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logy

경제사회학 6. 노동시장 사회학: 내부노동시장과 분절이론으로 본 고용의 사회적 구조

SSSCHS 2025. 5. 2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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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은 단순히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경제적 공간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 제도적 규범, 권력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적 영역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신고전파 경제학이 노동시장을 완전경쟁 시장으로 가정하고 개별 행위자의 합리적 선택에 초점을 맞춘다면, 노동시장 사회학은 이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노동시장 사회학의 핵심은 고용 관계가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제도적 맥락과 사회적 네트워크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인식이다. 노동자와 기업 간의 관계는 단순한 계약 관계를 넘어서 권력, 신뢰, 사회적 지위, 문화적 규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관계가 된다. 특히 내부노동시장 이론과 노동시장 분절이론은 이러한 사회학적 접근의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고용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내부노동시장의 형성과 특징

내부노동시장(internal labor market) 개념은 1960년대 후반 피터 도어링거(Peter Doeringer)와 마이클 피오르(Michael Piore)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이들은 현실의 노동시장이 신고전파 경제학이 가정하는 완전경쟁 시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많은 기업들이 외부에서 직접 노동력을 충원하기보다는 내부에서 승진과 경력 개발을 통해 인력을 배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부노동시장은 기업 조직 내부에서 작동하는 고용 시스템으로, 외부의 일반적인 노동시장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항구적 고용(permanent employment)'과 '내부 승진 시스템(internal promotion system)'이다. 기업은 특정 직종이나 직급에서만 외부 채용을 하고, 그 이후의 경력 발전은 대부분 내부 승진을 통해 이뤄진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임금 결정도 외부 시장의 논리와는 다르게 작동한다. 개별 노동자의 생산성이나 외부 시장의 임금 수준보다는 기업 내부의 임금 체계, 연공서열, 직급 구조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승진과 임금 인상은 주로 근속연수, 기업 특유의 기능과 지식, 내부 평가 시스템에 따라 결정된다.

내부노동시장이 형성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기업 특유 기능(firm-specific skills)의 중요성을 들 수 있다. 현대의 복잡한 생산 과정에서는 일반적인 기능보다는 특정 기업의 기술, 조직 문화, 업무 프로세스에 특화된 지식과 경험이 중요해진다. 이러한 기업 특유 기능은 외부에서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은 내부에서 장기간에 걸쳐 인력을 육성하는 전략을 택하게 된다.

또한 거래비용의 최소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외부에서 매번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고 훈련시키는 것보다는, 이미 기업 문화와 업무에 익숙한 내부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다. 특히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상황에서 외부 인력의 능력과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 승진을 통해 검증된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

일본형 고용 시스템과 내부노동시장의 발달

내부노동시장의 전형적인 사례로는 일본의 종신고용제를 들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특한 고용 관행을 발달시켰는데, 이는 서구의 노동시장과는 매우 다른 특징을 보였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종신고용, 연공서열 임금제, 기업별 노동조합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 일본형 고용 시스템은 내부노동시장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일괄 채용하고, 이후 퇴직할 때까지 고용을 보장한다. 중간 채용은 매우 제한적이며, 대부분의 관리직과 기술직은 내부 승진을 통해 충원된다. 임금은 개별 성과보다는 근속연수와 연령에 따라 결정되며,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일본의 독특한 사회문화적 맥락이 있다. 집단주의적 문화,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위계질서, 장기적 관계를 중시하는 사회적 규범 등이 종신고용제의 토대가 되었다. 또한 전후 고도성장 과정에서 숙련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노동조합도 기업별로 조직되어 기업과의 협력적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일본형 고용 시스템도 1990년대 이후 변화를 겪고 있다. 장기 불황과 글로벌 경쟁의 심화로 인해 종신고용의 부담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확대, 성과주의 도입, 중간 채용의 증가 등이 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대기업들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내부노동시장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시장 분절이론의 등장

내부노동시장 이론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고용 관행에 주목했다면, 노동시장 분절이론(labor market segmentation theory)은 노동시장 전체의 구조적 분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 이론은 1970년대 마이클 피오르를 중심으로 한 급진적 경제학자들에 의해 발전되었으며, 노동시장이 동질적인 단일 시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여러 부문으로 분절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분절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이중 노동시장(dual labor market) 모델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노동시장은 1차 시장(primary market)과 2차 시장(secondary market)으로 구분된다. 1차 시장은 높은 임금, 좋은 근무 조건, 고용 안정성, 승진 기회가 풍부한 '좋은 일자리'들로 구성된다. 반면 2차 시장은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 조건, 고용 불안정, 제한된 승진 기회를 특징으로 하는 '나쁜 일자리'들로 이뤄져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두 시장 사이의 이동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2차 시장의 노동자들이 1차 시장으로 이동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대부분 평생에 걸쳐 2차 시장에 머물게 된다. 이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장벽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1차 시장은 다시 상위 단계(upper tier)와 하위 단계(lower tier)로 나뉠 수 있다. 상위 단계는 전문직, 관리직, 기술직 등 고학력 화이트칼라 직종들로 구성되며, 높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자리들이다. 하위 단계는 숙련 블루칼라 직종이나 일부 사무직 등으로, 상위 단계에 비해서는 자율성이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고용과 괜찮은 임금 수준을 제공한다.

분절의 원인과 메커니즘

노동시장이 분절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술적 요인, 제도적 요인, 사회적 요인이 상호작용하면서 분절 구조를 만들어낸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생산 기술의 특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본집약적이고 복잡한 기술을 사용하는 산업에서는 숙련된 노동력이 필수적이며, 기업은 이러한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좋은 근무 조건을 제공한다. 반면 단순하고 표준화된 기술을 사용하는 산업에서는 노동력의 대체성이 높아 임금과 근무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제도적 요인으로는 노동조합의 역할, 정부 정책, 법적 규제 등을 들 수 있다. 강력한 노동조합이 조직된 산업이나 직종에서는 임금과 근무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경우가 많다. 또한 최저임금제, 고용보호법, 사회보장제도 등 정부의 노동정책도 노동시장의 분절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요인으로는 차별과 배제의 메커니즘을 주목해야 한다. 성별, 인종, 연령, 학력, 사회적 배경 등에 따른 차별이 노동시장 분절을 심화시킨다. 특정 집단의 구성원들이 1차 시장에서 배제되고 2차 시장에 집중되는 현상은 개인의 능력과는 무관한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차별의 결과다.

네트워크 효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정보는 주로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데, 이미 1차 시장에 있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더 풍부하고 질적으로 우수하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집단은 좋은 일자리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렇지 못한 집단은 2차 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한국의 노동시장도 뚜렷한 분절 구조를 보여준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는 세계적으로도 큰 편이며, 이러한 이중구조는 한국 사회의 주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은 전형적인 1차 시장의 특성을 보인다. 높은 임금, 각종 복리후생, 고용 안정성, 체계적인 교육훈련 기회 등을 제공받는다. 특히 재벌 대기업의 경우 내부노동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어, 입사 후 퇴직까지 안정적인 경력 경로가 보장된다. 연공서열적 임금체계와 내부 승진 시스템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은 2차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대기업 대비 현저히 낮은 임금 수준, 제한된 복리후생, 고용 불안정, 승진 기회의 부족 등이 특징이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에 비해 상당한 처우 격차를 경험한다.

이러한 이중구조가 형성된 배경에는 한국의 독특한 경제발전 과정이 있다. 정부 주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가 형성되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구조화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고용 유연성 정책의 도입으로 비정규직이 급증하면서 이중구조가 더욱 심화되었다.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사회 전체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소득 불평등의 확대, 사회적 갈등의 증가, 내수 경제의 위축, 출산율 저하 등이 그 예다. 또한 청년층의 경우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인적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이 발생한다.

플랫폼 경제와 새로운 형태의 분절

최근에는 플랫폼 경제의 확산으로 노동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분절이 나타나고 있다. 우버, 배달의민족,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의 고용 관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노동력을 활용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법적으로는 독립계약자나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는 플랫폼 기업에 종속된 관계에 있다.

플랫폼 노동의 특징은 극도의 유연성과 불안정성이다. 노동자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일할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어떤 고용 보장도 받지 못한다. 사회보험, 유급휴가, 퇴직금 등 전통적인 고용관계에서 제공되던 보호막이 존재하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시장에서도 분절이 나타난다. 고숙련 프리랜서 플랫폼(프로그래밍, 디자인, 컨설팅 등)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과 자율성을 누리는 반면, 저숙련 서비스 플랫폼(배달, 운전, 청소 등)의 노동자들은 낮은 수입과 열악한 근무 조건에 시달린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알고리즘에 의한 노동 통제다. 플랫폼 기업들은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노동자의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평점 시스템, 인센티브 구조, 일감 배분 등 모든 것이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면서,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는 관리 시스템 아래에 놓이게 된다.

젠더와 노동시장 분절

노동시장 분절에서 젠더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여성 노동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며, 이는 노동시장 분절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우선 직종 분리(occupational segregation) 현상을 들 수 있다. 여성들은 주로 돌봄, 서비스, 교육 등 특정 직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직종들은 대체로 임금 수준이 낮고 승진 기회가 제한적이다. 반면 고임금 전문직이나 관리직에서는 여성의 비중이 여전히 낮다.

경력 단절도 중요한 문제다. 결혼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은 여성들이 1차 시장에서 2차 시장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한국의 경우 여성 고용률의 M자 곡선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졌다가 40대에 다시 상승하는 패턴인데, 이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동하게 된다.

유리천장(glass ceiling) 현상도 여전히 존재한다. 같은 조직 내에서도 여성들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승진하기 어려우며, 최고 경영진이나 임원급에서 여성의 비중은 매우 낮다. 이는 공식적인 차별이라기보다는 조직문화, 네트워크 배제, 성역할 고정관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최근에는 일-가정 양립 정책의 확대, 성평등 의식의 개선,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 등으로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젠더 기반 노동시장 분절은 중요한 사회문제로 남아있다.

이주 노동자와 노동시장 주변화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의 가장 주변부에 위치한다. 대부분 3D(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업종에 집중되어 있으며,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담당한다. 이들은 전형적인 2차 시장의 특성인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 조건, 고용 불안정을 극단적으로 경험한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이주 노동자들을 특정 업종과 사업장에 묶어두는 구조로 되어 있어, 노동시장에서의 이동성을 제약한다. 사업장 변경이 제한적이고, 체류 기간도 한정되어 있어 장기적인 경력 개발이나 숙련 축적이 어렵다. 또한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인해 내국인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이주 노동자의 존재는 내국인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에서는 임금 하락 압력이나 일자리 경쟁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보완적 관계인 경우가 많다. 이주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대부분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주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기초적인 업무가 있어야 내국인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정책적 대응과 한계

노동시장 분절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분절 자체를 완화하려는 시도이고, 다른 하나는 분절된 시장 간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분절 완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확산,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의 균형(flexicurity) 추구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보다는 아예 인력 충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고, 동일임금 정책도 직무 평가의 어려움 때문에 실제 적용에 한계가 있다.

격차 완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사회보장제도 확대, 직업훈련 강화 등이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2차 시장 노동자들의 처우를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고용 감소나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에는 전환기 노동시장(transitional labor market)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의 분절을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접근법이다. 평생학습 시스템, 경력개발 지원, 직업 상담 서비스 등이 그 예다.

미래 전망과 새로운 도전

노동시장 분절 문제는 기술 변화, 인구 구조 변화, 산업 구조 변화 등과 맞물려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 적응 능력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분절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노동시장에 또 다른 도전을 제기한다. 정년 연장과 고령자 고용 증가는 기존의 연공서열 시스템과 내부노동시장 구조에 변화를 요구한다. 동시에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재택근무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이는 노동시장의 지리적 경계를 흐리고, 새로운 형태의 고용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종과 그렇지 않은 직종 사이의 격차가 새로운 분절 요인이 될 수 있다.

결론

노동시장 사회학은 노동시장이 단순한 경제적 공간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 관계와 제도적 맥락 속에서 작동하는 사회적 영역임을 보여준다. 내부노동시장 이론과 분절이론은 현실의 노동시장이 신고전파 경제학이 가정하는 완전경쟁 시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내부노동시장의 발달은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장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높이고 외부자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점도 있다. 노동시장 분절은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과는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결정되는 불평등의 양상을 보여주며, 이는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형평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사회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이러한 분절 현상의 극단적인 사례로,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내국인-이주노동자 사이의 격차가 매우 크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이나 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제도와 문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다.

앞으로 기술 변화와 사회 변화가 가속화되면 노동시장 분절은 더욱 복잡하고 다층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 노동, 원격근무, 고령자 고용, 인공지능 기반 노동의 확산 등은 새로운 형태의 내부노동시장과 분절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용정책의 유연성과 포용성이 동시에 강화되어야 하며, 기존 제도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노동시장 사회학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노동을 단순한 생산요소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제도의 맥락에서 파악함으로써, 더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고용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정책과 제도는 단순히 효율성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형평성과 포용성, 인간다운 노동의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노동시장 사회학은 이러한 복합적 목표를 위한 중요한 사회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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