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Welfare

사회복지법제와 실천 10. 주거 복지법제: 주거권 보장의 법적 프레임워크

SSSCHS 2025. 5. 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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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의 헌법적 기초와 법체계

주거권은 헌법 제35조 제3항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에 근거한다. 이는 국가의 노력의무로 규정되어 있지만, 주거권이 사회적 기본권의 일종임을 분명히 한다.

주거복지 법체계는 공공주택특별법을 중심으로 주거급여법,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으로 구성된다. 각 법률은 공급 측면의 공공주택 확대, 수요 측면의 주거비 지원, 민간임대시장 규제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취한다.

특히 2015년 제정된 주거기본법은 주거권을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로 명시적으로 정의했다. 이는 주거권을 단순한 정책목표가 아닌 구체적 권리로 인정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공공주택특별법의 진화와 공급체계

공공주택특별법은 과거 임대주택법을 전면 개정하여 2015년 제정되었다. 이 법은 공공주택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건설·매입하여 공급하는 주택"으로 정의하며,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통합공공임대주택 등 다양한 유형을 포괄한다.

영구임대주택은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국가유공자 등 최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국민임대주택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70% 이하 무주택 세대를 위한 것으로, 30년간 임대를 원칙으로 한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청년 등 젊은 계층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도입되었다.

최근에는 통합공공임대주택이 새로운 모델로 제시되었다. 기존의 복잡한 공공임대 유형을 통합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화하여 계층 간 혼합거주를 유도한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의 사회적 낙인 효과를 완화하고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정책 전환을 반영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임차인 보호 강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핵심 법률이다. 이 법은 대항력, 우선변제권, 임대차기간 보장, 보증금 증액 제한 등을 통해 임차인을 보호한다. 특히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에게 우선변제권을 인정하여 보증금 회수를 보장한다.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른바 '임대차 3법')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도입되어 임차인이 최대 4년간 거주할 수 있게 되었고, 전월세상한제로 임대료 인상률이 5% 이내로 제한되었다. 또한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어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강화는 부작용도 낳았다. 임대인의 자가거주 목적 계약해지가 증가하고, 신규 임대 물량이 감소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임차인 보호와 시장 기능 간의 균형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주거급여와 주거비 지원체계

주거급여법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에 따라 2014년 제정되었다. 주거급여는 중위소득 47% 이하 가구에게 실제 임차료나 유지수선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임차가구에는 기준임대료를 상한으로 실제 임차료를 지급하고, 자가가구에는 주택 노후도에 따라 수선비를 지원한다.

기준임대료는 지역별, 가구원수별로 차등 설정된다. 서울 1인 가구 기준 33만원(2023년)부터 지방 6인 이상 가구 51.2만원까지 다양하다. 실제 임차료가 기준임대료를 초과하면 초과분은 가구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과도한 주거비 부담을 방지하면서도 적정 수준의 주거를 보장하려는 정책 의도를 반영한다.

청년 주거급여 분리지급도 중요한 변화다. 20대 미혼 청년이 부모와 떨어져 거주하는 경우에도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청년층의 독립적인 주거생활을 지원하고 세대 분리를 인정한 진일보한 정책이다.

주거 취약계층 보호와 최저주거기준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주거약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생활을 보장한다. 이 법은 장애인, 고령자, 국가유공자 등을 주거약자로 정의하고, 주거약자용 주택의 의무건설, 편의시설 설치, 주거지원센터 운영 등을 규정한다.

최저주거기준은 주거기본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한다. 현행 기준은 1인 가구 14㎡를 최소 면적으로 하며, 가구원수가 늘어날수록 필요 면적이 증가한다. 또한 전용 부엌, 화장실, 목욕시설 등 필수 설비 기준도 정한다. 이 기준은 주거복지 정책의 목표 설정과 주거 실태 평가의 준거가 된다.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 거주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이들을 공공임대주택에 우선 입주시키고, 이주비와 생필품을 지원한다. 그러나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특히 외국인 노동자나 노숙인 등은 제도적 보호가 미흡한 실정이다.

도시재생과 주거권의 충돌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쇠퇴한 도시지역의 재생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도시재생 과정에서 기존 거주민의 주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과 원주민 이주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판례는 재개발사업에서도 주거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법원은 재개발조합이 세입자의 이주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진행한 사업승인처분을 위법하다고 판시했다(2015두35242). 이는 개발이익과 주거권 보호 사이의 균형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통해 주민 주도의 재생방식이 강조되고 있다. 주거환경개선사업, 도시재생 활성화사업 등은 기존 거주민의 재정착을 우선시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병행한다. 이는 개발 중심에서 재생 중심으로, 물리적 정비에서 사회경제적 재생으로의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

주거복지 전달체계와 통합적 접근

주거복지센터는 주거기본법에 근거하여 설치되는 지역 기반 전달체계다. 센터는 주거복지 상담, 정보제공, 사례관리, 자원연계 등을 수행한다. 특히 복잡한 주거복지 제도를 안내하고, 대상자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주거복지 전달체계의 특징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다. 지자체가 설치하고 민간단체가 위탁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공공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다. 또한 LH, SH 등 공공주택 공급기관도 주거복지 서비스 제공에 참여한다.

통합적 주거복지 접근도 강조되고 있다. 주거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복지, 의료, 교육, 일자리와 연계된 삶의 터전이다. 따라서 주거복지정책은 다른 사회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에서 주거가 핵심 요소로 포함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결론

주거복지법제는 주거권을 구체적 권리로 인정하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이를 보장하려는 체계다. 공공주택특별법을 통한 공급 확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한 임차인 보호, 주거급여를 통한 주거비 지원이 3대 축을 이룬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주거비 부담, 청년층의 주거 불안, 주거 취약계층의 존재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임대차 3법 개정 이후 나타난 시장 왜곡 현상은 규제와 시장 메커니즘의 조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앞으로의 주거복지법제는 주거의 공공성 강화와 시장기능 활성화 사이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주거를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삶의 질과 사회통합의 기반으로 인식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포용적 복지국가 구현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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