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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정치학 7. 신제도주의의 다양한 접근법과 현대 정치분석에서의 위상 - 합리적 선택, 역사적, 사회학적 제도주의를 중심으로

SSSCHS 2025. 4. 1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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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연구의 부활: 신제도주의의 등장 배경

1950-60년대 행태주의 혁명이 정치학계를 지배하면서 제도 연구는 한동안 학문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행태주의는 개인의 정치행태와 태도에 초점을 맞추며 제도를 단순히 이러한 행위의 집합적 결과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제도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의 행태주의적 접근이 설명하지 못하는 정치현상들이 많다는 인식과 함께, 제도가 단순히 행위의 결과물이 아니라 행위를 구조화하는 독립적인 변수라는 시각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마치(James March)와 요한 올슨(Johan Olsen)은 1984년 발표한 논문 "The New Institutionalism: Organizational Factors in Political Life"에서 '신제도주의(New Institutionalism)'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제도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이들은 기존의 행태주의적 정치학이 지나치게 환원주의적이고 공리주의적이며, 기능주의적 경향을 가진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제도가 어떻게 정치행위를 형성하고 제약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제도주의는 고전적 제도주의와 달리 단순히 공식적인 제도의 구조와 기능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지속되며, 변화하는지, 그리고 제도와 행위자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시도한다. 또한 신제도주의는 비공식적 규범, 관행, 인지적 틀과 같은 비공식적 제약요인들도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간주한다.

신제도주의의 다양한 갈래

신제도주의는 하나의 통일된 이론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이론적 접근법들의 집합이다. 피터 홀(Peter Hall)과 로즈마리 테일러(Rosemary Taylor)는 1996년 논문 "Political Science and the Three New Institutionalisms"에서 신제도주의를 세 가지 주요 갈래로 분류했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 역사적 제도주의, 사회학적 제도주의. 이들은 각각 제도의 정의, 형성, 변화, 그리고 제도와 행위의 관계에 대해 서로 다른 가정과 분석틀을 제시한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는 경제학, 특히 신제도경제학의 영향을 받아 발전했다. 이 접근법은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 행위자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제도는 이러한 개인들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구조화하는 '게임의 규칙'으로 이해된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에서 제도의 주요 기능은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거래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올리버 윌리엄슨(Oliver Williamson)의 거래비용 이론이나 더글러스 노스(Douglass North)의 제도 분석이 대표적인 예이다. 노스는 제도를 "사회에서의 게임의 규칙" 또는 "인간이 고안한, 인간 상호작용을 형성하는 제약"으로 정의했다.

이 관점에서 제도는 개인이나 집단이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설계한 결과물이다. 즉, 제도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적 창조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정치인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위해 특정한 선거제도나 정부형태를 선호할 수 있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는 특히 미국 의회 연구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케니스 셰프슬(Kenneth Shepsle)과 배리 위인가스트(Barry Weingast) 등은 의회 내 위원회 구조, 투표 규칙, 의사진행 절차 등이 어떻게 입법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또한 조지 체블리스(George Tsebelis)의 '거부권 행위자(veto player)' 이론은 정치체제 내에서 정책 변화를 막을 수 있는 행위자들의 숫자와 배치가 정책 안정성과 변화 가능성을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의 강점은 명확한 이론적 미시 기초와 정교한 분석 모델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 접근법이 지나치게 단순화된 인간 행동 모델에 의존하고, 문화적·역사적 맥락을 무시하며, 권력 관계와 같은 정치의 중요한 측면을 간과한다고 지적한다.

역사적 제도주의

역사적 제도주의는 제도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 그 맥락을 중시한다. 이 접근법에 따르면, 제도는 단순히 개인의 선호를 집합한 결과물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 형성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일단 형성된 제도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을 통해 자기강화적인 과정을 거치며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 제도주의에서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중대한 전환점(critical juncture)'이다. 스테판 콜리어(Stephen Collier)와 데이비드 콜리어(David Collier)는 『결정적 분기점(Shaping the Political Arena)』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두 개 이상의 뚜렷한 대안적 진로 사이에서 선택이 이루어지는 상황"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중대한 전환점에서 이루어진 선택은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제도적 경로를 결정하게 된다.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은 폴 피어슨(Paul Pierson)이 발전시킨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 또는 '자기강화 과정(self-reinforcing processes)'이다. 이는 일단 특정한 제도적 경로가 선택되면, 그 경로를 변경하는 비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커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제도가 최초의 형성 목적이나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역사적 제도주의는 또한 '의도치 않은 결과'와 제도적 '중첩(layering)'에도 주목한다. 제도는 종종 설계자들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으며, 새로운 제도는 기존 제도 위에 중첩되어 복잡한 제도적 지형을 형성한다.

캐슬린 테일런(Kathleen Thelen)과 제임스 마호니(James Mahoney)는 『제도적 변화의 설명(Explaining Institutional Change)』에서 점진적이지만 변혁적인 제도 변화의 다양한 패턴을 분석했다. 이들은 '대체(displacement)', '층화(layering)', '표류(drift)', '전환(conversion)' 등의 변화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역사적 제도주의는 복지국가 연구, 비교정치경제, 그리고 민주주의 이행과 공고화 연구에서 특히 영향력이 컸다. 이 접근법의 강점은 권력 관계의 불균형, 시간적 과정의 중요성, 그리고 제도적 맥락의 특수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역사적 제도주의가 종종 과도하게 결정론적이거나 구조주의적이라고 지적한다.

사회학적 제도주의

사회학적 제도주의는 조직사회학, 특히 신제도주의 조직이론에서 발전했다. 이 접근법은 제도를 공식적인 규칙과 절차뿐만 아니라 "행동을 안내하는 상징 체계, 인지 스크립트, 도덕적 틀"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이해한다.

사회학적 제도주의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제도가 단순히 효율성이나 기능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문화적 적절성'의 논리에 따라 채택된다는 것이다. 존 메이어(John Meyer)와 브라이언 로완(Brian Rowan)은 조직들이 종종 실질적인 효율성 향상보다는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특정 제도적 관행을 채택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요한 개념이 '동형화(isomorphism)'이다. 폴 디마지오(Paul DiMaggio)와 월터 파웰(Walter Powell)은 조직들이 왜 점점 더 비슷해지는지 설명하기 위해 세 가지 유형의 동형화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강제적 동형화(규제나 법적 요구에 의한 변화), 모방적 동형화(불확실성에 대응하여 성공적인 조직을 모방), 규범적 동형화(전문화와 교육을 통한 표준화).

사회학적 제도주의는 또한 제도가 어떻게 행위자의 선호와 정체성 자체를 형성하는지에 주목한다. 제도는 단순히 행위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가 상황을 해석하고 자신의 이익과 정체성을 정의하는 방식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학적 제도주의는 제도 변화를 주로 '제도적 기업가(institutional entrepreneurs)'의 역할을 통해 설명한다. 이들은 기존 제도적 논리에 도전하고 새로운 제도적 배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행위자들이다.

사회학적 제도주의는 국제관계학, 유럽통합 연구, 그리고 정책 확산(policy diffusion) 연구에서 특히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접근법의 강점은 인지적·문화적 차원의 중요성과 제도의 상징적 측면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 접근법이 때로는 지나치게 구성주의적이고 권력 관계와 물질적 이해관계를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한다.

신제도주의 이론의 적용과 사례

비교정치경제학: 자본주의 다양성

신제도주의 접근법은 비교정치경제학에서 '자본주의 다양성(Varieties of Capitalism, VoC)' 연구로 발전했다. 피터 홀과 데이비드 소스키스(David Soskice)는 선진 자본주의 경제를 '자유시장경제(Liberal Market Economies, LMEs)'와 '조정시장경제(Coordinated Market Economies, CMEs)'로 구분했다.

LMEs(미국, 영국 등)는 시장 메커니즘과 형식적 계약에 의존하는 반면, CMEs(독일, 일본 등)는 기업 간 네트워크, 강력한 산업별 협회, 노사 협력 등 비시장적 조정 메커니즘이 발달했다. 이러한 차이는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 산업관계, 교육훈련 시스템, 기업 간 관계 등 상호 보완적인 제도적 영역들에 반영된다.

VoC 접근법은 왜 국가들이 세계화와 같은 공통된 압력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제도적 대응을 보이는지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이 접근법은 특정 유형의 자본주의가 특정 산업이나 혁신 유형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브루노 아마블(Bruno Amable)은 더 세분화된 다섯 가지 자본주의 모델(시장 기반, 대륙 유럽, 사회민주주의, 지중해, 아시아)을 제시했으며, 밥 한케(Bob Hancké)와 마틴 로즈(Martin Rhodes), 마크 삭커(Mark Thatcher) 등은 남유럽과 중동부 유럽의 자본주의 모델을 분석했다.

민주주의 연구: 제도적 디자인과 성과

신제도주의 접근법은 어떤 제도적 배열이 민주주의의 질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아렌드 레이프하트(Arend Lijphart)는 『민주주의의 패턴(Patterns of Democracy)』에서 '다수제 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와 '합의제 민주주의(consensual democracy)'를 구분했다.

다수제 민주주의(영국 등)는 권력 집중, 양당제, 단일정부, 다수결 원칙 등의 특징을 갖는 반면, 합의제 민주주의(스위스, 벨기에 등)는 권력 분산, 다당제, 연립정부, 비례대표제 등의 특징을 갖는다. 레이프하트는 합의제 민주주의가 사회적 포용성, 정책 일관성, 소수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후안 린츠(Juan Linz)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제도적 특성이 민주주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린츠는 특히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제보다 의원내각제가 더 안정적인 민주주의 공고화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선거제도, 연방주의, 삼권분립, 헌법재판소 등 다양한 제도적 변수들이 민주주의의 질과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복지국가 연구: 경로의존성과 제도적 변화

신제도주의, 특히 역사적 제도주의는 복지국가의 형성, 발전, 개혁에 관한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스타 에스핑-안데르센(Gøsta Esping-Andersen)은 『복지 자본주의의 세 가지 세계(The Three Worlds of Welfare Capitalism)』에서 복지국가를 자유주의(미국, 영국), 보수주의(독일, 프랑스), 사회민주주의(스웨덴, 덴마크)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러한 유형 구분은 단순히 복지 지출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 정도, 계층화(stratification) 효과, 국가-시장-가족 간 관계 등 제도적 특성의 차이를 반영한다. 각 유형은 특정한 역사적 환경, 계급연합, 국가 구조 등의 산물이며, 한번 형성된 후에는 경로의존성을 통해 지속성을 갖게 된다.

폴 피어슨은 복지국가의 '축소의 정치(politics of retrenchment)'를 분석하며, 이미 확립된 복지제도가 어떻게 강력한 지지연합을 형성하여 급진적인 개혁 시도를 제한하는지 보여주었다. 그는 복지국가 개혁이 대부분 점진적이고 제한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이유를 제도적 경로의존성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캐슬린 테일런과 볼프강 스트렉(Wolfgang Streeck)은 복지국가의 점진적이지만 누적적인 변화가 어떻게 장기적으로 중대한 제도적 변형을 가져올 수 있는지 분석했다. 테일런은 독일 직업훈련제도의 점진적 변화를, 스트렉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자유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연구했다.

개발도상국의 제도 연구: 성공적 개발의 제도적 기초

신제도주의는 또한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제도적 요인의 관계를 분석하는 연구에도 크게 기여했다. 더글러스 노스, 배리 와인개스트(Barry Weingast), 존 월리스(John Wallis)는 『폭력과 사회 질서(Violence and Social Orders)』에서 '제한적 접근 질서(limited access orders)'와 '개방적 접근 질서(open access orders)'를 구분했다. 이들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제한적 접근 질서에서 개방적 접근 질서로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와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착취적 제도(extractive institutions)'와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s)'를 대비시켰다. 이들은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가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피터 에반스(Peter Evans)는 '배태된 자율성(embedded autonomy)' 개념을 통해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이는 국가가 사회로부터 자율적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에 배태되어 있는 역설적 상태를 가리킨다. 이러한 제도적 배열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발전국가의 성공적인 산업화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마우로 기옐모(Mauro Guillén)는 신제도주의 조직이론을 적용하여 스페인, 아르헨티나, 한국, 브라질의 산업화 패턴을 비교 분석했다. 그는 국가 관료제의 응집력, 기업가 집단의 조직, 외국인 투자와 다국적기업의 역할 등 제도적 요인이 각국의 산업화 경로에 미친 영향을 연구했다.

신제도주의의 이론적 쟁점과 비판

구조와 행위자의 관계

신제도주의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구조(제도)와 행위자(agency) 간의 관계이다. 제도가 행위자의 행동을 제약하고 형성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행위자들은 제도를 해석, 조작, 변형시키는 능동적 주체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해 각 신제도주의 갈래는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한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는 제도를 행위자들이 만들고 유지하는 전략적 균형 상태로 보며, 행위자의 자율성과 합리성을 강조한다. 반면 역사적 제도주의는 제도가 행위자의 선호와 전략에 미치는 구조적 제약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학적 제도주의는 제도와 행위자가 상호구성적 관계에 있다고 보며, 제도가 행위자의 정체성과 선호 자체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콜린 헤이(Colin Hay)와 대니얼 윈코트(Daniel Wincott)는 '구조화된 과정으로서의 제도(institutions as structured processes)' 개념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변증법적 접근을 제안했다. 제도는 행위자에게 제약을 가하지만, 동시에 행위자는 자신의 해석과 행동을 통해 제도를 재생산하거나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제도 변화의 설명

신제도주의의 또 다른 중요한 쟁점은 제도 변화의 메커니즘이다. 초기 신제도주의 연구는 제도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연구자들은 제도 변화를 설명하는 다양한 메커니즘과 패턴을 발전시켰다.

캐슬린 테일런과 볼프강 스트렉은 급진적 변화가 아닌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변화에 주목했다. 이들은 '층화(layering)', '표류(drift)', '전환(conversion)', '소모(exhaustion)' 등 다양한 변화 패턴을 제시했다. 층화는 기존 제도 위에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는 과정, 표류는 환경 변화에 대한 제도적 적응의 실패, 전환은 기존 제도의 새로운 목적으로의 재해석, 소모는 제도의 점진적 붕괴를 의미한다.

제도 변화에 대한 또 다른 접근법은 '비판적 전환점(critical junctures)'과 '제도적 기업가(institutional entrepreneurs)'의 역할에 주목한다. 비판적 전환점은 기존 제도적 균형이 깨지고 새로운 제도적 경로가 형성될 수 있는 시기를 가리키며, 제도적 기업가는 기존 제도에 도전하고 새로운 제도를 정당화하는 행위자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제도 간의 상호작용과 제도적 복합체(institutional complexes)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오렌 카치넬슨(Oren Kachelnson)과 요아키머 팔머 올센(Jørgen Møller)은 다양한 제도 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새로운 발전 경로를 만들어내는지 연구했다.

측정과 방법론적 도전

신제도주의 연구의 또 다른 과제는 제도를 어떻게 측정하고 분석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공식적 규칙과 법률은 비교적 쉽게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지만, 비공식적 규범, 관행, 인지적 틀 등은 측정하기가 훨씬 어렵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여 연구자들은 다양한 방법론적 혁신을 시도했다. 역사적 제도주의자들은 과정 추적(process tracing), 분석적 내러티브(analytic narratives), 역사비교분석 등의 방법을 발전시켰다. 사회학적 제도주의자들은 담론 분석, 프레임 분석, 네트워크 분석 등을 활용한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자들은 게임 이론, 통계 모델링, 실험 방법 등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혼합 방법론(mixed methods)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통계 분석과 소수 사례의 심층 분석을 결합하거나, 역사적 사례 연구와 공식 모델링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론적 다원주의는 제도의 복잡성과 다차원성을 보다 풍부하게 포착할 수 있게 한다.

신제도주의에 대한 비판

신제도주의가 비교정치학에 중요한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비판도 제기되었다. 문화주의 관점에서는 신제도주의가 문화, 이데올로기, 가치 등 더 깊은 사회적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구성주의자들은 신제도주의가 제도와 행위자를 지나치게 분리하여 이해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부 비판자들은 신제도주의가 권력 관계와 불평등의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제도가 단순히 문제 해결이나 조정의 메커니즘이 아니라, 권력 관계를 반영하고 재생산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제도 형성과 변화 과정에서 권력의 비대칭성과 분배적 갈등에 더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제도주의의 세 가지 갈래가 서로 너무 다른 이론적 전제와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 진정한 통합적 이론 구축이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각 갈래는 서로 다른 설명 논리와 인과 메커니즘을 강조하기 때문에, 단순한 절충적 접근이 아닌 진정한 이론적 통합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신제도주의의 최근 동향과 미래 전망

이론적 통합 시도

최근 신제도주의 연구에서는 세 가지 갈래 간의 통합 또는 대화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있다. 예를 들어, 피터 홀은 역사적 제도주의에 합리적 선택 이론의 미시적 기초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했으며, 프랭크 롱스트레스(Frank Longstreth)는 역사적 제도주의와 사회학적 제도주의의 접점을 모색했다.

비비언 슈미트(Vivien Schmidt)가 제안한 '담론적 제도주의(discursive institutionalism)'는 기존 세 갈래와 구별되는 '네 번째 신제도주의'로 불리기도 한다. 담론적 제도주의는 행위자들이 어떻게 제도적 맥락 속에서 담론을 통해 의미를 만들고 소통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담론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제도 변화로 이어지는지에 주목한다.

또한 제임스 마호니와 캐슬린 테일런은 『통합된 제도주의를 향해(Towards an Integrated Institutionalism)』에서 서로 다른 제도주의 접근법들 사이의 대화와 상호 학습 가능성을 탐색했다. 이들은 각 접근법이 제도의 서로 다른 측면을 포착하고 있으며, 이들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때 더 풍부한 이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거버넌스와 초국적 제도 연구

신제도주의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동향은 분석 수준의 확장이다. 전통적인 신제도주의 연구가 주로 국내 정치제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지역 통합, 글로벌 거버넌스, 초국적 제도 등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초국적 제도 연구의 중요한 사례가 되었다. 폴 피어슨은 역사적 제도주의 관점에서 EU 통합 과정을 분석했으며, 마크 폴락(Mark Pollack)은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를 적용하여 EU 기관들의 권한 위임과 감독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프랭크 쉬멜페니히(Frank Schimmelfennig)는 사회학적 제도주의와 합리적 선택 이론을 결합하여 EU 확장 과정을 설명했다.

글로벌 거버넌스 영역에서도 신제도주의 접근법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국제제도, 레짐, 규범 등의 형성, 확산, 변화 과정을 분석하는 데 신제도주의적 통찰이 유용하게 활용된다. 특히 기후변화, 인권, 세계무역 등의 영역에서 글로벌 제도적 배열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데 신제도주의 이론이 기여하고 있다.

비공식 제도와 하이브리드 체제 연구

최근 신제도주의 연구에서는 공식 제도와 비공식 제도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민주주의 이행 국가에서는 공식적 제도의 도입이 반드시 기대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존의 비공식적 관행, 후원-수혜자 관계, 부패 네트워크 등이 공식 제도의 작동 방식을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게리엇 헬멧(Gretchen Helmke)은 라틴아메리카 정치에서 비공식 제도의 역할을 연구했으며, 스티븐 레비츠키와 루시언 웨이(Lucan Way)는 '경쟁적 권위주의(competitive authoritarianism)'와 같은 하이브리드 체제의 제도적 특성을 분석했다. 이러한 연구는 신제도주의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서구 민주주의 국가 외에도 다양한 정치 맥락에서 제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행동 경제학과 실험적 접근

신제도주의, 특히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는 최근 행동경제학과 실험정치학의 발전에 영향을 받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인지적 편향, 제한된 합리성, 사회적 선호 등 전통적인 합리적 선택 모델이 간과했던 요소들에 주목한다.

에스터 듀플로(Esther Duflo)와 아비지트 배너지(Abhijit Banerjee) 등은 무작위 통제 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s)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제도적 개입 효과를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또한 행동 게임 이론(behavioral game theory)과 실험실 실험을 통해 제도적 규칙이 개인의 협력, 신뢰, 공정성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제도가 어떻게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개인의 행동 패턴이 어떻게 집합적으로 제도적 결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미시적 기초를 강화한다.

결론: 신제도주의의 의의와 전망

신제도주의는 지난 수십 년간 비교정치학의 이론적·방법론적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행태주의의 환원주의적 접근과 고전적 제도주의의 기술적 접근을 극복하고, 정치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제도의 중요성을 재확립했다.

세 가지 주요 갈래(합리적 선택, 역사적, 사회학적 제도주의)는 각기 다른 이론적 전제와 방법론을 가지고 있지만, 제도가 정치행위와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핵심 인식을 공유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제도의 형성, 지속, 변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정치현상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신제도주의 연구는 또한 비교정치학의 핵심 질문들—민주주의의 질과 안정성, 정치경제 모델의 다양성, 복지국가의 발전과 변화, 개발 성과의 국가 간 차이 등—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해왔다.

물론 신제도주의에 대한 비판과 한계도 존재한다. 권력 관계와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 부족, 문화적·이데올로기적 요인의 과소평가, 이론적 통합의 어려움 등이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신제도주의 연구의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향후 신제도주의 연구는 다양한 접근법 간의 대화와 통합, 공식·비공식 제도의 상호작용, 글로벌 및 초국적 제도의 분석, 미시적 기초의 강화 등의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발전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현대 정치현상을 이해하는 데 더욱 풍부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제도주의의 가장 큰 강점은 제도가 단순히 중립적인 규칙이 아니라, 권력 관계, 역사적 유산, 문화적 맥락이 내재된 복합적 구성물이라는 인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은 정치제도의 설계와 개혁이 단순한 기술적 과정이 아니라, 깊은 정치적·사회적·역사적 함의를 가진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따라서 신제도주의는 단순히 학문적 이론의 차원을 넘어, 현실 세계의 정치적 도전과 제도적 개혁 과정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실천적 의의를 갖는다. 이는 앞으로도 비교정치학의 핵심적인 이론적 패러다임으로서 신제도주의의 위상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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