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족의 변화와 가족정책의 필요성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모습은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크게 변화해왔다. 전통적인 대가족 중심의 가족 구조는 핵가족화되었고, 최근에는 1인 가구,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재혼가족 등 가족 형태의 다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족 구조와 기능의 변화는 가족 관련 정책의 방향과 내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가족정책(family policy)은 가족의 형성, 유지, 발전을 지원하고, 가족 구성원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국가의 체계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가족 관련 법률 체계, 경제적 지원 제도, 서비스 전달 체계 등을 포함한다. 가족정책은 단순히 '문제 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가족의 안정적인 기능 수행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한국의 가족정책 발전 과정은 사회경제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산업화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는 가족의 구조와 기능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는 가족정책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가족 내에서 해결되던 돌봄, 교육, 부양 등의 기능이 사회화되면서, 국가의 가족 지원 역할이 점차 확대되었다.
가족정책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가족은 사회의 기본 단위로서 사회 안정과 통합의 기반이 된다. 가족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안녕에 기여한다. 둘째, 가족은 인적 자본 형성의 일차적 장으로, 미래 세대의 사회화와 발달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셋째, 인구 구조 변화(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족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넷째, 가족 다양성 증가에 따른 새로운 가족 욕구와 문제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가족정책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왔으며, 특히 산업화 이후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현재의 가족정책 방향과 과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산업화 이전 한국의 가족제도와 정책적 배경
산업화 이전 한국의 가족제도는 유교적 가치관에 기반한 가부장제적 대가족 체계가 지배적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종법제도를 중심으로 한 가족 질서가 확립되었으며, 호주(戶主)를 중심으로 한 가족 체계, 장자 중심의 상속 제도, 엄격한 성별 역할 분리 등이 특징이었다. 이러한 전통적 가족 체계는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되었으며, 사회의 기본 질서로 기능했다.
일제 강점기(1910-1945)에는 식민 통치의 일환으로 일본식 가족 제도인 '이에(家)' 제도가 도입되었다. 1912년 시행된 조선민사령은 일본 민법의 가족 관련 규정을 한국에 적용했으며, 이는 전통적 가족 제도에 법적 변형을 가져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가족 생활에서는 여전히 전통적 가부장제가 지배적이었으며, 가족 내 위계와 성별 분업이 강조되었다.
해방 이후부터 산업화 초기까지(1945-1960년대 초)는 전쟁과 혼란, 그리고 재건의 시기였다. 한국전쟁(1950-1953)은 많은 가족을 해체시키고 전쟁고아, 전쟁미망인 등 새로운 사회적 취약계층을 만들었다. 이 시기의 가족 정책은 주로 이러한 전후 복구와 구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체계적인 가족 지원보다는 긴급 구호와 보호 중심이었다.
1958년 제정된 민법(1960년 시행)은 전통적 가족 제도의 많은 요소를 법제화했다. 호주제, 동성동본 금혼제, 남녀 차별적 상속 규정 등이 유지되었으며, 이는 가부장제적 가족 질서의 법적 기반이 되었다. 이 시기까지 국가의 가족 개입은 최소한이었으며, 가족 문제는 주로 가족 내에서 해결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산업화 이전 시기의 가족 관련 정책은 오늘날의 의미에서 '가족정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 지원이나 개입보다는, 전통적 가족 질서의 유지와 보존에 중점을 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중심이었다. 가족은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었으며, 가족 기능(돌봄, 부양, 교육 등)은 거의 전적으로 가족의 책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가족 구조와 기능에 큰 변화가 시작되었고, 이는 점차 보다 적극적인 가족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게 된다. 산업화는 가족 구성원의 역할과 관계, 가족의 사회적 위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가족 관계를 요구했다.
1960-70년대: 산업화 초기의 가족정책
1960-70년대는 한국의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된 시기로, 경제 발전이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였다. 이 시기의 가족정책은 주로 경제 개발 정책의 보조적 수단으로서, 국가 주도 산업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적극적인 인구 억제 정책과 전통적 가족 가치의 강조였다.
1961년 시작된 가족계획사업은 당시 가장 중요한 가족 관련 정책이었다. "적게 낳아 잘 기르자",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등의 구호와 함께 적극적인 인구 억제 캠페인이 전개되었다. 이는 급속한 인구 증가가 경제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가족계획은 국가 발전 전략의 일부로 추진되었다. 1962년 시작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도 인구 억제가 중요한 목표로 포함되었다.
제도적으로는 1968년 보건사회부 내에 가족계획과가 설치되었고, 출산 억제를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피임 보급, 세금 혜택, 주택 분양 우선권 등)이 도입되었다. 특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가족계획 요원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으며, 이는 한국의 출산율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한편, 이 시기에는 전통적 가족 가치와 윤리가 강조되었다. 1969년부터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과 함께 가족 유대와 가족 책임을 강조했다. 국민교육헌장(1968)에서도 가족 중심 가치와 효(孝)를 포함한 전통적 덕목이 강조되었다. 이는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가족을 사회 안정의 기반으로 유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법적 측면에서는 1962년 사회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나, 실질적인 가족 지원 정책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1961년 아동복리법(후에 아동복지법으로 개정), 1963년 생활보호법, 1977년 의료보험법 등이 제정되었으나, 이는 주로 극빈층이나 특수 상황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였다.
가족 내 돌봄과 양육은 거의 전적으로 가족(특히 여성)의 책임으로 간주되었으며, 국가의 직접적인 가족 지원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탁아 시설은 주로 빈곤층 자녀를 위한 구호적 성격이 강했으며, 일반 가정의 양육 지원은 거의 없었다. 노인 돌봄 역시 전통적인 가족 책임으로 여겨졌고, 공적 노인 복지 체계는 미비했다.
이 시기 가족정책의 특징을 요약하면, 첫째, 경제 성장 우선 정책의 보조적 수단으로서 가족계획이 강조되었다. 둘째, 가족의 자립과 자조를 강조하는 잔여적, 최소주의적 가족 지원이 주를 이루었다. 셋째, 전통적 가족 가치와 가족 책임이 강조되었으며, 가족 돌봄의 사회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넷째, 체계적인 가족정책 틀보다는 단편적, 임시적 조치들이 중심이었다.
1960-70년대의 가족정책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제한적이었으나, 당시의 사회경제적 맥락에서는 국가 주도 산업화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급속한 사회 변화는 가족 구조와 기능에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는 점차 더 포괄적인 가족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게 된다.
1980-90년대: 민주화와 가족정책의 확대
1980-90년대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가족정책이 양적, 질적으로 확대된 시기다. 경제 성장의 결실이 가시화되고 사회 복지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책임도 점차 확대되었다. 또한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 가족 구조의 변화, 가족 문제의 다양화 등이 새로운 가족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1980년대 초반까지는 여전히 인구 억제 정책이 지속되었으나, 점차 가족 복지와 지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1981년 설립된 한국여성개발원(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과 가족 정책 연구의 기반을 마련했다. 1983년에는 모자복지법이 제정되어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이 법제화되었으며, 1989년에는 아동복지법의 전면 개정이 이루어졌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가 가속화되면서, 가족정책에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등 사회보장제도가 확충되었으며, 이는 가족의 의료비와 노후 부양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1990년대에는 가족정책의 범위와 내용이 더욱 확대되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으로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이 명시되었으며, 공공 보육 인프라 확충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보육 서비스는 여전히 민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국가의 재정 지원은 제한적이었다.
1994년에는 세계화 정책의 일환으로 '삶의 질 세계화' 선언이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가족 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같은 해 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은 가족 지원을 사회보장의 중요한 영역으로 포함시켰다. 1995년에는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되어 양성평등 정책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이는 가족 내 성별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족 구조와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법 개정도 이루어졌다. 1990년 가족법 개정을 통해 호주제의 일부 내용이 수정되고 여성의 재산권이 강화되었으며, 1997년 개정에서는 동성동본 금혼제가 일부 완화되었다. 이는 전통적 가족 제도에서 보다 평등하고 근대적인 가족 관계로의 전환을 반영한다.
경제위기도 가족정책의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 1997년 외환위기(IMF 위기) 이후 실업과 빈곤 증가로 많은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으며, 이는 가족 해체와 사회 문제로 이어졌다. 이에 대응하여 1998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었고, 실업 가정 지원, 가족 위기 개입 등의 정책이 강화되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와 함께 일-가정 양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1995년, 1999년 개정), 1999년 영유아보육법 개정 등을 통해 직장 보육시설 설치 의무화, 육아휴직 제도 도입 등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시기까지 일-가정 양립 지원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렀다.
1980-90년대 가족정책의 특징을 요약하면, 첫째, 가족에 대한 국가 책임과 지원이 점진적으로 확대되었다. 둘째, 가족법과 관련 제도의 개혁을 통해 보다 평등한 가족 관계를 지향하게 되었다. 셋째, 보육, 한부모가족 지원 등 특정 영역에서 가족 지원 법제가 마련되었다. 넷째, 경제위기를 계기로 가족 안전망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가족정책은 통합적인 틀보다는 분절적, 대응적 성격이 강했으며, 전통적 가족 책임주의가 상당 부분 유지되었다.
2000년대 이후: 저출산·고령화와 가족정책의 패러다임 변화
2000년대 이후 한국의 가족정책은 저출산·고령화 위기와 가족 다양성 증가라는 두 가지 핵심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이 시기의 가족정책은 이전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갖추게 되었으며, 정책의 우선순위와 접근 방식에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저출산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가적 의제로 급부상했다. 2002년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초저출산 사회에 진입했고, 이는 가족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2004년 대통령 직속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가 설치되었고, 2005년에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되었다. 이를 근거로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5년 단위로 수립·시행되고 있으며, 이는 출산율 제고와 가족 지원을 위한 종합적 정책 프레임워크로 기능하고 있다.
가족 다양성에 대한 정책적 대응도 강화되었다. 2004년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되어 가족정책의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2005년에는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현 한국건강가정진흥원)가 설립되었다. 이를 통해 전국 단위의 가족 지원 서비스 전달체계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어 증가하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이 제도화되었다.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도 크게 확대되었다. 2001년 모성보호 3법(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육아휴직 급여 지급, 직장 보육시설 확충 등이 강화되었다. 200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면서 일-가정 양립이 핵심 정책 의제로 부각되었다. 2008년 도입된 가족친화인증제는 기업의 가족친화 문화 확산을 촉진했다.
보육 정책은 가장 급속한 발전을 보인 영역 중 하나다. 2004년 영유아보육법 전면 개정을 통해 보육의 공공성이 강화되었으며, 보육료 지원이 점진적으로 확대되었다. 2013년부터는 0-5세 전 계층 무상보육이 실시되었고, 가정양육수당도 도입되었다. 또한 보육의 질 제고를 위한 평가인증제, 표준보육과정 도입 등 제도적 기반이 강화되었다.
가족법 영역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2005년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가 폐지되었으며, 이는 가부장제적 가족 질서에서 평등한 가족 관계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중요한 변화였다. 2008년에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건강가정기본법이 개정되었다.
2010년대에는 가족 돌봄의 사회적 지원이 더욱 강화되었다. 2012년 국가보육지원제도(누리과정)의 도입,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등은 돌봄의 사회화를 진전시켰다. 2012년 시행된 아동수당(현재 만 8세 미만 아동 대상)은 아동 양육 가구에 대한 보편적 지원을 강화했다.
가족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지원도 확대되었다. 2016년부터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맞벌이가족 등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강화되었으며, 2018년부터는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적 관심도 증가했다. 2015년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COVID-19 팬데믹은 가족정책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제기했다. 원격 수업,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가족 내 돌봄 부담이 증가했으며, 이는 가족 지원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켰다. 2020년 도입된 긴급돌봄 서비스, 가족돌봄휴가 등은 위기 상황에서 가족 지원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었다.
2000년대 이후 가족정책의 특징을 정리하면, 첫째, 저출산 대응과 연계된 포괄적 가족 지원 체계가 구축되었다. 둘째, 일-가정 양립과 돌봄의 사회화가 정책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셋째, 가족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맞춤형 지원이 강화되었다. 넷째, 가족 지원의 보편성과 공공성이 확대되었다. 이는 전통적 가족 책임주의에서 사회적 책임 강화로의 점진적 전환을 보여준다.
주요 가족정책 영역별 변천 과정과 특징
한국의 가족정책은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발전 경로를 보여왔다. 주요 정책 영역별 변천 과정과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인구 정책
한국의 인구 정책은 극적인 방향 전환을 경험한 영역이다. 1960-80년대의 적극적 출산 억제 정책에서, 2000년대 이후에는 출산 장려 정책으로 완전히 방향이 전환되었다. 1961년 시작된 가족계획사업은 '산아제한'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종합적 접근으로 변화했다.
2005년 제정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저출산 대응의 법적 기반이 되었으며, 이후 5년 단위로 시행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점차 그 범위와 규모를 확대해왔다. 제1차 계획(2006-2010)이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두었다면, 제2차(2011-2015)와 제3차(2016-2020) 계획에서는 일-가정 양립, 양성평등, 주거·교육 부담 경감 등으로 접근이 확대되었다. 제4차 계획(2021-2025)에서는 개인의 생애 선택권 보장과 삶의 질 향상에 더 큰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인구 정책의 변화는 인구 현상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초기의 단순한 수량적 접근에서, 점차 삶의 질, 성평등, 세대 간 형평성 등 질적 측면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2. 보육 및 돌봄 정책
보육 정책은 가장 급속한 발전을 보인 영역 중 하나다. 1980년대까지는 주로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구호적 성격이 강했으나, 1990년대부터 보편적 서비스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은 보육의 공공성 강화의 시작점이 되었다.
2000년대 이후 보육료 지원이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2013년에는 0-5세 전 계층 무상보육이 실현되었다. 보육 인프라도 크게 확충되어, 국공립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 등 다양한 형태의 보육시설이 증가했다.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한 평가인증제(2005년), 표준보육과정(2007년) 등도 도입되었다.
2012년부터는 누리과정을 통해 만 3-5세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며, 가정양육수당 도입(2009년)으로 기관 보육과 가정 양육 간 선택권도 강화되었다. 최근에는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3. 일-가정 양립 정책
일-가정 양립 정책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와 함께 발전해왔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으로 모성보호와 직장 내 성평등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2001년 모성보호 3법 개정을 통해 육아휴직 제도가 실질화되었다.
200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면서 일-가정 양립이 독립적 정책 영역으로 부상했다. 이후 육아휴직 기간 및 급여의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도입(2008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2008년), 가족돌봄휴가제(2019년)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확대되었다.
2008년 도입된 가족친화인증제는 기업의 가족친화 문화 확산에 기여했으며, 2010년대 이후에는 남성의 육아 참여 증진을 위한 '아빠의 달'(2014년, 남성 육아휴직 인센티브) 등 성평등한 돌봄 문화 조성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4. 다양한 가족 지원 정책
가족 형태의 다양화에 따라 맞춤형 가족 지원 정책도 발전해왔다. 한부모가족 지원은 1989년 모자복지법(현 한부모가족지원법)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되었으며, 양육비 지원, 주거 지원 등이 강화되었다.
다문화가족 지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되어,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으로 제도화되었다. 한국어 교육, 자녀 양육 지원, 사회 적응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최근에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정책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8년부터 1인 가구 지원 정책이 시작되어, 안전, 주거, 사회적 관계망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지원이 모색되고 있다.
5. 가족 서비스 전달체계
가족 지원 서비스의 전달체계도 점차 확충되었다. 2004년 건강가정기본법 제정 이후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전국적으로 설치되었으며, 2015년부터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의 통합 운영을 통해 '가족센터'로 개편되고 있다.
이외에도 육아종합지원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아이돌봄서비스 등 다양한 가족 지원 전달체계가 구축되었다. 최근에는 지역 기반의 통합적 서비스 제공과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결론
한국의 가족정책은 산업화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와 함께 점진적으로 발전해왔다. 초기의 경제 성장 중심, 인구 통제 중심의 제한적 접근에서, 점차 가족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편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가족정책의 변화 과정에서 몇 가지 주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 가족 책임주의에서 국가와 사회의 공동 책임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돌봄, 양육, 부양 등 전통적으로 가족이 담당하던 기능의 일부가 사회화되었으며, 이는 가족의 부담 경감에 기여했다.
둘째, 선별적 지원에서 보편적 지원으로 확대되었다. 초기의 취약계층 중심 접근에서, 점차 모든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지원 체계로 발전했다. 셋째, 가족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강화되었다. 표준적 가족 모델을 넘어, 다양한 가족 형태와 생활양식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넷째, 성평등한 가족 관계와 역할 분담을 지향하게 되었다. 전통적 성별 분업에서 벗어나, 일과 가정의 균형, 공동 양육, 평등한 가족 관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저출산 문제는 지속되고 있으며, 가족 다양성에 대한 법적, 제도적 인정은 아직 불완전하다. 돌봄의 사회적 분담과 성평등한 가족 문화 정착도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제다. 또한 급격한 고령화, 디지털 전환, 팬데믹 등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가족정책의 혁신도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한국의 가족정책은 더욱 포용적이고 유연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가족의 욕구와 선택을 존중하는 맞춤형 지원, 생애주기에 따른 통합적 접근, 지역사회 기반의 촘촘한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가족정책은 모든 가족 구성원의 행복과 안녕을 증진하고, 가족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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