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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론 11.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 - 포용과 평등을 위한 교육적 실천

SSSCHS 2025. 5. 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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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다양성 증가와 함께 교육과정이 모든 학습자의 문화적 배경과 정체성을 존중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은 단순히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교육 내용에 추가하는 것을 넘어, 교육과정의 근본적인 구조와 가치관, 실천 방식을 재검토하고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다문화 교육과정과 정의로운 교육과정의 이론적 배경, 핵심 원리, 실천 방안을 살펴보고, 현대 교육 맥락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과제를 논의한다.

다문화 교육과정의 등장 배경

다문화 교육과정은 다양한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발전해왔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구 구성의 변화

전 세계적으로 국제 이주의 증가, 다양한 인종·민족 집단의 공존,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확대 등 인구학적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 사회 역시 1990년대 이후 결혼이주민,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자녀 등의 증가로 다문화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단일문화 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게 되었다.

시민권과 사회정의 운동

1960-70년대 미국의 시민권 운동, 여성 운동, 원주민 권리 운동 등은 교육에서의 평등과 문화적 다양성 존중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회운동은 교육과정이 특정 집단의 관점과 경험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와 경험을 포함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비판적 교육이론의 발전

Paulo Freire, Michael Apple 등의 비판적 교육이론가들은 교육과정이 중립적이지 않으며, 특정 집단의 지식과 가치를 특권화하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은 교육과정의 권력 관계와 문화적 편향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세계화와 상호의존성 증대

세계화로 인한 국가 간, 문화 간 상호의존성의 증가는 다양한 문화적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 개발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는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문화적 다양성 이해와 상호문화적 역량 함양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만들었다.

다문화 교육과정의 이론적 관점

다문화 교육과정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관점이 존재한다. 각 관점은 다문화 교육의 목표와 접근 방식에 대해 서로 다른 강조점을 가진다.

Banks의 다문화 교육 접근법

James A. Banks는 다문화 교육의 대표적 이론가로, 다문화 교육과정의 발전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기여적 접근(Contributions Approach): 영웅, 명절, 문화적 요소 등 소수집단의 '기여'를 기존 교육과정에 추가하는 단계. 예를 들어, 세계 음식의 날, 전통의상 소개 같은 활동이 이에 해당한다.
  2. 부가적 접근(Additive Approach): 교육과정의 기본 구조는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다문화적 내용, 개념, 관점을 추가하는 단계. 교과서에 다양한 문화권의 문학 작품을 추가하는 것이 예이다.
  3. 변혁적 접근(Transformation Approach): 교육과정의 기본 가정, 관점, 구조를 변화시켜 다양한 문화적 관점에서 개념과 이슈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단계. 역사적 사건을 다양한 집단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 예이다.
  4. 사회적 행동 접근(Social Action Approach):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사회 변화를 위한 행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단계. 지역사회의 다문화 관련 이슈를 조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가 이에 해당한다.

Banks는 진정한 다문화 교육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내용 추가(1, 2단계)를 넘어, 교육과정의 구조와 관점 자체를 변화시키는 변혁적, 사회적 행동 접근(3, 4단계)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판적 다문화주의

비판적 다문화주의는 권력 관계, 구조적 불평등, 사회적 정의의 문제를 중심으로 다문화 교육을 바라본다. 이 관점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문화적 차이를 단순히 '기념'하는 것을 넘어, 인종, 계급, 성별 등에 기반한 구조적 불평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 교육과정이 지배 집단의 지식과 가치를 특권화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주변화된 집단의 지식과 경험을 재평가한다.
  • 학생들이 사회적 불평등을 인식하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비판적 의식과 행동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lism)

상호문화주의는 특히 유럽에서 발전한 관점으로, 다양한 문화 간의 상호작용과 대화를 강조한다:

  • 문화 간 단순한 공존을 넘어, 적극적인 상호작용, 대화, 상호 학습을 강조한다.
  • 문화적 정체성을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협상을 통해 형성되는 역동적인 것으로 본다.
  • 모든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서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상호문화적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탈식민주의 교육과정 이론

탈식민주의 관점은 식민지 경험의 유산과 서구중심주의적 지식 체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 교육과정에 내재된 서구중심주의적, 제국주의적 가정과 관점을 비판한다.
  • 원주민, 식민지 경험을 가진 집단의 지식, 역사, 문화적 관점을 재평가하고 복원한다.
  • '지식의 탈식민화'를 통해 다양한 지식 체계와 인식론적 전통을 존중하고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의로운 교육과정의 핵심 원리

정의로운 교육과정은 모든 학습자에게 공정하고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정의로운 교육과정의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다.

인정의 정의(Recognition Justice)

인정의 정의는 모든 학습자의 정체성, 문화, 경험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과 관련된다:

  • 다양한 학생 집단의 역사, 문화, 관점이 교육과정에 공정하게 반영되도록 한다.
  • 교육과정 자료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 왜곡된 재현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한다.
  • 학생들의 다양한 정체성(인종, 민족,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이 교실에서 존중받고 긍정되는 환경을 조성한다.

분배의 정의(Distributive Justice)

분배의 정의는 교육 자원과 기회의 공정한 분배와 관련된다:

  • 모든 학생이 양질의 교육과정, 우수한 교사, 적절한 학습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환경의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지원과 자원을 제공하여 실질적 평등을 추구한다.
  • 교육과정의 내용과 평가 방식이 특정 집단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한다.

참여의 정의(Participatory Justice)

참여의 정의는 교육과정 결정 과정에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관련된다:

  • 교육과정 개발과 실행 과정에 다양한 배경의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 주변화된 집단의 목소리와 관점이 교육과정 논의에서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한다.
  •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변혁적 정의(Transformative Justice)

변혁적 정의는 교육을 통해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과 관련된다:

  • 학생들이 사회적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 교육과정이 현상 유지가 아닌, 보다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향한 변화에 기여하도록 한다.
  • 학생들이 사회 변화를 위한 지식, 기술, 태도, 행동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의 설계 원리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한 구체적인 원리와 전략은 다음과 같다.

문화적으로 적합한 교육과정(Culturally Relevant Curriculum)

Gloria Ladson-Billings가 제안한 '문화적으로 적합한 교육(Culturally Relevant Pedagogy)'의 원리를 교육과정 설계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 학업적 성공(Academic Success): 모든 학생이 학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높은 기대와 지원을 제공한다.
  • 문화적 역량(Cultural Competence): 학생들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 비판적 의식(Critical Consciousness): 학생들이 사회적 불평등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한다.

문화적으로 지속가능한 교육과정(Culturally Sustaining Curriculum)

Django Paris와 H. Samy Alim이 발전시킨 '문화적으로 지속가능한 교육(Culturally Sustaining Pedagogy)'의 원리를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 학생들의 문화적 유산과 실천을 단순히 '인정'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육성한다.
  • 전통적인 문화적 실천뿐 아니라, 청소년 문화, 하이브리드 정체성, 새로운 문화적 형태 등 문화의 역동성과 진화를 인정한다.
  • 단일 문화적 정체성이 아닌, 다중적이고 유동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지원한다.

포용적 교육과정 설계(Inclusive Curriculum Design)

모든 학습자가 의미 있게 참여하고 학습할 수 있는 포용적 교육과정 설계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다양한 학습 방식, 능력, 요구를 고려하여 모든 학생이 접근 가능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 다양한 표상과 표현 방식: 교육 내용을 다양한 방식(시각적, 청각적, 텍스트 등)으로 제시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 결과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 맥락적 연관성: 교육 내용이 다양한 학생들의 생활 경험, 관심사, 맥락과 연결되도록 한다.

반편견 교육과정(Anti-bias Curriculum)

Louise Derman-Sparks 등이 발전시킨 반편견 교육과정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 학생들이 자신과 다른 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 개념과 집단 정체성을 발달시키도록 돕는다.
  • 다양성에 대한 편안함과 공감을 기르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비판적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 불공정한 대우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의 실천 사례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의 원리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다양한 문화적 관점을 통합한 교과 재구성

역사, 문학, 사회 등의 교과에서 다양한 문화적 관점과 목소리를 통합하는 사례:

  • 역사 교육과정에서 기존의 주류 중심 서술을 넘어, 여성, 소수 민족, 노동자, 원주민 등 다양한 집단의 경험과 관점을 포함한다.
  • 문학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작가와 작품을 포함하고,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서 텍스트를 해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 사회 교과에서 현대 사회의 다문화적 특성, 이주, 난민, 인권 등의 이슈를 다루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를 분석한다.

사회정의 지향 프로젝트 학습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를 탐구하고 변화를 위한 행동에 참여하는 프로젝트 학습 사례:

  •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사회정의 관련 이슈(환경 정의, 주거 불평등, 식품 접근성 등)를 조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 '청소년 참여 실행 연구(Youth Participatory Action Research)'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나 지역사회의 문제를 연구하고, 변화를 위한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 글로벌 이슈(기후 변화, 빈곤, 불평등 등)에 대한 학습과 연대 활동을 결합한 글로벌 시민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다중언어주의와 언어적 정의

학생들의 언어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교육과정 사례:

  •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소수 언어 배경 학생들이 모국어와 주류 언어 모두에서 역량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
  • '번역 언어학(translanguaging)' 접근법을 적용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모든 언어적 자원을 활용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 언어의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맥락을 탐구하고, 언어적 차별과 특권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원주민 지식과 교육과정 통합

원주민 지식 체계와 교육 방식을 주류 교육과정에 통합하는 사례:

  • 과학 교육에서 서구 과학뿐 아니라 원주민의 생태 지식, 지속가능한 실천, 관계적 인식론 등을 통합한다.
  • 장소 기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 문화적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결성을 발달시키도록 한다.
  • 원주민 공동체 구성원, 장로, 지식 보유자들이 교육과정 개발과 실행에 직접 참여하도록 한다.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 실행의 도전과 과제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도전과 과제를 살펴보자.

구조적·제도적 장벽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 실행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제도적 요인들:

  •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평가 체제가 교사의 자율성과 교육과정 재구성의 여지를 제한한다.
  • 학교 간, 지역 간 자원과 기회의 불평등이 양질의 다문화 교육 접근성에 영향을 미친다.
  • 교육 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수자, 주변화된 집단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교사 역량과 전문성 개발

교사들이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역량 개발의 과제:

  • 많은 교사들이 자신과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할 수 있다.
  • 교사 양성 과정과 현직 교사 연수에서 다문화 교육, 사회정의 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부족할 수 있다.
  • 교사 자신의 무의식적 편견, 문화적 가정, 특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저항과 갈등 관리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항과 갈등:

  • 일부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 정책 결정자들이 전통적 가치와 지식 체계의 변화에 저항할 수 있다.
  •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이슈를 교실에서 다룰 때 발생하는 갈등과 긴장을 관리해야 한다.
  • '역차별' 주장, 다문화 교육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표면적 다문화주의의 위험

다문화 교육이 표면적, 피상적 수준에 머무를 위험:

  • '관광적 다문화주의(tourist multiculturalism)'로, 다양한 문화의 음식, 축제, 의상 등 표면적 요소만 다루고 구조적 불평등과 권력 관계는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다.
  • 문화적 차이를 본질화하고 고정화함으로써 오히려 고정관념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 다문화 교육이 주류 집단의 '관용'과 '이해'를 위한 것으로만 여겨지고, 구조적 변화와 권력 재분배의 측면이 간과될 수 있다.

한국적 맥락에서의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

한국 사회의 특수한, 역사적, 사회적, 교육적 맥락에서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의 의미와 과제를 살펴보자.

한국 사회의 다문화적 변화와 교육적 대응

한국 사회의 다문화적 변화와 이에 대한 교육적 대응의 현황:

  • 1990년대 이후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 북한이탈주민 등의 증가로 한국 사회의 인구학적 구성이 급속히 다양화되었다.
  • 2000년대 이후 정부 차원의 다문화 교육 정책이 도입되었으나, 초기에는 주로 다문화가정 자녀의 '적응'과 '통합'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 최근에는 모든 학생을 위한 다문화 역량 함양, 상호문화적 이해 증진으로 관점이 확장되고 있다.

한국 교육과정에서의 다문화적 요소

현행 국가 교육과정에서 다문화적 요소의 반영 현황과 한계:

  •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핵심역량 중 하나로 포함되었다.
  • 도덕, 사회, 국어 등 여러 교과에 다문화 관련 내용이 부분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나, 아직 깊이 있는 다문화적 관점의 통합은 부족한 실정이다.
  • 교과서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인물, 사례, 관점을 포함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주류 문화 중심성이 강하다.

한국적 맥락에서의 과제와 방향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한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 발전의 과제와 방향:

  • 단일민족 의식의 재구성: 오랫동안 강조되어온 '단일민족' 의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한국 사회의 역사적 다양성과 현대적 다문화성에 대한 인식을 확장한다.
  • 통합적 다문화 교육: 다문화 교육을 별도의 '특별' 프로그램이 아닌, 전체 교육과정에 통합된 관점으로 발전시킨다.
  • 비판적 다문화 교육으로의 발전: 단순한 문화적 차이의 '이해'와 '존중'을 넘어, 한국 사회 내 다양한 불평등 구조와 차별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변화를 위한 행동으로 나아간다.
  • 다양한 정체성의 교차성 고려: 문화적 배경뿐 아니라 계급, 성별, 장애,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의 교차성을 고려한 포괄적인 정의로운 교육과정을 지향한다.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의 미래 전망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의 미래 방향과 과제를 전망해보자.

디지털 시대의 다문화 교육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다문화 교육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

  • 온라인 협력 학습: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적, 지리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직접적인 상호문화적 경험과 글로벌 역량을 기를 수 있다.
  •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 VR/AR 기술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사건을 보다 몰입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문화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디지털 스토리텔링: 다양한 멀티미디어 도구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자신과 타인의 문화적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다. 이는 문화적 정체성 표현과 상호 이해의 기회를 확장한다.
  • 접근성 확대: 온라인 교육 자원을 통해 지리적,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양질의 다문화 교육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 디지털 리터러시와 비판적 미디어 해석: 학생들이 온라인상의 다양한 정보와 재현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고정관념, 편견, 혐오 표현 등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역량을 포함한다.

초국가적 정체성과 교육과정

세계화와 이주의 증가로 인한 초국가적 정체성의 등장과 교육적 함의:

  • 하이브리드 정체성 지원: 다중적, 유동적, 초국가적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이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이분법적 문화 관점을 넘어선 복합적 정체성 발달을 지원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 글로벌-로컬 연결: 지역적 맥락과 글로벌 맥락을 연결하는 '글로컬(glocal)' 접근법을 통해, 학생들이 지역 사회의 특수성을 존중하면서도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연대감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 탈국가적 시민성 교육: 국민국가 중심의 시민성 개념을 넘어, 글로벌 이슈와 인권에 대한 책임감, 다양한 수준(지역, 국가, 지역적, 글로벌)에서의 참여와 행동을 강조하는 시민성 교육이 중요해진다.

기후 위기와 생태정의 교육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의 맥락에서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의 역할:

  • 생태정의와 사회정의 연계: 환경 문제가 다양한 사회적 집단에 미치는 불균등한 영향(환경 인종주의, 기후 불평등 등)을 분석하고, 생태정의와 사회정의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 원주민 생태 지식 재평가: 지속가능성, 생태계와의 관계, 자연 보전에 관한 원주민과 전통적 지식 체계를 현대 환경 교육에 통합하는 노력이 확대될 것이다.
  • 로컬-글로벌 환경 운동 연계: 지역의 환경 이슈와 글로벌 환경 위기를 연결하여 이해하고, 다양한 수준에서의 환경 행동주의와 연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포스트휴먼 관점과 다문화 교육

기술 발전과 인간-비인간 관계의 재구성에 따른 교육적 과제:

  • 인간중심주의 비판: 전통적 다문화 교육이 여전히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에 기반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인간과 비인간(자연, 기술, 동물 등) 간의 상호의존성과 관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확장한다.
  • 인공지능과 윤리: AI, 로봇공학 등의 발전이 가져오는 윤리적, 사회적, 문화적 함의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기술 개발과 활용에 있어 다양한 문화적 관점과 가치를 고려하는 교육이 중요해진다.
  • 새로운 존재론적 관점: 인간-기술-자연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이분법적 사고(자연/문화, 인간/비인간 등)를 넘어선 관계적, 과정적 존재론에 기반한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거버넌스와 참여적 민주주의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 개발과 실행을 위한 거버넌스 모델:

  • 다중 이해관계자 참여: 교육과정 개발과 실행 과정에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관점을 가진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 권한 분산과 지역화: 중앙집중적 교육과정 모델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와 학교가 자신들의 맥락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 자율성과 권한을 확대한다.
  • 교사의 전문적 자율성 강화: 교사들이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을 자신의 교실 맥락에 맞게 재구성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문적 자율성과 역량을 지원한다.

결론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은 단순히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근본적인 가정, 구조, 실천 방식을 재고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이는 모든 학습자의 정체성과 경험을 존중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보다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향한 변화에 기여하는 교육을 지향한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도전—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세계화, 인구 이동, 기술 발전 등—은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의 의미와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재구성하게 만든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이 단순히 기존 질서에 적응하는 도구가 아니라, 보다 정의롭고, 평등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상상하고 창조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다문화·정의로운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소통하며, 사회적 불평등에 도전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돕는다.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모든 학습자가 자신과 타인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보다 정의롭고 포용적인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적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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