 클라이언트의 자기결정권과 역량을 존중한다는 가치적 기반을 공유한다.

통합적 적용의 첫 번째 방식은 '과제 설계에 해결중심 대화 전략 활용하기'다. 과제중심모델의 체계적인 과제 설계 과정에 해결중심 질문 기법을 접목하면,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강점과 자원에 기반한 과제를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외 질문을 통해 발견한 성공 경험을 과제로 체계화하거나, 척도 질문을 통해 과제의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

두 번째 방식은 '목표 설정의 구체화와 미래 지향성 균형 맞추기'다. 과제중심모델의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 설정 방식과 해결중심모델의 바람직한 미래 상태 구상을 결합하면, 실현 가능성과 영감을 동시에 갖춘 목표를 수립할 수 있다. 기적 질문을 통해 장기적 비전을 탐색한 후, 이를 과제중심모델의 SMART 목표(구체적, 측정 가능한, 달성 가능한, 현실적인, 시간 제한적) 형식으로 구체화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세 번째 방식은 '클라이언트의 진전 평가 방법 통합하기'다. 과제중심모델의 체계적인 과제 수행 점검과 해결중심모델의 척도 질문을 결합하여, 클라이언트의 변화 과정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피드백할 수 있다.

단기개입모델의 다양한 적용 영역

과제중심모델과 해결중심모델을 포함한 단기개입모델은 다양한 실천 현장과 클라이언트 집단에 적용되고 있다. 이 모델들의 특성상 명확한 초점화가 가능하고 시간 효율적인 개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가족서비스 영역에서는 부모-자녀 갈등, 부부 의사소통 문제, 가족 규칙 설정 등의 문제에 단기개입모델이 활발히 활용된다. 특히 해결중심모델은 가족 구성원 각자의 강점을 발견하고 예외적 상황을 탐색함으로써, 가족 시스템의 변화를 촉진한다. 과제중심모델은 구체적인 가족 내 역할과 규칙 변화를 위한 과제 수행을 통해 가족 기능 향상에 기여한다.

학교사회복지 현장에서는 학업 문제, 또래 관계, 행동 문제 등을 다루는 데 단기개입모델이 유용하다. 한 학년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하는 교육환경의 특성상, 시간 제한적 접근이 적합하다. 해결중심모델의 척도 질문과 예외 탐색은 청소년의 동기 강화에 효과적이며, 과제중심모델의 구체적 행동 과제는 학교와 가정에서의 행동 변화를 촉진한다.

의료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질병 관리, 치료 계획 준수, 퇴원 계획 등에 단기개입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병원 환경의 특성상 짧은 재원 기간 내에 효과적인 개입이 필요하며, 환자와 가족의 대처 능력 강화가 중요하다. 해결중심모델은 환자의 회복력과 대처 자원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고, 과제중심모델은 퇴원 후 자기관리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는 데 유용하다.

결론

과제중심모델과 해결중심모델은 사회복지실천에서 중요한 단기개입모델로, 클라이언트의 자기결정권과 강점을 존중하는 가치를 공유한다. 과제중심모델은 명확한 문제 초점화와 구체적 과제 수행을 통한 변화를, 해결중심모델은 클라이언트의 강점과 자원 발견, 해결책 구축을 강조한다.

이 두 모델은 각각의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때 더욱 효과적인 개입이 가능하다. 과제 설계에 해결중심 질문 기법을 접목하거나, 구체적 목표 설정과 미래 지향적 비전을 균형 있게 결합하는 방식으로 통합할 수 있다.

단기개입모델은 가족서비스, 학교사회복지, 의료사회복지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각 영역의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된다. 이러한 모델은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효과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실용적 접근법으로, 현대 사회복지실천의 중요한 이론적 도구로 자리 잡았다.

효과적인 사회복지실천을 위해서는 모델의 이론적 원리를 충실히 이해하면서도, 클라이언트의 특성과 문제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단기개입모델의 한계를 인식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접근법과 통합하거나 보완하는 실천적 지혜가 요구된다. 그럼으로써 클라이언트의 역량 강화와 문제 해결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전문적 실천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