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 Administration

행정학개론 3. 신행정학과 행태주의적 접근 - 가치와 행동 중심의 행정이론

SSSCHS 2025. 3. 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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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고전적 행정이론들이 조직의 구조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발전한 행정학 이론들은 인간의 행태와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3회차에서는 행정행태론과 신행정학을 중심으로 행정학이 어떻게 인간 중심적, 가치 지향적 학문으로 발전했는지 살펴본다.

1. 행정행태론(Administrative Behavior Theory)의 등장

1.1 행정행태론의 배경

1940년대 행정학은 고전적 이론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행정행태론 등장의 배경이 되었다.

  • 고전이론의 한계 인식: 기계적, 구조적 접근법만으로는 행정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 심리학, 사회학의 영향: 행동과학의 발전으로 인간 행동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가능해졌다.
  • 조직 내 인간 요소의 중요성: 호손 실험 등을 통해 인간관계와 사회적 요인이 조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1.2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의 행정행태론

행정행태론의 대표적 학자인 허버트 사이먼은 1947년 출간한 「행정행태론(Administrative Behavior)」을 통해 행정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1.2.1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사이먼의 핵심 개념인 '제한된 합리성'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 인간 인지의 한계: 행정인(administrative man)은 모든 정보와 대안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는 인지적 한계를 가진다.
  • 최적화가 아닌 만족화: 완벽한 해결책을 찾는 '최적화(optimization)' 대신, 만족할 만한 수준의 대안을 찾는 '만족화(satisficing)'를 추구한다.
  • 불확실성과 정보의 불완전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정보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완전한 합리적 결정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은 고전적 이론이 가정했던 '경제인(economic man)'의 완전한 합리성과 대비되는 것으로, 실제 의사결정 과정의 복잡성과 한계를 현실적으로 반영했다.

1.2.2 의사결정론(Decision-Making Theory)

사이먼은 행정을 본질적으로 '의사결정의 과정'으로 보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 가치전제와 사실전제의 구분: 의사결정은 '무엇이 바람직한가'에 관한 가치전제(value premise)와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관한 사실전제(factual premise)로 구성된다.
  • 의사결정의 단계: 정보수집 → 대안개발 → 결과예측 → 대안평가 → 선택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 프로그램화된 결정과 비프로그램화된 결정: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문제에 대한 '프로그램화된 결정'과 새롭고 비구조화된 문제에 대한 '비프로그램화된 결정'을 구분한다.

1.2.3 조직균형이론(Organizational Equilibrium Theory)

사이먼은 조직을 다양한 참여자들 간의 균형체제로 보았다.

  • 기여와 유인의 균형: 조직 참여자들은 자신의 기여(contribution)에 대한 적절한 유인(inducement)을 받을 때 조직에 계속 참여한다.
  • 만족 수준과 기대: 참여자들의 만족은 객관적 보상보다 기대 수준과 비교한 상대적 만족감에 의해 결정된다.
  • 조직 생존의 조건: 조직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에게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여 필요한 기여를 확보해야 한다.

1.3 체스터 버나드(Chester Barnard)의 조직이론

사이먼과 함께 행정행태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체스터 버나드는 「경영자의 역할(The Functions of the Executive)」(1938)을 통해 다음과 같은 개념을 제시했다.

  • 공식조직과 비공식조직: 공식적인 구조와 절차 외에도 비공식적 관계와 상호작용이 조직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권위의 수용(Acceptance of Authority): 권위는 위에서 아래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수용될 때 비로소 효력을 갖는다(수용설).
  • 무관심권(Zone of Indifference): 구성원들이 자신의 판단을 유보하고 상관의 지시를 당연히 수용하는 심리적 영역을 의미한다.
  • 조직의 본질적 요소: 공통 목적, 기여 의사, 의사소통 체계가 조직의 본질적 요소이다.

1.4 행정행태론의 의의와 한계

1.4.1 의의

행정행태론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 행정 연구의 과학화: 경험적 연구와 실증적 방법론을 도입하여 행정학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했다.
  • 의사결정 중심의 접근: 구조나 기능보다 의사결정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행정 현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했다.
  • 현실적 인간관: 완전한 합리성이 아닌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실제 인간의 행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 조직 내 인간 요소의 중요성: 인간 행태와 심리적 요인이 조직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1.4.2 한계

그러나 행정행태론에도 다음과 같은 한계가 존재한다.

  • 가치중립성의 문제: 지나친 가치중립성 추구로 행정의 윤리적, 규범적 측면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미시적 관점의 한계: 개인의 의사결정과 행태에 초점을 맞추어 거시적 사회·정치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 방법론적 정교함 부족: 초기 행태주의적 연구들은 방법론적 정교함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 신행정학(New Public Administration)의 등장

2.1 신행정학의 배경

1960년대 후반 미국은 베트남 전쟁, 인종차별, 빈곤, 환경오염 등 심각한 사회 문제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행정학의 가치중립적, 기술적 접근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고, 이는 신행정학 등장의 배경이 되었다.

  • 사회적 위기 상황: 1960년대 미국의 사회·정치적 혼란과 위기는 행정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성찰을 촉구했다.
  • 기존 행정학에 대한 비판: 가치중립성, 효율성 중심주의, 현상 유지적 성향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확산되었다.
  • 사회정의와 형평성 강조: 효율성보다 사회정의, 형평성 등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증가했다.

2.2 미노브룩 회의(Minnowbrook Conference)와 신행정학의 출현

1968년 뉴욕 주립대학 미노브룩 회의장에서 열린 젊은 행정학자들의 모임은 신행정학 등장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드와이트 왈도(Dwight Waldo)의 주도로 열린 이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행정학의 방향을 모색했다.

  • 관련성(Relevance): 행정학은 현실 사회 문제와 관련성을 가져야 한다.
  • 가치(Values): 가치중립성이 아닌 명시적 가치 지향을 추구해야 한다.
  • 사회 형평성(Social Equity): 행정은 사회 형평성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
  • 변화(Change): 현상 유지가 아닌 적극적 사회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
  • 고객 지향(Client-oriented): 엘리트가 아닌 실제 서비스 수혜자의 관점을 중시해야 한다.

2.3 신행정학의 핵심 가치와 주요 개념

2.3.1 사회 형평성(Social Equity)

신행정학의 중심 가치인 사회 형평성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 분배적 정의: 공공자원과 서비스의 공정한 분배를 추구한다.
  • 소외계층 우선: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강조한다.
  • 기회의 평등: 형식적 평등을 넘어 실질적 기회의 평등을 지향한다.
  • 결과의 평등: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의 형평성도 중요시한다.

2.3.2 가치명시적 접근(Normative Approach)

신행정학은 기존 행정학의 가치중립성을 비판하고, 다음과 같은 가치명시적 접근을 강조했다.

  • 가치와 사실의 통합: 가치와 사실을 분리할 수 없으며, 행정연구는 명시적 가치를 포함해야 한다.
  • 윤리적 행정: 행정은 효율성뿐만 아니라 윤리적, 도덕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 연구자의 가치 인식: 연구자는 자신의 가치 판단을 명확히 인식하고 공개해야 한다.

2.3.3 변화지향적 행정(Change-oriented Administration)

신행정학은 현상 유지가 아닌 적극적 사회 변화를 지향했다.

  • 개혁과 혁신: 기존 제도와 관행의 개혁을 통한 사회 변화를 추구한다.
  • 적극적 행정: 문제 해결을 위한 행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다.
  • 옹호적 행정: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옹호자로서의 행정 역할을 중시한다.

2.3.4 고객 중심주의(Client-centered Approach)

신행정학은 행정서비스 수혜자의 관점을 중시했다.

  • 수혜자 참여: 정책결정과 집행 과정에 서비스 수혜자의 참여를 확대한다.
  • 반응성 강화: 시민의 요구와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행정을 추구한다.
  • 접근성 향상: 행정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모든 시민이 공정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2.4 신행정학의 주요 학자들과 이론

2.4.1 드와이트 왈도(Dwight Waldo)

미노브룩 회의를 주도한 왈도는 「행정국가(The Administrative State)」(1948)를 통해 행정학의 정치적, 가치적 측면을 강조했다.

  • 행정과 정치의 불가분성: 행정과 정치를 분리할 수 없으며, 행정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활동이다.
  • 민주적 행정이론: 행정학은 민주주의 가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 행정의 가치적 기반: 행정은 효율성 외에도 다양한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

2.4.2 프랭크 마리니(Frank Marini)

마리니는 「새로운 공공행정을 향하여(Toward a New Public Administration)」(1971)를 편집하여 신행정학의 이론적 기반을 체계화했다.

  • 참여와 분권화: 시민참여와 권한 분산을 통한 민주적 행정을 강조했다.
  • 행정윤리: 행정인의 윤리적 책임과 도덕적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인본주의적 조직: 인간 존중과 자아실현을 위한 조직 환경 조성을 주장했다.

2.4.3 조지 프레드릭슨(George Frederickson)

프레드릭슨은 「새로운 공공행정(New Public Administration)」(1980)을 통해 사회 형평성 개념을 체계화했다.

  • 사회 형평성의 제도화: 행정 과정과 조직 구조에 사회 형평성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적극적 시민권(Active Citizenship):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권리 행사를 강조했다.
  • 공동체 중심 접근: 개인이 아닌 공동체와 집단의 관점에서 행정을 이해할 것을 주장했다.

2.5 신행정학의 의의와 한계

2.5.1 의의

신행정학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 가치지향적 행정학의 확립: 효율성 외에도 다양한 행정가치, 특히 사회 형평성의 중요성을 인식시켰다.
  • 행정의 사회적 책임 강조: 행정이 단순한 정책 집행을 넘어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함을 강조했다.
  • 비판적 관점 제공: 기존 행정학과 행정 체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촉진했다.
  • 참여와 민주성 강화: 시민참여와 민주적 행정 과정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2.5.2 한계

그러나 신행정학에도 다음과 같은 한계가 존재한다.

  • 이념적 편향 가능성: 특정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이념적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
  • 실천적 지침의 부족: 이론적, 규범적 논의에 치중하여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 효율성 경시: 형평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경시될 우려가 있다.
  • 정치적 중립성 훼손: 적극적 가치 추구가 행정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3. 행정행태론과 신행정학의 비교

3.1 공통점

두 이론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진다.

  • 고전이론에 대한 비판: 두 이론 모두 고전적 행정이론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 학제적 접근: 다양한 학문 분야의 이론과 방법론을 수용하여 행정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 인간 중심 접근: 조직 내 인간의 행태와 가치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3.2 차이점

그러나 다음과 같은 중요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 가치에 대한 태도: 행정행태론은 가치중립적 접근을, 신행정학은 가치명시적 접근을 취했다.
  • 연구 초점: 행정행태론은 의사결정과 조직 내 행태에, 신행정학은 사회 변화와 형평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 행정의 역할: 행정행태론은 행정의 전문적, 기술적 역할을, 신행정학은 사회 개혁적, 옹호적 역할을 강조했다.
  • 방법론: 행정행태론은 경험적, 실증적 방법론을, 신행정학은 규범적, 비판적 방법론을 주로 활용했다.

4. 현대 행정학에 미친 영향

4.1 행정행태론의 유산

행정행태론의 주요 개념과 접근법은 현대 행정학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쳤다.

  • 정책결정 이론: 사이먼의 의사결정 이론은 현대 정책결정 연구의 기초가 되었다.
  • 조직행태론: 조직 내 인간 행태와 심리에 대한 연구는 조직행태론으로 발전했다.
  • 실증적 연구방법: 경험적, 실증적 연구방법은 현대 행정학의 주요 방법론으로 정착했다.
  • 인지과학과의 연계: 제한된 합리성 개념은 인지과학, 행동경제학 등과 연계되어 발전했다.

4.2 신행정학의 유산

신행정학의 가치와 이념은 다음과 같은 현대 행정 이론과 실천에 영향을 미쳤다.

  • 신공공서비스론: 시민 중심, 공익 지향, 민주적 가치를 강조하는 신공공서비스론(NPS)에 영향을 미쳤다.
  • 행정윤리: 행정의 윤리적, 도덕적 측면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 참여행정: 시민참여와 협력적 거버넌스 이론 발전에 기여했다.
  • 다양성 관리: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인사행정 이론에 영향을 미쳤다.

5. 한국 행정에의 적용과 시사점

5.1 한국 행정에서의 행정행태론

한국 행정은 행정행태론의 영향을 다음과 같이 받았다.

  • 의사결정 체계의 과학화: 정책결정 과정의 합리화와 과학화를 추구했다.
  • 행정의 전문성 강화: 정책분석, 성과관리 등 전문적 행정 역량을 발전시켰다.
  • 실증연구의 확대: 행정 현상에 대한 경험적, 실증적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5.2 한국 행정에서의 신행정학

신행정학의 가치와 이념은 한국 행정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쳤다.

  • 참여민주주의 확대: 정책과정에 시민참여를 확대하는 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졌다.
  • 사회적 가치 중시: 효율성뿐만 아니라 형평성, 투명성 등 다양한 행정가치가 중요시되었다.
  • 취약계층 지원 강화: 사회복지, 장애인 지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확대되었다.

5.3 미래 한국 행정을 위한 시사점

행정행태론과 신행정학의 경험은 한국 행정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 가치의 균형: 효율성, 형평성, 민주성 등 다양한 행정가치 간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 실증과 규범의 조화: 실증적 연구와 규범적 성찰이 조화를 이루는 행정학 발전이 필요하다.
  • 참여와 전문성의 결합: 시민참여의 확대와 함께 행정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맥락적 적용: 서구 이론을 한국의 행정 현실과 문화적 맥락에 맞게 적용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결론

행정행태론과 신행정학은 각각 1940년대와 1960년대라는 서로 다른 시대적 배경에서 등장했으며, 서로 다른 관점과 가치를 강조했다. 행정행태론은 인간의 의사결정과 조직 내 행태에 초점을 맞추어 행정학의 과학화와 실증적 연구를 촉진했고, 신행정학은 사회 형평성과 변화를 강조하며 행정의 가치지향적, 규범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두 이론은 각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행정학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현대 행정학의 다양한 이론과 실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행정행태론의 실증적 연구 전통과 신행정학의 가치지향적 접근은 현대 행정학의 양대 축으로서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행정학과 실무에서도 두 이론의 영향은 뚜렷하게 나타나며, 앞으로도 효율성과 형평성, 전문성과 참여, 실증과 규범 간의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론적 자원으로 활용될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행정의 역할과 가치를 재정립하는 데 있어 이들 이론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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