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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정치학 9. 역사적 신제도주의와 경로의존성 이론으로 본 제도 변화의 동학 - 중대한 전환점에서 점진적 변형까지

SSSCHS 2025. 4. 1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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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신제도주의의 등장과 특징

비교정치학에서 역사적 신제도주의(Historical Institutionalism)는 1980-90년대에 걸쳐 독자적인 이론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1950-60년대 행태주의의 지배와 1970년대 신마르크스주의, 합리적 선택 이론의 부상에 대한 비판적 대응으로 등장했다. 역사적 신제도주의는 단순히 개인의 선호나 계급 이익만으로는 정치적 결과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으며, 제도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 맥락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핵심 주장은 제도가 단순히 개인이나 사회집단의 효용 극대화를 위한 도구적 창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제도는 복잡한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며, 일단 형성된 후에는 행위자들의 선호와 전략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이러한 관점은 제도가 어떻게 발생하고, 지속되며, 변화하는지에 대한 고유한 설명 방식을 제공한다.

스티븐 크래스너(Stephen Krasner)가 "정치 투쟁의 산물로서의 제도는, 그것을 만들어낸 힘이 더 이상 없어져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역사적 신제도주의는 제도의 이러한 지속성에 주목한다. 이는 단순한 현재 행위자들의 효용 계산이나 기능적 필요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주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역사적 맥락의 중요성: 정치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나 사회의 고유한 역사적 맥락과 발전 경로를 고려해야 한다.
  2. 넓은 제도 개념: 공식적 제도(헌법, 법률, 정부조직)뿐만 아니라 비공식적 규범, 관행, 정책 유산 등도 중요한 제도적 요인으로 간주한다.
  3. 권력 관계와 비대칭성의 강조: 제도는 권력의 분배에 영향을 미치며, 특정 집단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자원과 기회를 배분한다.
  4. 중범위 이론(middle-range theory): 보편적 법칙보다는 특정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작동하는 인과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둔다.
  5. 다양한 방법론적 접근: 통계적 분석보다는 역사비교분석, 과정추적(process tracing), 사례연구 등의 방법을 선호한다.

역사적 신제도주의는 특히 복지국가 발전, 정치경제 체제의 다양성, 민주주의 이행과 공고화, 국가 능력과 발전 등의 주제에서 중요한 연구 성과를 이루었다. 피터 홀(Peter Hall), 테다 스카치폴(Theda Skocpol), 캐슬린 테일런(Kathleen Thelen), 폴 피어슨(Paul Pierson) 등이 이 접근법의 대표적 학자들이다.

경로의존성: 개념과 이론적 기초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다. 이는 초기의 선택과 사건들이 이후의 발전 경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며, 시간이 지날수록 대안적 경로로의 전환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과정을 가리킨다.

경로의존성 개념은 원래 경제학과 기술 혁신 연구에서 발전했다. 폴 데이비드(Paul David)는 QWERTY 키보드 배열의 사례를 통해, 기술적으로 더 효율적인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채택된 기술이 어떻게 '잠금(lock-in)' 효과를 통해 지속되는지 보여주었다. 브라이언 아서(W. Brian Arthur)는 이를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 개념으로 설명했다.

정치학에서는 폴 피어슨이 이러한 통찰을 정치제도와 정책 분석에 적용했다. 그는 "정치에서의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 in Politics)"(2000)이라는 논문에서 정치적 과정이 특히 경로의존적 성격을 갖는 이유를 설명했다.

경로의존적 과정의 핵심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우연성(contingency): 상대적으로 작은 사건이나 선택이 장기적으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 타이밍과 순서의 중요성: 비슷한 사건이라도 발생 시점과 순서에 따라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3. 자기강화 과정(self-reinforcing processes): 초기 선택이 긍정적 피드백 효과를 통해 강화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대안적 경로의 상대적 비용이 증가한다.
  4. 높은 전환비용: 일단 특정 경로가 확립되면, 다른 경로로 전환하는 비용이 매우 커진다.

정치 영역에서 경로의존성을 강화하는 네 가지 주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집단행동의 논리: 정치적 동원과 조직화에는 높은 초기 비용과 조정 문제가 존재하지만, 일단 조직이 형성되면 지속적인 이점을 누린다.
  2. 제도적 밀도: 정치적 결정은 복잡한 제도적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며, 하나의 제도 변화는 다른 제도들과의 조정 문제를 야기한다.
  3. 권력의 비대칭성: 제도는 권력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를 초래하며, 이는 제도를 통해 이득을 보는 집단이 그 지속을 위해 자원을 동원할 수 있게 한다.
  4. 해석과 학습의 복잡성: 정치적 환경의 복잡성은 행위자들의 상황 해석과 학습 과정을 어렵게 만들어, 기존 정신모형(mental models)과 인지적 틀의 지속을 촉진한다.

경로의존성이 모든 정치 과정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마가렛 레비(Margaret Levi)는 "경로의존성이란 일단 국가나 지역이 특정 경로에 들어서면, 그 초기 방향을 유지하는 비용은 줄어들고 방향을 바꾸는 비용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하며, 완전한 결정론이 아닌 '제약된 선택(bounded choices)'의 개념을 강조했다.

중대한 전환점과 제도 형성의 동학

경로의존성과 함께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또 다른 핵심 개념은 '중대한 전환점(critical juncture)'이다. 이는 기존의 제도적 제약이 약화되고 새로운 발전 경로가 열리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을 가리킨다. 중대한 전환점에서 이루어진 선택은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정치적 발전을 형성하는 지속적인 유산을 남긴다.

지오바니 카폴리(Giovanni Capoccia)와 대니얼 켈레먼(Daniel Kelemen)은 중대한 전환점을 "정치행위자의 선택이 대안적 제도적 배열 사이에서 선택할 가능성이 상당히 확장되고, 그 선택이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으로 정의했다.

중대한 전환점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우연성의 증가: 구조적 제약이 약화되어 행위자의 선택과 우발적 사건의 영향력이 커진다.
  2. 선택지의 확장: 평소에는 고려되지 않던 급진적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
  3. 지속적 결과: 이 기간 동안의 결정이 이후 장기간 지속되는 제도적 유산을 남긴다.

중대한 전환점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 외부적 충격: 전쟁, 경제 위기, 자연재해 등이 기존 제도의 정당성과 효과성을 약화시킨다.
  • 내부적 모순의 축적: 제도 내부의 긴장과 모순이 임계점에 도달하여 변화의 압력을 만들어낸다.
  • 외부 영향과 내부 갈등의 상호작용: 국제적 압력이 국내 정치 균형을 변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루스 베린스 콜리어(Ruth Berins Collier)와 데이비드 콜리어(David Collier)는 『결정적 분기점(Shaping the Political Arena)』(1991)에서 라틴아메리카 8개국의 노동운동 통합 과정을 분석하며 중대한 전환점 개념을 체계화했다. 그들은 각국의 노동 통합 방식 차이가 이후 정당체계와 정치 발전 경로에 장기적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었다.

그레고리 루에쉐마이어(Gregory Luebbert)는 유럽 국가들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 사이 기간을 분석했다. 그는 농민과 노동계급, 중산층 간의 정치적 연합 패턴에 따라 각 국가가 자유민주주의, 파시즘, 사회민주주의 중 하나의 경로로 나아갔음을 주장했다.

중대한 전환점 접근법은 다음과 같은 강점을 갖는다:

  1. 변화와 연속성의 균형적 설명: 극적인 변화의 순간과 이후의 경로의존적 안정 기간을 모두 포착한다.
  2. 비교 분석의 강력한 틀: 서로 다른 국가나 지역이 비슷한 전환점에서 서로 다른 경로로 나아간 이유를 분석할 수 있다.
  3. 행위자와 구조의 통합: 구조적 조건이 행위자의 선택 가능성을 형성하고, 행위자의 선택이 새로운 구조적 조건을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을 포착한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중대한 전환점 접근법이 때로는 지나치게 결정론적이거나 사후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어떤 시기가 진정한 '중대한 전환점'인지 식별하는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방법론적 도전도 있다.

제도적 재생산과 자기강화 메커니즘

일단 특정 제도적 경로가 확립되면,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자기강화적(self-reinforcing) 과정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제도적 재생산(institutional reproduction)은 제도가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고 강화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제도적 재생산의 주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기능적 메커니즘: 제도가 특정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그 기능이 계속해서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된다.
  2. 공리적 메커니즘: 제도가 행위자들의 도덕적 가치나 규범적 지향과 일치하기 때문에 지속된다.
  3. 권력 메커니즘: 제도가 권력자원의 불평등한 분배를 만들어내고, 이득을 보는 집단이 제도 유지를 위해 자원을 동원한다.
  4. 공식적·비공식적 제재 메커니즘: 제도 위반에 대한 처벌이나 사회적 비난이 순응을 촉진한다.
  5. 정당성 메커니즘: 제도가 적절하고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 대안적 가능성이 심각하게 고려되지 않는다.
  6. 학습 효과와 조정 효과: 행위자들이 특정 제도에 적응하고 보완적 기술과 지식을 개발하면서 제도적 관성이 강화된다.

캐슬린 테일런과 제임스 마호니는 『쪼개진 제도(Beyond Continuity)』(2005)에서 네 가지 유형의 자기강화 메커니즘을 구분했다:

  1. 공리적 메커니즘: 규범과 가치에 기반한 제도 재생산
  2. 기능적 메커니즘: 사회적 기능 수행에 기반한 재생산
  3. 권력 메커니즘: 권력 불균형에 기반한 재생산
  4. 정당성 메커니즘: 적절성과 당위성 인식에 기반한 재생산

이러한 자기강화 메커니즘은 제도적 지속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들이 상호작용하거나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권력 메커니즘으로는 안정적이지만 규범적 정당성이 약화되는 제도는 결국 변화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경로의존성과 제도적 재생산이 결정론적 운명은 아니다. 행위자들은 제약된 환경 속에서도 전략적 행동을 통해 점진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외부 충격이나 내부 모순의 축적은 안정적으로 보이던 제도적 균형을 불안정화시킬 수 있다.

점진적 제도 변화의 패턴과 메커니즘

초기 역사적 신제도주의는 '중대한 전환점'과 그 사이의 안정적 기간이라는 '단절된 균형(punctuated equilibrium)' 모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극적인 변화 없이도 제도가 점진적으로 상당한 변형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캐슬린 테일런은 "제도는 항상 불완전하게 제도화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 내의 모호성과 유연성이 점진적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 해석과 집행을 둘러싼 지속적인 투쟁은 급격한 외부 충격 없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도의 성격과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

테일런과 마호니, 볼프강 스트렉(Wolfgang Streeck) 등은 다음과 같은 점진적 제도 변화의 주요 패턴을 식별했다:

  1. 층화(layering): 기존 제도를 직접 수정하지 않고 새로운 요소나 규칙을 추가하는 방식.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층이 기존 제도의 논리를 변화시킨다. 예: 미국 연금제도에 401(k)와 같은 민간 기여형 제도가 추가되면서 점진적으로 공적 연금의 역할이 축소됨
  2. 표류(drift):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제도를 조정하지 않음으로써 실질적 효과와 기능이 변화하는 경우. 예: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노동법이 점차 더 많은 노동자를 보호 범위에서 제외시키는 현상
  3. 전환(conversion): 기존 제도가 새로운 목적이나 기능을 위해 재해석되거나 재방향화되는 경우. 예: 스웨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원래 완전고용 실현에서 복지 의존성 감소 목적으로 전환됨
  4. 대체(displacement): 기존 제도가 점진적으로 새로운 제도로 대체되는 경우. 완전한 대체보다는 부분적, 점진적 대체가 더 일반적이다. 예: 시장 원리가 점진적으로 공공서비스 영역에 도입되는 현상
  5. 소진(exhaustion): 제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기침식적 과정을 겪으며 결국 쇠퇴하는 경우. 예: 일부 조합주의적 협의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무력화되는 현상

이러한 점진적 변화 패턴은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더 활발하게 나타난다:

  1. 제도적 모호성: 규칙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경우
  2. 집행의 불완전성: 규칙 준수를 완벽하게 감시하고 강제할 수 없는 경우
  3. 행위자의 이질성: 다양한 이해관계와 해석을 가진 행위자들이 존재하는 경우
  4. 제도 간 상호작용: 서로 다른 논리를 가진 제도들이 중첩되는 경우

점진적 변화 관점은 다음과 같은 강점을 갖는다:

  1. 연속성과 변화의 동시적 설명: 형식적 제도의 연속성과 그 기능 및 효과의 변화를 동시에 포착할 수 있다.
  2. 행위자성의 복원: 제도적 제약 속에서도 행위자들이 어떻게 전략적으로 행동하여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보여준다.
  3. 미시적 과정에 대한 관심: 일상적인 제도 해석, 집행, 준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변화를 포착한다.

테일런과 스트렉 등의 학자들은 이러한 점진적 변화 관점을 통해 정치경제와 복지국가의 변형, 기업지배구조의 진화, 노사관계 제도의 변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제도와 행위자성: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이론적 발전

역사적 신제도주의는 초기에 제도의 구조적 제약과 경로의존성을 강조한 나머지, 행위자의 자율성과 전략적 행동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응하여 최근의 역사적 신제도주의 연구는 제도와 행위자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더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콜린 헤이(Colin Hay)와 대니얼 윈코트(Daniel Wincott)는 '구조화된 과정으로서의 제도(institutions as structured processes)' 개념을 제안했다. 이 관점에서 제도는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행위자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재생산되고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제도와 행위자성의 관계에 대한 주요 이론적 발전은 다음과 같다:

  1. 제도적 기업가(institutional entrepreneurs): 일부 행위자들은 제도적 맥락에 대한 전략적 이해와 자원을 바탕으로 제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이들은 제도의 모호성과 틈새를 활용하여 점진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2. 제도적 작업(institutional work): 행위자들은 제도를 창조, 유지, 또는 해체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을 수행한다. 이는 규범적 정당화, 재해석, 자원 동원 등을 포함한다.
  3. 이념과 담론의 역할: 행위자들은 이념과 담론을 통해 제도에 의미를 부여하고 변화를 정당화한다. 비비안 슈미트(Vivien Schmidt)의 '담론적 제도주의'는 이러한 측면을 강조한다.
  4. 권력 관계의 동태성: 제도는 권력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에 영향을 미치지만, 권력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받고 재협상된다.

또한 역사적 신제도주의는 점점 더 다른 신제도주의 갈래들과의 대화와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와의 통합을 통해 행위자의 전략적 계산과 제도적 맥락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 심화
  • 사회학적 제도주의와의 대화를 통해 문화적 프레임, 정당성, 정체성의 역할 강조
  • 담론적 제도주의와의 결합을 통해 이념과 담론이 제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

이러한 이론적 발전은 역사적 신제도주의가 제도적 제약의 강조와 행위자의 자율성 인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구조와 행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더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방법론적 도전과 혁신

역사적 신제도주의는 그 이론적 주장과 연구 질문의 성격상 독특한 방법론적 도전에 직면한다. 역사적 과정, 맥락의 특수성, 복합적 인과관계 등을 다루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적 접근법과 혁신이 발전해왔다.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주요 방법론적 특징과 혁신은 다음과 같다:

  1. 과정추적(process tracing): 인과 메커니즘을 식별하고 추적하는 방법으로, 특정 사례 내에서 사건의 연속을 면밀히 관찰하여 인과적 과정을 재구성한다. 데렉 비치(Derek Beach)와 라스무스 페더센(Rasmus Pedersen)은 이 방법론을 체계화했다.
  2. 역사비교분석(historical comparative analysis): 소수의 사례를 깊이 있게 비교하여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하는 방법.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합치법과 차이법에 기초하지만, 복합적 인과관계와 맥락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3. 분석적 내러티브(analytic narratives): 역사적 내러티브와 형식적 모델(게임이론 등)을 결합하여 특정 역사적 맥락에서의 전략적 상호작용과 제도적 제약을 분석한다. 로버트 베이츠(Robert Bates), 마가렛 레비(Margaret Levi) 등이 이 접근법을 발전시켰다.
  4. 역사적 구성주의(historical constructivism): 제도의 형성과 변화에서 이념, 정체성, 담론의 역할을 분석하는 방법. 행위자들이 제도적 맥락을 어떻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초점을 둔다.
  5. 통합적 접근법(integrative approach): 질적 방법과 양적 방법을 결합하여 경로의존성과 제도 변화의 패턴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퍼지셋 질적비교분석(fsQCA)은 소수 사례의 깊이 있는 비교와 다수 사례의 체계적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

역사적 신제도주의 연구에서 직면하는 방법론적 도전과 이에 대한 대응은 다음과 같다:

  1. 인과적 복잡성: 역사적 과정은 종종 다중적, 맥락의존적, 비선형적 인과관계를 포함한다. 이에 대응하여 '결합 인과성(conjunctural causation)'과 '등결정성(equifinality)' 개념이 발전했다. 결합 인과성은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때만 특정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등결정성은 서로 다른 경로가 같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리킨다.
  2. 사례 선택 편향: 특정 결과가 나타난 사례만을 연구하면 잘못된 인과적 추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반사실적 분석(counterfactual analysis)'과 '음성 사례(negative cases)' 연구가 강조된다.
  3. 일반화 가능성: 깊이 있는 소수 사례 연구의 발견을 어떻게 더 넓은 범위로 일반화할 수 있는가? 이에 대응하여 '맥락화된 일반화(contextualized generalizations)'와 '중범위 이론(middle-range theories)'이 제시되었다.
  4. 시간적 차원의 모델링: 장기적 과정과 순서의 중요성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분석할 것인가? '사건사 분석(event history analysis)', '시퀀스 분석(sequence analysis)' 등의 방법이 발전했다.

최근에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방법론적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역사 데이터베이스 구축, 텍스트 마이닝을 통한 역사적 담론 분석, 네트워크 분석을 통한 제도적 연결과 권력 관계 분석 등이 시도되고 있다.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주요 연구 분야와 사례

역사적 신제도주의는 비교정치학의 여러 중요한 연구 영역에 적용되어 풍부한 통찰을 제공했다. 주요 연구 분야와 대표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복지국가와 사회정책

복지국가 연구는 역사적 신제도주의가 가장 큰 기여를 한 영역 중 하나이다. 폴 피어슨은 『복지국가의 해체(Dismantling the Welfare State?)』(1994)에서 복지국가 축소의 정치를 분석하며, 기존 복지 프로그램이 어떻게 '정책 피드백'을 통해 수혜자 집단을 형성하고 이들이 다시 제도 수호자로 작용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캐슬린 테일런은 『쪼개진 제도(Beyond Continuity)』에서 독일과 프랑스 직업훈련 제도의 점진적 변화를 분석했다. 그녀는 형식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이는 제도가 내부적으로는 '층화'와 '전환'을 통해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안네 헤리티어(Adrienne Héritier)와 조정 캐퍼슨(Jacob Torfing)은 유럽 복지국가들의 정책 혁신과 변화를 분석하며, 경로의존성 속에서도 행위자들의 전략적 행동과 학습 과정을 통해 점진적 혁신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정치경제와 자본주의 다양성

피터 홀은 『정치의 경제학(The Political Power of Economic Ideas)』(1989)에서 케인즈주의에서 통화주의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분석했다. 그는 경제 위기라는 외부적 충격이 있더라도, 새로운 이념이 제도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되고 기존 행위자들의 이해관계와 결합되어야 정책 변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피터 홀과 데이비드 소스키스(David Soskice)의 '자본주의 다양성(Varieties of Capitalism)' 접근법은 경로의존적 제도 발전이 어떻게 서로 다른 유형의 시장경제(자유시장경제와 조정시장경제)를 형성했는지 분석했다.

볼프강 스트렉은 『현대 자본주의의 재편(Re-Forming Capitalism)』(2009)에서 독일 모델의 점진적 자유화 과정을 '층화', '표류', '전환' 등의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했다. 그는 형식적 제도의 연속성 속에서도 실질적 기능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 이행과 공고화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와 민주주의 공고화 연구에서도 역사적 신제도주의 접근법이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 기욤 두프레(Guillaume Dufresne)와 대니얼 살세도(Daniel Salcedo)는 남미 국가들의 서로 다른 민주화 경로를 비교하며, 권위주의 시기의 제도적 유산이 민주화 과정의 특성과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아나 마리아 베하라노(Ana María Bejarano)와 에드워드 깁슨(Edward Gibson)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의 불균등한 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영토적 정치(territorial politics)'와 지역 수준의 제도적 발전에 주목했다. 그들은 국가 차원의 민주화가 반드시 지방 수준의 민주화로 이어지지 않으며, 지역적 권위주의 엔클레이브가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가 형성과 발전

테다 스카치폴의 『국가와 사회혁명(States and Social Revolutions)』(1979)은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선구적 저작으로,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혁명을 비교하며 국가 구조와 국제적 맥락이 혁명의 발생과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제임스 마호니(James Mahoney)는 『식민지 유산(The Legacies of Liberalism)』(2001)에서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의 19세기 자유주의 개혁 시기를 중대한 전환점으로 분석했다. 그는 각국이 채택한 자유주의 개혁의 패턴 차이가 20세기 정치경제 발전 경로의 차이로 이어졌음을 보여주었다.

댄 슬레이터(Dan Slater)는 『질서의 정치학(Ordering Power)』(2010)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서로 다른 국가 형성 경로를 비교했다. 그는 엘리트들이 직면한 위협의 성격과 이에 대응하여 형성된 권력 연합이 강한 국가기구 형성 여부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역사적 신제도주의와 경로의존성에 대한 비판적 평가

역사적 신제도주의와 경로의존성 이론은 비교정치학에 중요한 기여를 했지만, 여러 비판과 도전에도 직면해왔다. 주요 비판과 이에 대한 대응은 다음과 같다:

  1. 과도한 결정론: 일부 비판자들은 경로의존성 이론이 지나치게 결정론적이고 구조주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응하여 최근의 역사적 신제도주의는 제약 속에서도 행위자의 자율성과 전략적 행동 가능성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2. 변화 설명의 한계: 초기 경로의존성 이론은 제도적 안정성은 잘 설명하지만 변화는 외부 충격에 의존한 '단절된 균형' 모델로만 설명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응하여 점진적 변화 이론과 내생적 변화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발전했다.
  3. 사후적 설명: 역사적 신제도주의가 종종 사후적 해석에 의존하고 예측력이 약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체계적인 방법론과 중범위 이론 구축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4. 개념적 확장과 모호성: 경로의존성, 중대한 전환점 등의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분석적 정밀성과 설명력이 약화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응하여 더 엄밀한 개념 정의와 작동 메커니즘 식별이 강조되고 있다.
  5. 미시적 기초의 취약성: 거시적 제도 분석과 미시적 행위자 동기 사이의 연결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리적 선택 이론, 심리학적 통찰 등과의 통합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비판과 도전은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이론적·방법론적 발전을 촉진하는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 초기의 단순한 경로의존성 모델은 이제 행위자의 역할, 이념과 담론의 중요성, 점진적 변화 메커니즘 등을 포괄하는 더 정교한 이론적 틀로 진화했다.

결론: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성과와 미래 전망

역사적 신제도주의와 경로의존성 이론은 비교정치학의 이론적·방법론적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이 접근법의 주요 성과는 다음과 같다:

  1. 역사의 중요성 복원: 특정 시점의 정치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역사적 형성 과정을 분석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2. 제도와 권력의 관계 조명: 제도가 단순한 조정 메커니즘이 아니라 권력 관계를 반영하고 재생산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3. 복합적 인과관계 분석: 다중적, 맥락의존적, 시간적 차원을 고려한 인과 메커니즘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 미시-거시 연결: 제도적 맥락과 개인 행위자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했다.
  5. 중범위 이론 발전: 보편적 법칙보다는 특정 맥락에서 작동하는 인과 메커니즘을 밝히는 중범위 이론의 발전에 기여했다.

향후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발전 방향과 전망은 다음과 같다:

  1. 다학제적 통합: 정치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역사학 등과의 대화를 통해 이론적 풍부함을 더할 것이다.
  2. 방법론적 혁신: 질적 방법과 양적 방법의 창의적 결합, 새로운 계산 방법의 활용 등을 통해 방법론적 레퍼토리를 확장할 것이다.
  3. 글로벌 도전 분석: 기후변화, 글로벌 불평등, 디지털 변환 등 초국적 도전과 관련된 제도적 변화와 경로의존성을 분석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4. 지역적 다양성 포용: 서구 중심적 이론과 사례에서 벗어나 다양한 지역과 맥락의 제도적 발전 과정을 포괄하는 연구가 확대될 것이다.
  5. 실천적 함의 강화: 점진적 제도 변화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 세계의 제도 개혁과 정책 설계에 더 유용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역사적 신제도주의와 경로의존성 이론은 국가마다 서로 다른 정치적 궤적과 제도적 배열이 형성되는 과정,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정치적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이론적 렌즈를 제공한다. 이 접근법은 현재의 정치적 선택이 과거의 결정과 사건에 의해 어떻게 조건지어지는지,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어떻게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비교정치학의 핵심 질문인 "왜 국가들은 서로 다른 정치적 발전 경로를 보이는가?", "어떤 조건에서 제도적 변화가 가능한가?", "과거의 선택이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등에 대한 답을 탐색하는 데 있어, 역사적 신제도주의는 앞으로도 중요한 이론적 도구이자 연구 프로그램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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