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Welfare

사회복지학개론 1. 사회복지의 개념과 학문적 지형 -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복지의 의미와 범위

SSSCHS 2025. 5. 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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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의 개념적 정의

사회복지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정작 명확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일상에서 '복지'라고 하면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아동복지처럼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제도나 서비스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들어가면 사회복지는 단순한 지원체계를 넘어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과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총체적 노력을 의미한다.

사회복지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려면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제도로서의 사회복지'다. 이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등 국가가 공식적으로 마련한 법적, 행정적 체계를 말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제도적 관점에서 사회복지는 한 사회가 구성원의 안녕과 권리 보장을 위해 만든 공식적인 안전망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서비스로서의 사회복지'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복지 활동과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사회복지사가 수행하는 상담, 사례관리, 집단 프로그램, 지역사회 조직활동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서비스 관점에서 보면 사회복지는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한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에 제공되는 전문적 활동의 총체다.

셋째는 '가치로서의 사회복지'다. 이는 인간 존엄성, 사회정의, 평등과 같은 규범적 이상과 윤리적 원칙을 강조한다. 가치 관점에서 사회복지는 단순한 제도나 서비스를 넘어 모든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이상을 구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은 복지 실천의 방향성과 목표를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역사적으로 사회복지 개념은 단순한 구빈제도에서 출발해 오늘날에는 모든 시민의 권리와 삶의 질을 보장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특히 1970년대 이후에는 사회복지를 잔여적 모델(선별적 접근)에서 제도적 모델(보편적 접근)로 확장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졌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복지는 경제적 안정, 건강, 교육, 주거 등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적 요소들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사회복지의 범위와 경계

사회복지의 범위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진다. 좁게는 빈곤층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에서부터 넓게는 모든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까지 포함할 수 있다. 윌렌스키와 르보(Wilensky & Lebeaux)는 사회복지를 '잔여적 개념'과 '제도적 개념'으로 구분했다. 잔여적 개념은 가족이나 시장이 실패했을 때만 개입하는 최소주의적 접근이고, 제도적 개념은 복지를 모든 시민의 정상적 권리로 보는 보편주의적 접근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복지의 범위는 점차 확장되고 있다. 전통적인 빈곤, 질병, 실업과 같은 '구사회적 위험'뿐만 아니라 일-가정 양립, 고용불안정, 돌봄 문제 등 '신사회적 위험'까지 포괄하게 되었다. 또한 사회복지는 소득보장, 의료보장, 고용보장, 주거보장, 교육보장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사회복지의 경계를 설정할 때 가장 큰 논쟁점은 '누구를 위한 복지인가'와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선별주의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필요한 사람에게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보편주의는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기본적 권리로서 복지를 누려야 한다고 본다.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완전한 선별주의나 보편주의가 아닌 혼합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사회복지의 범위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예를 들어 스웨덴과 같은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편적 복지가 강조되는 반면, 미국과 같은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선별적 복지가 주를 이룬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경제성장 중심의 잔여적 복지가 강조되었으나, 점차 보편적 복지로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다.

사회복지의 학제적 특성

사회복지학은 본질적으로 학제적(interdisciplinary) 특성을 가진다. 사회복지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심리학, 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이론과 방법론을 통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학제적 접근은 복잡한 사회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효과적인 개입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다.

사회복지학의 학제적 통합 모델은 크게 세 가지 층위로 구성된다. 첫째, 미시적 차원에서는 개인의 심리적 요인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 의학 등의 지식을 활용한다. 둘째, 중시적 차원에서는 가족, 집단, 조직의 역동성을 파악하기 위해 가족학, 조직행동론 등의 관점을 차용한다. 셋째, 거시적 차원에서는 사회구조, 제도, 정책을 분석하기 위해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의 이론을 적용한다.

사회복지학의 특징은 단순히 여러 학문의 지식을 빌려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사회복지 실천을 위한 통합적 지식체계로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생태체계 관점'은 심리학, 사회학, 생물학 등의 이론을 통합해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독자적인 사회복지 이론으로 발전했다.

현대 사회문제의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복지학의 학제적 특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빈곤, 불평등, 차별과 같은 전통적 문제부터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글로벌 이주와 같은 새로운 도전까지 다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창의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복지국가와 사회복지의 관계

복지국가와 사회복지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복지국가(welfare state)는 국가가 국민의 복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치체제를 의미한다. 반면 사회복지(social welfare)는 더 넓은 의미로, 국가뿐만 아니라 시장, 시민사회, 가족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복지 활동과 시스템을 포괄한다.

복지국가는 20세기 초반부터 발전하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확립되었다. 초기에는 빈곤층 보호와 노동자 사회보험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점차 교육, 의료, 주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복지국가의 발전은 산업화, 민주화, 시민권 확대와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와 맞물려 진행되었다.

현대 복지국가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에스핑-안데르센(Esping-Andersen)의 유명한 분류에 따르면, 복지국가는 자유주의(미국, 영국 등), 보수주의(독일, 프랑스 등), 사회민주주의(스웨덴, 노르웨이 등) 레짐으로 나눌 수 있다. 각 레짐은 국가-시장-가족의 역할 분담, 탈상품화 정도, 계층화 효과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경우 후발 복지국가로서 독특한 발전 경로를 걸어왔다. 1960-80년대에는 경제성장 중심의 발전국가 모델 하에서 최소한의 복지만 제공했으나, 1990년대 이후 민주화와 시민사회의 성장, 경제위기 등을 겪으면서 복지국가의 기반을 확충해왔다. 현재 한국 복지국가는 동아시아 복지레짐의 특성과 서구 복지모델의 요소가 혼합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사회복지 연구방법의 다양성

사회복지 현상을 연구하는 방법론은 크게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양적 연구는 통계적 분석을 통해 일반화 가능한 법칙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질적 연구는 심층적인 이해와 의미 해석에 중점을 둔다. 두 접근법은 상호보완적이며, 혼합연구방법(mixed methods)을 통해 통합적 이해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사회복지 연구에서 주요 양적 방법으로는 설문조사, 실험연구, 준실험설계, 2차 자료 분석 등이 있다. 이러한 방법은 특히 정책 효과성 평가, 욕구조사, 서비스 만족도 측정 등에 유용하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 실험은 양적 방법을 통해 소득보장이 노동참여, 건강,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질적 연구방법으로는 심층면접, 참여관찰, 사례연구, 현상학적 연구, 근거이론 등이 활용된다. 이러한 방법은 취약계층의 생생한 경험과 목소리를 담아내고, 복지서비스 이용자의 주관적 의미세계를 이해하는 데 적합하다. 특히 소외집단이나 새로운 사회현상을 연구할 때 질적 접근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최근에는 참여적 실행연구(Participatory Action Research), 예술기반연구(Arts-based Research)와 같은 혁신적 방법론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연구참여자를 수동적 대상이 아닌 지식 생산의 주체로 인식하며, 연구과정 자체가 임파워먼트와 사회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회복지 연구에서는 윤리적 고려가 특히 중요하다. 취약한 연구참여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호하고, 연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력 불균형을 인식하며, 연구결과가 참여자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윤리 심의, 정보제공에 기반한 동의(informed consent), 비밀보장 등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현대 사회복지의 도전과 과제

21세기 사회복지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째, 인구구조 변화다. 저출산·고령화는 복지수요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재원조달 기반을 약화시킨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어, 지속가능한 복지모델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둘째, 노동시장 구조 변화다. 디지털화, 자동화, 플랫폼 경제의 확산은 일자리 감소와 불안정 노동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적 사회보험은 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보장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불평등 심화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자산 불평등이 악화되고 있으며, 교육·건강·주거 등 다차원적 불평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사회이동성 저하와 기회 불평등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복지국가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넷째, 가족구조 변화다. 1인 가구 증가, 비혼·만혼 추세, 다양한 가족형태 등장은 전통적 가족기반 복지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다. 돌봄의 사회화, 젠더 평등한 복지제도 설계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다섯째, 기후위기다.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복지와 별개의 이슈가 아니며, 취약계층이 기후변화 영향에 더 심각하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환경정의'와 '녹색복지' 관점이 중요해지고 있다.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복지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복지는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투자 접근법, 기본소득, 사회서비스 확충, 복지기술(welfare technology) 활용 등 다양한 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국가 중심의 복지 제공에서 벗어나 시민사회, 기업, 지역공동체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복지혼합(welfare mix)'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결론

사회복지는 단순한 제도나 서비스를 넘어 인간 존엄성과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총체적 노력이다. 제도, 서비스, 가치의 세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이해할 때 사회복지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사회복지는 학제적 특성을 가진 실천과학으로서, 다양한 학문 분야의 이론과 방법론을 창의적으로 통합해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현대사회의 변화와 도전 속에서 사회복지의 개념과 범위는 계속 확장되고 재구성되고 있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 노동시장 변화, 불평등 심화, 가족구조 변화, 기후위기 등은 사회복지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이러한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복지국가 패러다임을 넘어 혁신적인 접근법과 다양한 주체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사회복지학은 단순히 현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변화를 모색하는 실천지향적 학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한다는 것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의 존엄과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여정에 동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사회복지의 관점과 지식은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더 정의롭고 포용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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