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실천론 11. 인권 기반 접근과 역량강화 관점: 사회복지 실천의 변혁적 패러다임

인권 관점의 사회복지 실천 기초

사회복지 실천에서 인권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를 최우선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권은 모든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보편적 권리로, 사회복지 실천의 핵심 가치와 직결된다. 특히 취약계층과 함께 일하는 사회복지사에게 인권 관점은 필수적인 실천 프레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권 기반 접근의 핵심 원칙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편성 원칙이다. 모든 인간은 차별 없이 동등한 인권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둘째, 불가분성 원칙으로 시민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한다. 셋째, 상호의존성 원칙을 통해 한 권리의 실현이 다른 권리 실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해한다. 넷째, 참여의 원칙으로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 실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을 강조한다.

사회복지 실천에서 인권 관점을 적용할 때는 클라이언트를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욕구 중심 접근이 클라이언트를 서비스 수혜자로 바라보았다면, 인권 관점은 그들을 권리 보유자(rights-holder)로 바라본다. 이러한 관점은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서비스 제공자에서 권리 증진을 위한 조력자로 확장시킨다.

역량강화 원칙과 이론적 기반

역량강화는 개인, 집단, 지역사회가 자신의 삶과 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고 자원과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역량강화 개념은 파울로 프레이리의 의식화 교육, 솔로몬의 흑인 역량강화 이론, 페미니스트 관점 등 다양한 이론적 전통에서 발전해왔다.

역량강화 실천의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이 구체화할 수 있다. 첫째, 자기결정권 존중이다.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삶에 관한 결정을 내릴 권리와 능력이 있음을 인정한다. 둘째, 강점 관점이다. 문제와 결핍보다 개인과 지역사회의 강점, 자원,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파트너십 구축이다. 전문가-클라이언트 간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적 문제해결을 추구한다. 넷째, 참여적 과정이다. 클라이언트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역량강화 이론은 미시적, 중간적, 거시적 수준에서 동시에 작동한다. 미시적 수준에서는 개인의 자기효능감과 통제감 향상에 중점을 둔다. 중간 수준에서는 집단 내 상호지원과 집합적 정체성 형성을 촉진한다. 거시적 수준에서는 구조적 불평등에 도전하고 사회변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다층적 접근을 통해 역량강화 실천은 개인의 변화와 사회적 변화를 동시에 추구한다.

반억압적 실천 모델의 구조

반억압적 실천은 다양한 형태의 억압(인종차별, 성차별, 장애인 차별, 계급 불평등 등)이 서로 교차하여 작용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 모델은 1990년대부터 영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억압의 다차원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반억압적 실천의 핵심 구성요소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자기성찰이다. 사회복지사는 자신의 특권과 권력 위치를 인식하고, 이것이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둘째, 비판적 의식화다.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상황을 개인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 억압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셋째, 연대와 집합적 행동이다. 개인적 변화를 넘어 억압적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집단적 노력을 지지하고 참여한다.

반억압적 실천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전통적인 전문가 모델과 달리, 동반자이자 조력자로 재정의된다. 이 과정에서 권력 불균형을 인식하고, 클라이언트와 권력을 공유하며, 권한을 이양하는 실천이 강조된다. 또한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존중받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권리 중심 실천 모델의 적용

권리 중심 실천 모델은 국제인권규범과 원칙을 사회복지 실천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방법론이다. 이 모델은 UN의 인권 기반 접근법(Human Rights-Based Approach)에 기초하여 발전했으며, 사회복지 과정의 모든 단계에 인권 원칙을 통합한다.

권리 중심 실천의 적용 단계는 다음과 같이 체계화할 수 있다. 첫째, 상황 분석 단계에서는 인권 침해 및 차별 사례를 식별하고, 권리 실현을 방해하는 구조적 장벽을 파악한다. 둘째, 계획 수립 단계에서는 권리 보유자와 의무 부담자를 명확히 규정하고, 권리 증진을 위한 구체적 목표와 전략을 설정한다. 셋째, 실행 단계에서는 권리 보유자의 참여를 촉진하고, 역량을 강화하며, 증거에 기반한 개입을 실시한다. 넷째, 모니터링 및 평가 단계에서는 인권 지표를 활용하여 개입의 효과를 측정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수집한다.

권리 중심 실천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책무성 메커니즘의 구축이다. 이는 권리 침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시정하고 배상받을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가 권리 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적절한 구제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사회복지기관과 사회복지사 자신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 점검 체계도 필요하다.

임파워먼트(역량강화) 실천 전략

임파워먼트 실천은 추상적 이론이 아닌 구체적 전략과 기술로 이어져야 한다. 개인적 차원의 임파워먼트 전략으로는 자기효능감 향상, 비판적 의식 개발, 자원 접근성 강화 등이 있다. 이를 위해 강점 기반 사정, 인지행동적 개입, 기술 훈련, 자원 연계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집단 차원의 임파워먼트 전략은 상호지원 네트워크 구축, 집합적 정체성 형성, 공동체 의식 강화 등을 포함한다. 자조집단, 지지집단, 옹호집단 등 다양한 형태의 집단 활동을 통해 개인의 고립감을 줄이고 공동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이러한 집단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함께 변화를 모색하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지역사회 차원의 임파워먼트 전략은 지역 주민의 참여 촉진, 지역 자산 발굴, 지역 리더십 개발,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등을 포함한다. 지역사회 조직화, 참여적 액션 리서치, 지역사회 기반 계획 수립 등의 방법을 통해 지역사회의 집합적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임파워먼트 실천에서 사회복지사는 자원 연계자, 교육자, 촉진자, 옹호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역할은 클라이언트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채택되며, 항상 클라이언트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문화적 역량과 다양성 존중 실천

인권과 역량강화 관점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실천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문화적 역량이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클라이언트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지식, 기술, 태도의 통합적 집합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문화적 가정을 성찰하고, 다양한 세계관을 존중하며, 문화적으로 적절한 개입을 개발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문화적 역량 개발은 지속적인 과정으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 첫째, 문화적 자각 단계에서는 자신의 문화적 가치관과 편견을 인식한다. 둘째, 문화적 지식 획득 단계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셋째, 문화적 기술 개발 단계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고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넷째, 문화적 만남 단계에서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쌓는다.

다양성 존중 실천에서는 교차성(intersectionality) 개념이 중요하다. 이는 개인이 여러 사회적 범주(인종, 성별, 계급, 장애 등)에 동시에 속하며, 이로 인해 복합적인 억압과 특권을 경험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의 정체성이 단일하지 않고 다층적임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유한 경험과 관점을 존중해야 한다.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접근

인권과 역량강화 관점에서 사회복지 실천은 개인 수준의 개입을 넘어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옹호 활동으로 확장된다. 옹호란 취약계층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를 대신하여 옹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스스로를 옹호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지원해야 한다.

옹호의 유형은 사례 옹호와 원인 옹호로 구분할 수 있다. 사례 옹호는 개별 클라이언트나 가족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원인 옹호는 불공정한 정책이나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두 유형의 옹호는 상호보완적이며, 효과적인 사회복지 실천은 이 둘을 통합적으로 수행한다.

옹호 활동의 구체적 전략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교육과 정보 제공이다. 클라이언트와 일반 대중에게 권리와 이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둘째, 네트워킹과 연대 구축이다. 유사한 목표를 가진 개인과 단체들과 협력하여 영향력을 확대한다. 셋째, 미디어 활용이다.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확산한다. 넷째, 정책 분석과 제안이다. 현행 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다섯째, 로비와 캠페인이다. 의사결정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한다.

사회복지사의 정치적 참여는 윤리적 의무의 일부로 인식될 수 있다. 전문가 개인으로서, 그리고 전문직 단체의 일원으로서 사회복지사는 사회정의를 증진하는 정책을 지지하고, 불의한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사회복지 윤리강령의 핵심 가치인 사회정의와 인권 존중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사례를 통한 인권 기반 접근과 역량강화 실천

장애인 권리 옹호 사례를 통해 인권 기반 접근과 역량강화 실천의 적용을 살펴볼 수 있다. 지역사회 장애인 단체와 협력한 사회복지사는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위한 정책 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주의 원칙에 따라 장애인들이 캠페인의 계획, 실행, 평가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사회복지사는 촉진자 역할을 담당하며 장애인들이 자신의 경험과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캠페인은 지역 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조례 제정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참여한 장애인들의 자기효능감과 역량이 크게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주민 지원 사례에서는 권리 중심 실천 모델의 적용을 볼 수 있다. 이주노동자 지원센터의 사회복지사는 노동권 침해를 경험한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면서,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이들의 권리 인식 향상과 집단적 대응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노동법 교육, 권리 침해 기록 방법 훈련, 법적 구제 절차 안내 등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했다. 또한 이주민 커뮤니티 내 지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정책 제안서를 작성하여 관련 부처에 제출하는 등 다층적 개입을 실시했다.

아동권리 증진 사례에서는 인권과 역량강화 관점이 어떻게 아동복지 실천에 통합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아동양육시설의 사회복지사는 시설 내 아동들의 참여권 보장을 위해 '아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시설 운영과 프로그램 개발에 아동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아동들은 위원회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주장하는 능력을 발전시켰으며, 시설 운영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경험을 통해 주체성과 자기효능감이 향상됐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는 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는 의사결정 참여 방법을 개발하고, 성인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아동의 관점과 경험을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결론

인권 기반 접근과 역량강화 관점은 사회복지 실천의 변혁적 패러다임으로, 개인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실천 방향을 제시한다. 이 관점은 클라이언트를 단순한 서비스 수혜자가 아닌 권리의 주체이자 변화의 주체로 인식하며, 개인과 사회 모두의 변화를 추구한다.

현대 사회복지 실천에서 인권과 역량강화 관점이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억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사회변화의 촉진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사는 비판적 성찰 능력, 구조적 분석 능력, 협력적 실천 능력, 옹호 능력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인권과 역량강화 관점에 기반한 사회복지 실천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구조적 변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통합적으로 추구한다. 이러한 실천은 클라이언트의 즉각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그러한 필요를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사회적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한 집합적 노력에 참여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