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Welfare

사회복지학개론 12. 사회적 배제와 포용 - 다차원적 빈곤과 역량접근법

SSSCHS 2025. 5. 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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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는 주로 소득 빈곤의 관점에서 접근되었지만, 1990년대 이후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이해는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라는 더 포괄적이고 다차원적인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사회적 배제는 단순한 소득 결핍을 넘어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참여 제한과 권리 박탈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에 대응하는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 정책은 다양한 차원의 참여와 권리 보장을 통해 모든 시민의 완전한 사회 참여를 지향한다. 이 글에서는 사회적 배제의 개념과 특성, 다차원적 빈곤의 측정, 아마티아 센의 역량접근법, 그리고 사회적 포용을 위한 정책적 접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사회적 배제의 개념적 발전과 정의

사회적 배제 개념은 1970년대 프랑스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프랑스 사회부 장관이었던 르네 르누아(René Lenoir)는 경제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les exclus)'에 주목했다. 이 개념은 단순히 소득 빈곤층만이 아니라 장애인, 노인, 한부모 가족, 약물 중독자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포괄했다.

1980-90년대 유럽에서 사회적 배제 논의가 본격화된 배경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지속적 실업과 불안정 고용의 증가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빈곤 출현이다. 둘째, 가족구조 변화와 전통적 지지망의 약화로 인한 사회적 연대의 위기다. 셋째, 복지국가의 재편과 신자유주의적 정책 확산으로 인한 사회보장의 약화다.

사회적 배제는 학자와 기관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지만, 공통적인 요소를 추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차원성으로, 경제적 차원(소득,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사회적(관계망, 사회참여), 정치적(시민권, 의사결정), 문화적(정체성, 인정) 차원을 포괄한다. 둘째, 과정적 특성으로, 배제는 고정된 상태가 아닌 사회적 관계와 제도적 메커니즘을 통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과정이다. 셋째, 관계적 특성으로, 배제는 개인의 속성이 아닌 사회적 관계와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사회적 배제를 "개인이나 집단이 현대 사회의 기본적인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시스템으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영국의 사회적 배제 전담반(SEU)은 "실업, 저숙련, 저소득, 열악한 주거, 범죄율 높은 환경, 건강 악화, 가족 해체 등의 문제가 결합되어 개인이나 지역이 사회의 주류에서 배제되는 현상"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정의들은 사회적 배제가 단순히 결핍의 상태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제도 속에서 발생하는 역동적 과정임을 강조한다. 또한 배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전통적 빈곤 접근법과 차별화된다.

사회적 배제와 전통적 빈곤 개념의 비교

사회적 배제 개념이 전통적 빈곤 개념과 구분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분석의 초점이 다르다. 전통적 빈곤 접근은 소득과 물질적 자원의 결핍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사회적 배제는 사회적 관계와 참여의 제한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소득빈곤율이 낮더라도 이주민 차별, 장애인 접근성 제한 등으로 인한 사회적 배제는 여전히 심각할 수 있다.

둘째, 차원의 다양성이다. 전통적 빈곤은 주로 경제적 차원에서 측정되지만, 사회적 배제는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차원을 포괄한다. 룸(Room)은 빈곤이 분배 중심적(distributional) 개념이라면, 배제는 관계 중심적(relational) 개념이라고 구분한다.

셋째, 정태적 상태와 동태적 과정의 차이다. 전통적 빈곤은 특정 시점의 자원 부족 상태를 나타내는 반면, 사회적 배제는 시간에 따라 진행되는 과정적 개념이다. 이는 생애과정 관점에서 배제의 누적적 효과와 세대 간 이전에 주목하게 한다.

넷째, 원인 진단의 차이다. 전통적 빈곤 접근은 개인의 결핍과 시장 실패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사회적 배제는 사회구조적 메커니즘과 권력 관계에 더 주목한다. 이는 정책적으로도 단순한 소득지원이 아닌 구조적 변화와 권리 보장을 강조하는 차이로 이어진다.

다섯째, 주체성의 강조다. 전통적 빈곤 담론에서 빈곤층은 종종 수동적 대상으로 묘사되지만, 사회적 배제 관점은 배제된 이들의 주체성과 권리 회복을 강조한다. 이는 '참여'와 '역량강화'를 핵심 가치로 삼는 정책적 접근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두 개념은 상호보완적이다. 소득 빈곤은 여전히 사회적 배제의 중요한 차원이며, 두 개념 모두 사회정의와 평등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사회적 배제의 다차원적 특성과 영역

사회적 배제의 가장 큰 특징은 다차원성이다. 버콕(Berghman)은 사회적 배제가 시민권의 네 가지 차원—민주적·법적 차원, 경제적 차원, 사회적 차원, 가족·공동체 차원—에서의 권리 실현 실패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각 차원에서의 배제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 차원의 배제는 노동시장 참여의 제한과 소득 불안정성으로 나타난다. 실업, 불안정 고용, 저임금, 빈곤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접근성은 단순한 소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은 소득원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체성과 관계망의 원천이기도 하다. 장기 실업이나 불안정 고용은 경제적 차원을 넘어 심리적, 사회적 배제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둘째, 사회적 차원의 배제는 사회적 관계망과 지역사회 참여의 제한을 의미한다. 가족, 이웃, 공동체와의 관계 단절, 사회적 고립, 지지망의 부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퍼트남(Putnam)의 사회자본 개념과 연결하면, 사회적 배제는 결속적(bonding) 사회자본과 교량적(bridging) 사회자본 모두의 결핍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접근과 활용 능력의 격차, 즉 '디지털 배제'도 중요한 차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셋째, 정치적 차원의 배제는 의사결정과 권력 구조에서의 소외를 의미한다. 투표, 정당 활동 등 제도적 정치 참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의사결정, 시민단체 활동 등 비제도적 참여에서의 배제도 포함된다. 영(Young)의 '억압의 다섯 가지 얼굴' 이론에 따르면, 정치적 배제는 착취, 주변화, 무력화, 문화제국주의, 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적 억압과 연결된다.

넷째, 문화적 차원의 배제는 사회의 지배적 가치와 규범에서의 소외를 의미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생활양식에 대한 인정 부족, 낙인과 차별 경험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호네트(Honneth)의 인정 이론에 따르면, 자기 존중과 사회적 가치 인정은 자아실현과 사회참여의 기본 조건이다. 이러한 인정의 부재는 자기실현과 사회통합의 장애물이 된다.

다섯째, 공간적 차원의 배제는 물리적 환경과 지역에 기반한 배제를 의미한다. 열악한 주거환경, 기반시설 부족, 환경오염, 교통 및 서비스 접근성 제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도시 내 '슬럼화', '게토화' 현상이나 농촌과 도시 간 격차는 공간적 배제의 대표적 사례다. 르페브르(Lefebvre)의 '도시에 대한 권리' 개념은 이러한 공간적 배제 극복을 위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러한 다차원적 배제는 서로 중첩되고 상호작용하면서 누적적 불이익을 가져온다. 가령 불안정 고용은 소득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주거 불안정과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차원의 배제가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집중될 때 '다중 배제(multiple exclusion)'나 '심층 배제(deep exclusion)'가 발생한다. 이러한 복합적 배제는 단일 차원의 개입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회문제로 자리잡게 된다.

다차원적 빈곤 측정과 MPI

사회적 배제의 다차원적 특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측정 방법이 개발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옥스퍼드 빈곤과 인간개발 이니셔티브(OPHI)와 유엔개발계획(UNDP)이 공동 개발한 다차원 빈곤지수(Multidimensional Poverty Index, MPI)다.

MPI는 소득 중심의 전통적 빈곤 측정을 넘어, 건강, 교육, 생활수준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결핍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MPI는 세 가지 차원(건강, 교육, 생활수준)과 10개 지표(영양, 아동사망, 취학연한, 학교등록, 요리연료, 위생, 식수, 전기, 주거, 자산)로 구성된다. 각 지표에서 일정 기준 이하인 경우 '결핍(deprivation)'으로 판단하고, 결핍 점수의 가중합이 특정 기준(일반적으로 33.3%) 이상일 때 '다차원적 빈곤'으로 분류한다.

MPI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갖는다. 첫째, 빈곤의 다차원성을 포착할 수 있다. 소득은 양호하지만 교육이나 건강에서 심각한 결핍을 경험하는 집단을 식별할 수 있다. 둘째, 빈곤의 심각성을 측정할 수 있다. 빈곤 인구 비율뿐만 아니라 평균적인 결핍의 강도도 계산할 수 있다. 셋째, 정책 타겟팅에 유용하다. 어떤 지역이나 집단이 어떤 차원에서 가장 심각한 결핍을 경험하는지 파악하여 맞춤형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한계점도 존재한다. 첫째, 차원과 지표 선정, 가중치 부여 방식이 다소 자의적일 수 있다. 둘째, 국가 간 비교를 위해 표준화된 지표를 사용하므로 각국의 특수한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셋째, 정태적 측정이므로 사회적 배제의 과정적, 관계적 특성을 완전히 포착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MPI는 약 100개국 이상에서 활용되며 국제개발협력과 빈곤퇴치 정책의 중요한 근거로 자리잡았다. UNDP의 인간개발보고서는 매년 MPI 결과를 발표하고,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상황에 맞게 지표를 수정한 국가별 MPI를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공식적인 MPI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에 의해 한국형 다차원적 빈곤 측정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한국 상황에 맞게 소득, 자산, 주거, 건강, 교육, 고용, 사회참여, 문화생활 등의 차원을 포함한 다차원적 빈곤 지표를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측정은 한국 사회의 빈곤과 배제 현상을 더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 정책을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센의 역량접근법과 사회적 포용

사회적 배제와 포용에 관한 이론적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기여 중 하나는 아마티아 센(Amartya Sen)의 역량접근법(capability approach)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센은 전통적인 공리주의적 복지 개념과 자원 기반 접근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역량(capability)'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센에 따르면, 복지의 핵심은 소득이나 물질적 자원 자체가 아니라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을 살 수 있는 실질적 자유와 기회, 즉 '역량'에 있다. 역량은 개인이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functioning)'들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기능이란 '존재(being)'와 '행위(doing)'의 다양한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는 것, 건강한 상태에 있는 것, 교육받는 것, 정치에 참여하는 것 등이 기능에 해당한다.

센은 빈곤을 단순한 소득 부족이 아닌 '기본적 역량의 박탈(deprivation of basic capabilities)'로 재정의한다. 이 관점에서 사회적 배제는 개인이 사회에 의미 있게 참여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역량이 박탈된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역량접근법이 사회적 포용 정책에 주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의 목표가 단순한 자원 재분배를 넘어 개인의 실질적 자유와 기회 확장으로 확대된다. 예를 들어, 장애인 정책은 단순한 소득지원을 넘어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등 다양한 차원의 역량 확대를 지향해야 한다.

둘째, 개인 간, 집단 간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민감성이 강조된다. 센은 같은 양의 자원이라도 개인적 특성(성별, 연령, 장애 등)과 환경적 요인(사회제도, 문화적 규범 등)에 따라 실제 역량으로 전환되는 정도가 다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획일적 정책이 아닌 다양한 집단의 특성과 요구를 고려한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셋째, 당사자의 주체성과 선택권이 중시된다. 센은 개인을 단순한 복지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한 주체적 행위자(agent)로 인식한다. 따라서 사회적 포용 정책은 당사자의 의견과 선택을 존중하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넷째, 사회적 포용의 과정적, 참여적 측면이 강조된다. 센은 민주적 의사결정과 공적 토론 참여가 그 자체로 중요한 역량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사회적 포용 정책은 취약계층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역량을 확대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역량접근법은 누스바움(Martha Nussbaum)에 의해 더욱 구체화되었다. 그녀는 센의 역량 개념을 발전시켜 인간의 존엄성 있는 삶에 필수적인 10가지 핵심 역량 목록(생명, 신체 건강, 신체 완전성, 감각·상상·사고, 감정, 실천이성, 관계, 다른 종과의 공존, 놀이, 환경에 대한 통제)을 제시했다. 이 목록은 사회적 포용 정책의 구체적인 목표와 평가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역량접근법은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 국제개발 패러다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많은 국가의 사회정책 설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특히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는 SDGs의 핵심 원칙은 역량접근법과 사회적 포용 개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적 배제의 대표적 취약집단과 차별화된 특성

사회적 배제는 특정 인구집단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차별과 불평등 메커니즘이 작동한 결과다. 대표적인 사회적 배제 취약집단과 그들이 경험하는 특수한 배제 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소수민족과 이주민이다. 이들은 언어적, 문화적 장벽과 함께 법적 지위의 불안정성, 노동시장 차별, 주거 분리 등 복합적 배제를 경험한다. 특히 무국적자나 미등록 이주민은 기본적 권리와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심각하게 제한된다. 한국 사회에서는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 북한이탈주민 등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둘째, 장애인이다. 장애인은 물리적 환경의 접근성 제한, 교육과 고용 기회의 차별, 사회적 낙인 등 다양한 차원의 배제를 경험한다. 전통적인 의료모델이 장애를 개인의 손상으로 보는 것과 달리, 사회모델은 장애를 사회적 장벽과 차별의 결과로 인식한다. 이 관점에서 장애인 포용 정책은 개인의 치료나 재활을 넘어 사회적 장벽 제거와 합리적 편의 제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셋째, 노인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은 소득 감소, 건강 악화와 함께 사회적 고립, 디지털 소외, 연령차별(ageism) 등 복합적 배제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저소득 독거노인은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차원의 다중 배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은 노인 배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넷째, 한부모 가족, 특히 여성 한부모 가구다. 이들은 노동시장 참여와 돌봄 책임 사이의 갈등, 소득 불안정, 주거 불안, 사회적 낙인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젠더 불평등과 가족구조 변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배제는 돌봄의 사회화와 노동시장 개혁 등 통합적 접근을 요구한다.

다섯째, 성소수자(LGBTQ+)다. 이들은 법적 차별, 고용과 주거에서의 불이익, 혐오 범죄와 폭력, 사회적 낙인 등 다양한 형태의 배제를 경험한다.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기반한 이러한 배제는 법적 보호 장치 마련과 함께 사회문화적 인식 변화를 요구한다.

여섯째, 홈리스와 주거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안정적 주거의 부재로 인해 건강, 고용, 사회참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배제를 경험한다. 특히 주소지 기반 행정체계에서 주소 없음은 기본적 권리와 서비스 접근의 심각한 장벽이 된다. '주거 우선(Housing First)' 접근은 주거 안정이 다른 영역의 포용을 위한 기본 전제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취약집단들이 경험하는 배제는 단일 차원이 아닌 여러 차원이 중첩된 '교차적 배제(intersectional exclusion)'의 성격을 갖는다. 킴벌리 크렌쇼(Kimberlé Crenshaw)의 교차성(intersectionality) 개념이 강조하듯, 계급, 인종, 젠더, 장애, 연령 등 다양한 사회적 범주가 교차하며 고유한 형태의 차별과 배제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장애를 가진 이주여성이 경험하는 배제는 단순히 장애인 배제와 이주민 배제, 여성 배제의 합이 아닌, 세 가지 정체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독특한 형태의 배제다.

이러한 교차적 배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획일적 정책이 아닌, 각 집단의 고유한 경험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개별 정책 영역을 넘어선 통합적 접근과 당사자의 목소리를 정책 과정에 반영하는 참여적 접근이 중요하다. 미국의 장애인권리운동 슬로건인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한 것을 결정하지 말라(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이러한 참여적 접근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사회적 포용 정책의 국제적 동향

사회적 배제 개념의 확산과 함께, 이에 대응하는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 정책도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정책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국제기구와 주요 국가들의 사회적 포용 정책 동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유럽연합(EU)은 사회적 포용 정책의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1997년 암스테르담 조약은 사회적 배제 대응을 EU의 핵심 목표로 명시했고, 2000년 리스본 전략은 '사회적 포용을 위한 개방적 조정 방식(Open Method of Coordination)'을 도입했다. 이는 회원국 간 공통 목표 설정, 국가행동계획 수립, 지표 개발과 모니터링, 우수 사례 공유 등을 포함한다. 2010년 '유럽 2020 전략'에서는 '빈곤과 사회적 배제 위험에 처한 인구 2,000만 명 감소'라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를 위한 '유럽 빈곤 퇴치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영국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정부 하에서 '사회적 배제 전담반(Social Exclusion Unit)'을 설치하며 사회적 포용 정책을 본격화했다. 이 조직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노숙, 청소년 배제, 낙후 지역 재생 등 복합적 사회문제에 대응했다. 2006년에는 '사회적 배제 태스크포스'로 개편되어 장기 실업자, 문제 가족, 정신질환자 등 가장 취약한 집단에 대한 통합적 지원을 강화했다. 특히 '전인적 접근(whole person approach)'과 '장소 기반 접근(place-based approach)'을 통해 다차원적 배제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발전시켰다.

호주는 2009년 '사회적 포용 의제(Social Inclusion Agenda)'를 통해 포괄적인 사회적 포용 정책을 도입했다. 특히 '사회적 포용 위원회(Social Inclusion Board)'는 정부, 학계, 시민사회의 협력을 통해 장기 실업자, 홈리스, 장애인, 원주민 등 취약집단의 포용을 위한 정책을 개발했다. 호주의 접근은 '생애과정(life course)' 관점을 강조하며, 아동기 조기 개입부터 노년기 지원까지 생애 전반에 걸친 통합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프랑스는 '활성 연대 소득(Revenu de Solidarité Active, RSA)'을 통해 소득지원과 적극적 사회통합 조치를 결합한 모델을 발전시켰다. 이는 단순한 소득 이전이 아닌, 고용 지원, 주거 안정, 건강 증진, 사회참여 확대 등을 포괄하는 통합적 접근이다. 또한 '도시 우선 지역(Zones Urbaines Prioritaires)' 정책을 통해 사회적 배제가 집중된 지역에 대한 집중 투자와 지원을 실시했다.

국제기구들도 사회적 포용을 핵심 아젠다로 채택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모두를 위한 발전(Development for All)' 전략을 통해 경제성장의 포용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OECD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개념을 통해 성장의 혜택이 사회 전체에 고르게 분배되는 발전 모델을 제시한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는 원칙 하에 빈곤퇴치(목표 1), 불평등 감소(목표 10) 등을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이러한 국제적 동향에서 발견되는 공통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차원적 접근으로, 소득지원을 넘어 교육, 건강, 주거, 고용, 사회참여 등 다양한 차원의 통합적 지원을 강조한다. 둘째, 예방적 접근으로, 문제가 발생한 후 대응하기보다 조기 개입과 위험 요인 감소를 중시한다. 셋째, 맞춤형 접근으로, 취약집단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차별화된 지원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넷째, 참여적 접근으로,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통한 상향식 정책 개발을 강조한다.

한국의 사회적 배제 현황과 포용 정책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배제 현상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정책적 노력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우선 한국의 사회적 배제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불안정 고용의 확대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는 소득, 고용안정성, 사회보험 가입, 교육훈련 기회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청년, 여성, 고령자, 저숙련 노동자 등은 불안정 고용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둘째, 주거 불안정과 공간적 분리의 심화다.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과 전월세 불안정은 저소득층의 주거 빈곤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간 격차, 그리고 도시 내 계층별 주거지 분리 현상은 공간적 배제의 양상을 보여준다.

셋째, 돌봄의 공백과 젠더 불평등이다. 가족구조 변화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에도 불구하고, 돌봄의 사회화는 불충분한 상태다. 이는 특히 저소득 여성, 한부모 가족, 장애인 가족 등에게 돌봄 부담과 노동시장 배제라는 이중고를 안겨준다.

넷째, 디지털 전환과 기술 격차의 확대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는 디지털 역량을 갖추지 못한 취약계층의 배제 위험을 높이고 있다. 특히 고령자, 저학력자, 농어촌 주민 등은 정보접근성과 활용능력 측면에서 심각한 격차를 경험한다.

다섯째, 이주민과 다문화 가족의 증가와 함께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배제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 특히 미등록 이주민, 난민, 결혼이주여성 등은 법적 지위 불안정, 언어 장벽, 문화적 차별 등 복합적 배제를 경험한다.

이러한 배제 현상에 대응하여 한국 정부는 다양한 사회적 포용 정책을 발전시켜왔다. 2000년대 이후 주요 정책 동향은 다음과 같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생산적 복지'와 '참여복지'를 내세우며 사회안전망 확충에 주력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2000년), 사회서비스 확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 시기에는 사회적 배제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학술적, 정책적 관심이 확대되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맞춤형 복지'와 '창조경제'를 표방하며 선별적 접근을 강화했다. 이 시기에는 취약계층 지원과 함께 중산층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특징을 보였다.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등이 주요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포용국가'를 핵심 국정철학으로 내세우며 사회적 포용 정책을 강화했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적 포용국가, 사람중심 경제 등의 개념을 통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확대, 아동수당 도입,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다양한 포용 정책이 추진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과 '맞춤형 복지'를 강조하면서도,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 청년, 취약계층 등을 위한 맞춤형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사회적 포용 정책은 여러 한계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여전히 소득 중심의 접근이 지배적이어서 다차원적 배제에 대한 통합적 대응이 미흡하다. 둘째,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접근이 주를 이루어 지역 특성과 당사자 참여가 제한적이다. 셋째, 분절적 전달체계로 인해 복합적 욕구를 가진 대상자에게 통합적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넷째, 제도 간 사각지대가 존재하여 가장 취약한 집단이 오히려 지원에서 배제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다.

사회적 포용을 위한 통합적 접근과 정책 과제

사회적 배제의 다차원성과 복합성을 고려할 때, 효과적인 사회적 포용 정책은 통합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통합적 접근의 핵심 원칙과 구체적 정책 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권리 기반 접근(rights-based approach)의 강화다. 사회적 포용 정책은 시혜나 자선이 아닌 모든 시민의 기본적 권리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는 법적, 제도적 차별 해소, 권리구제 메커니즘 강화, 인권 기반 정책 평가체계 도입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의 국내 이행 강화가 중요하다.

둘째, 부문 간 협력과 조정의 강화다. 사회적 배제의 다차원성은 복지, 고용, 교육, 주거, 의료 등 다양한 정책 영역의 협력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중앙부처 간, 중앙-지방정부 간, 공공-민간 간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영국의 '조인드업 거버넌스(joined-up governance)'나 핀란드의 '원스톱 서비스 모델'은 부문 간 협력의 좋은 사례다.

셋째, 보편성과 타겟팅의 조화다.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서비스는 낙인 효과 없이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만, 특정 취약집단의 특수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타겟팅도 필요하다. 스웨덴의 '보편적 서비스 내 맞춤형 지원'이나 영국의 '비례적 보편주의(proportionate universalism)'는 이러한 조화의 사례다. 한국에서도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과 함께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추가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넷째, 생애주기 관점의 도입이다. 사회적 배제는 특정 시점의 상태가 아닌 생애과정에서 누적되는 불이익의 연속선상에 있다. 따라서 아동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주기별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배제의 세대 간 이전을 차단하기 위한 아동 조기개입과 교육 불평등 해소가 중요하다.

다섯째, 장소 기반 접근(place-based approach)의 강화다. 사회적 배제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지역의 사회경제적 특성이 개인의 배제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낙후 지역, 과소 지역, 도시 취약지역 등에 대한 통합적 재생 정책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도시 우선 지역' 정책이나 영국의 '지역 전략적 파트너십(Local Strategic Partnership)'은 장소 기반 접근의 사례다.

여섯째, 디지털 포용(digital inclusion)의 추진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능력은 사회참여의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인프라 확충,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 보장 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확대로 인한 디지털 취약계층의 배제 위험에 대응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참여와 권한강화(empowerment)의 확대다. 사회적 포용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배제된 집단이 사회의 능동적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 결정과 집행, 평가 과정에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자조모임과 당사자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장애인자립생활운동, 홈리스 당사자 조직, 이주민 공동체 등을 통한 집단적 역량강화가 좋은 사례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 사회가 당면한 구체적 정책 과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제도적 차원에서는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 해소, 장애인·이주민·성소수자 등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비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 등을 위한 노동권 보장 강화가 필요하다. 서비스 차원에서는 통합사례관리 체계 구축,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확대, 취약지역 중심의 사회서비스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 거버넌스 차원에서는 중앙-지방-민간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참여 확대, 사회적 포용 지표 개발과 정책 모니터링 강화가 요구된다.

결론

사회적 배제 개념은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이해를 소득 중심의 정태적 관점에서 다차원적이고 과정적인 관점으로 확장시켰다. 이는 단순한 개념적 변화를 넘어,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과 정책적 대응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센의 역량접근법이 강조하듯, 진정한 사회적 포용은 형식적 권리를 넘어 모든 시민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사회에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와 기회의 보장을 의미한다. 이는 소득재분배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우며, 교육, 건강, 주거, 사회참여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통합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또한 사회적 포용은 특정 취약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통합성에 관한 문제다. 배제가 심화될수록 사회적 신뢰와 연대는 약화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위험은 증가한다. 반면 포용적 사회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든 구성원의 참여와 기여를 촉진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창의성과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구조 변화 등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배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취약집단에게 더 큰 위험을 가져오는 동시에, 새로운 취약집단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미래지향적 사회적 포용 정책은 현재의 배제 현상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래의 사회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예방적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사회적 포용은 단순한 정책 목표를 넘어, 인간 존엄성과 사회연대라는 가치에 기반한 사회비전의 문제다. 이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향한 지속적인 노력과 사회적 합의를 요구한다. 마르타 누스바움의 말처럼, "진정으로 인간적인 삶은 모든 인간이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요구한다." 사회적 포용 정책은 바로 이러한 조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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